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암호화폐(가상화폐) 채굴 하드웨어 업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 계약을 맺고 주문형 반도체(ASIC) 제조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대변인은 1월 31일(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가상화폐 채굴용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며 "고객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중국의 가상화폐 채굴업체에 비트코인 채굴용 ASIC을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을 인정한 셈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삼성전자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 조선일보 DB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삼성전자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 조선일보 DB
가상화폐 채굴이란 가상화폐를 획득하는 과정을 말한다.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네트워크에서 주기적으로 생성되는 복잡한 암호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 누구나 암호화 문제 풀기에 참여할 수 있지만, 보상으로 제공되는 가상화폐는 암호화 문제를 가장 먼저 푸는 서버에 제공된다.

그 때문에 서버의 연산 처리 성능이 중요하다. 가상화폐 채굴 초기에는 CPU(중앙처리장치)를 많이 사용했지만, 그래픽카드의 핵심 부품인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채굴에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나며 GPU 수요가 증가했다. 2013년부터는 전문 채굴업체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최적화된 주문형 반도체 ASIC이 널리 쓰였다. ASIC은 비트코인은 물론 라이트코인, 대시코인 등 암호화 문제를 푸는데 최적화된 반도체 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메인 등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에 ASIC 생산을 맡긴다. 가상화폐 채굴 수요가 증가하며 TSMC의 4분기 매출은 3억5000만~4억달러(3741억5000만~4276억원) 증가했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가상화폐 채굴 사업은 갈수록 커지지만, 매출 240조, 영업이익 53조원을 기록한 삼성전자에는 영향력이 크지 않은 사업영역이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월 31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가상화폐 채굴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관련 파운드리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상화폐에 맞는 14·10나노미터(㎚) 공정 기반 인프라를 제공해 성능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8㎚ 신규 노드에 대한 가상화폐 고객사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되며 시장 2위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