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고 팔 듯 특허도 거래된다. 부동산 매매 이력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것처럼, 특허도 권리 변동사항 즉 거래 내역이 등록원부에 빠짐없이 기록·저장된다.
특허청에 보관된 등록원부의 주요내용 중 '권리자 변동사항'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쉽게 검색 가능하게 한 것이 '특허거래정보'다. 이 거래 DB에는 값진 정보가 듬뿍 담겼다. 양도·양수자는 물론 기업간 특허매입 동향, 특정 기술 관련 특허의 거래 움직임, 해당 기업의 현황과 향후 사업전략 등을 특허거래정보를 통해 고스란히 손에 넣을 수 있다.
윈텔립스 SDI와 미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0월 삼성전자는 수백건쯤의 수상한(?) 특허거래를 체결했다. 상대는 불과 몇달전 폐업 처리된 미 모바일앱 검색엔진 스타트업 퀵시다. 삼성이 퀵시로부터 총 194건의 미국 등록 특허를 양도 받았다. 출원중인 건과 중국(10건)·한국(2건) 등 역외특허까지 합치면 무려 487건에 달한다.
삼성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빅스비는 스마트폰 작동 기능은 우수하지만 정보검색 능력은 구글 어시스턴트 등 경쟁 제품 대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6년 삼성이 인수한 비브랩스에 퀵시 출신 엔지니어가 다수 포진됐다는 것도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거래 이력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상황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다. 모든 특허가 삼성으로 양도 직전 알리바바를 거쳐 갔다는 점이다. 이는 최대 투자사인 알리바바가 퀵시 폐업 직전 3000만달러(321억600만원)의 IP담보부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거래를 근거로 보면 구글이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소프트뱅크에 넘기면서 '특허 일괄 양도계약'도 동시 체결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구글의 로봇사업 완전철수를 의미하는 신호인 셈이다. 구글 소유 로봇 관련 특허는 대부분 4족 로봇 등 보행 로봇으로 사용처가 군수 분야에 국한돼 상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은 2017년 '제어 정보의 송수신' 등 KT가 보유한 네트워크 관련 미국 특허권 13건을 매수하기도 했다. 구글이 네트워크 관련 기술을 확보한 것은 저개발 국가에 인터넷 연결망을 보급하기 위해 2013년부터 추진한 '프로젝트 룬' 사업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연구개발 조직까지 숫자(매출)를 요구받는 KT 입장에서도 이번 특허 매각은 필요했을 것이다.
이렇듯 특허거래정보는 해당 기업의 현재 상황과 미래 전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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