'은색 비트코인'은 2011년 등장한 가상화폐 라이트코인(Litecoin)의 별칭이다. 라이트코인은 암호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생긴 후 처음 등장한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의 표식이 금색인 것에 빗대 은색 비트코인으로 불린다.

라이트코인을 만든 사람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찰리 리(Chaeles Lee)다. 그는 2013년 8월 미국 정보통신(IT) 전문 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라이트코인은 은이다"라고 말했다.

◆ 구글 엔지니어, 여가 시간 쪼개 '은색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만들어

찰리 리는 본인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기반의 경제 체제에 회의적인 금 투자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MIT 출신 사업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찰리 리의 부모는 1960년대에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을 거쳐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로 이주했다. 찰리 리는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고 13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MIT에서 컴퓨터 과학과 전기 공학을 전공했다.

찰리 리 라이트코인 설립자(왼쪽)와 우지한 중국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메인 공동창업자. / 트위터 갈무리
찰리 리 라이트코인 설립자(왼쪽)와 우지한 중국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메인 공동창업자. / 트위터 갈무리
그는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이던 2011년 비트코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불법 인터넷 암시장 '실크 로드' 관련 기사를 읽던 중 비트코인이라는 개념을 본 것이다. 실크 로드는 주로 마약 밀매를 다뤘으며 사용자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거래 수단으로 사용했다. 실크 로드는 2013년 10월 미국 연방 정부에 의해 폐쇄됐다.

그는 "암호화 기술이 담겨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비트코인을 접했을 때 열정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찰리 리는 즉시 비트코인 핵심 개발자 마이크 헌(Mike Hearn)에게 연락해 비트코인을 샀다. 또, 채굴장비를 구입해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찰리 리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비트코인이 30달러(약 3만2100원)하던 시절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하며 "비트코인과 사랑에 빠졌고, 금보다 더 좋은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찰리 리는 구글에 재직하며 여가 시간을 쪼개 라이트코인을 만들었다. 그는 구글에서 6년 동안 크롬OS, 구글플레이 게임 플랫폼, 유튜브 모바일 등 분야의 업무를 했다.

찰리 리는 비트코인을 접한 지 1년도 안 돼 자신만의 암호화폐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처음 만든 암호화폐 페어브릭스는 소프트웨어 버그가 있어 작동하지 않았다. 실패를 딛고 두 번째로 만든 암호화폐가 라이트코인이다. 그는 불과 150개의 라이트코인을 채굴한 2011년 10월, 라이트코인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는 "그저 재미를 위해 은색의 비트코인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이트코인의 최대 채굴량은 8400만개쯤으로, 비트코인 최대 채굴량(약 2100만개)보다 4배 많다. 또한 라이트코인의 평균 거래 처리 속도는 2분 30초로, 10분쯤 걸리는 비트코인보다 4배 빠르다.

찰리 리는 "암호화폐가 부족해서 너무 비싸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채굴량을 비트코인의 4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7월 구글을 떠나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엔지니어링 이사로 이동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 1년 만에 75배 가격 오른 시점, 라이트코인 전량 매각

라이트코인은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을 누르고 비트코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처럼 화폐,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프로토콜을 사용 중이다. 그 때문에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과 본질적으로 거의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찰리 리는 라이트코인이 커피를 구매하는 등 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면, 하나 또는 두 개의 코드를 변경하는 것만으로 라이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색 비트코인'으로 불리는 암호화폐 ‘라이트코인’ 이미지. / 트위터 갈무리
’은색 비트코인'으로 불리는 암호화폐 ‘라이트코인’ 이미지. / 트위터 갈무리
찰리 리는 2017년 12월 20일 자신이 보유한 라이트코인 전부를 매각한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찰리 리는 IT블로그 레딧에 "사람은 내가 라이트코인 가격이나 라이트코인 관련 소식을 트윗할 때마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며 "라이트코인이 부를 축적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제는 라이트코인의 성공과 나의 재정을 연결할 필요가 없기에 전량 매각한 뒤 기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찰리 리가 라이트코인 전량을 매각한다고 밝힌 시점 기준으로 라이트코인 시가총액은 180억달러(19조2780억원) 이상이었다. 라이트코인 가치는 2017년 1월 1일 4.36달러(4700원)에서 시작해 12월 20일 기준으로 75배 상승한 330.14달러(35만3600원)에 거래됐다. 다만 찰리 리는 라이트코인을 얼마나 팔았는지, 금액이 얼마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전체 시장 상황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라이트코인에 모든 시간을 할애할 것이며, 이것이 라이트코인을 소유하지 않고도 라이트코인의 성장을 돕는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기준 라이트코인 재단에서는 정규직 두 명을 포함해 8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은 자원 봉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리는 "라이트코인 재단 직원 모두 원격으로 일한다"며 "온라인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영향으로 전 세계에 직원이 흩어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찰리 리는 2017년 6월 코인베이스를 떠나며 당시 기준으로 1만2000달러(1285만2000원) 규모의 라이트코인 438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