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주행거리 600㎞ '전기차 두배'…수소전기차 넥쏘 타보니

입력 2018.02.06 10:15

수소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하다. 지구 어디에서나 흔히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100년 넘게 지구를 지배한 화석연료와의 에너지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지하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관심이 높다.

/ 현대차 제공
그러나 현재 수소연료전지차(FCEV)에 사용되는 수소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을 활용하기 때문에 수소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수소 에너지의 안정적인 집적과 저장, 공급만 가능하다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어 관련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일본이 지난 2013년 '수소사회'를 천명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멜트다운을 일으켰고, 엄청난 환경 재앙을 낳았다. 결국 일본은 '탈원전'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세웠고, 이를 만족할 에너지로 '수소'를 선택했다. 지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역시 수소 에너지 활용에 대해 예외일 순 없다. 더군다나 지진 위험도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 정부는 정책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한 상태다.

수소사회의 중요한 갈래 중 하나는 자동차다. 화석연료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대자동차가 1998년부터 수소차 기술개발에 착수했고, 15년이 지난 2013년 FCEV 양산화에 성공했다. SUV 투싼을 활용해 만든 것으로 2004년 정부의 FCEV 부품 국산화 정책에 따라 전 부품의 95%를 국산화했다.

당시 현대차는 투싼 FCEV가 1회 수소 충전으로 최대 594㎞(유럽 기준)를 달린다고 발표했다. 추후 이 주행거리는 국내 사정에 맞춰 415㎞로 수정됐다. 700바 압력을 가진 저장탱크에 5.6㎏의 수소를 담을 수 있어 수소 1㎏으로 74.1㎞를 달린 셈이다.


/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2세대 FCEV 넥쏘를 소개했다. 가장 큰 장점은 주행거리다. 1회 충전으로 609㎞를 달린다. 수소 탱크 용량은 1세대 투싼 FCEV의 5.6㎏에 비해 1㎏쯤 늘어난 6.33㎏으로, 용량이 늘어난 것에 비교해 주행거리가 길어졌다. 여기에 수소연료전지 동력계의 효율도 높였다. 확보한 연료효율은 1㎏당 96.2㎞(17인치 타이어), 이전보다 40% 효율 성능이 좋아졌다.


형태는 SUV가 유지됐다. 라이벌로 꼽히는 도요타 미라이가 세단형식을 빌린 것과 현대차의 개발방향은 애초에 차이를 보였던 탓이다. 현대차는 넥쏘의 형태가 SUV인 것은 최근 자동차 시장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은 공간 활용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수소 탱크를 장착해야 한다는 점에서 SUV가 유리하다.

디자인은 미래적인 이미지가 듬뿍 담겼다. 그러면서도 SUV 패밀리룩으로 사용하는 컴포지트 램프가 들어갔다. 멀리서 봐도 현대차 SUV가 틀림없다. 크기는 길이 4671㎜, 너비 1859㎜, 높이 1630㎜, 휠베이스 2789㎜로, 투싼의 길이 4475㎜, 너비 1850㎜, 높이 1645㎜, 휠베이스 2670㎜와 비교해 근소하게 크다. 따라서 실내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단, 센터페시아에서 센터콘솔로 이어지는 조작부의 높이가 일반차에 비해 높아 좁아 보이는 단점은 있다. 버튼도 지나치게 많아 조작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휠과 타이어는 효율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공력성능을 위한 휠 디자인이 독특하다. 후면의 스포일러 등도 모두 효율을 생각했다. 넥쏘(NEXO)라는 이름과 연료전지(FUEL CELL) 등의 레터링이 들어갔다. 머플러는 범퍼 아래에 숨겼다. 어차피 나오는 것은 물뿐이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수소를 사용해도 기본적으로는 전기차다. 소리는 전혀 나지 않는다. 디지털 계기판은 특별함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재미를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기가 들어왔음을 알리는 '레디'가 보인다.

가속페달을 밟자 힘이 바퀴에 즉각 전달된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이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표시되는 에너지 흐름도를 통해 수소 탱크에서 나온 수소가 연료전지 스택 안에서 산소와 만나 전기를 발생하고, 이 전기가 모터를 돌리는 원리를 눈으로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뒤쪽의 배터리로, 보통 전기차에서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것과 역할이 다르다. 동력에 사용하고 남은 전기를 모은다거나 회생제동 시스템에서 모은 잔여 에너지를 저장한다. 이후 고출력이 필요할 때 활용한다.

앞차가 속도를 내니 머플러에서 흰 연기가 많이 나온다. 수증기다. 가속할수록 전기가 많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수소의 화학반응량을 늘려야 한다. 수소-산소 반응이 많아지면 전기와 함께 물 생성도 증가한다. 만약 FCEV가 눈에 보일 정도로 수증기를 뿜고 있다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외에는 일반적인 전기차와 비슷한 느낌으로 달린다. 다만 승차감은 조금 떨어질 수 있다. 배터리만큼은 아니지만 중량이 높은 수소 탱크를 뒤쪽에 싣고 있어서다.

수소 충전 중인 넥쏘. / 현대차 제공
방향지시등을 넣으면 주행하려는 방향의 현재 상황이 계기판에 나타난다. 굳이 사이드미러를 고개 돌려 확인하지 않아도 계기판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동승자는 익숙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확실히 편리하다. 방향지시등을 넣지 않아도 차선을 변경할 때 뒤쪽에서 차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상황을 시각적으로 알린다. 일반적인 BSM(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Blind Spot Monitoring)보다 발전된 기능이다.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강원도 평창까지 250㎞쯤 달리는데, 목적지 도착 후 주행가능거리는 200㎞가 되지 않았다. 1회 충전으로 609㎞를 달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400㎞ 정도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센터페시아 연비 모니터링에는 1㎏당 효율을 74㎞ 정도로 표시했다. 시승이었기 때문에 다소 과격한 운전도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했지만, 다소 실망스런 부분이다.

현대차는 2022년까지 FCEV를 1만대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먼 꿈에 불과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대중화 초입에 들어섰다는 전기차도 단일차종 1만대를 넘은 차는 아직 없다. 현대차가 FCEV 제품군에 넥쏘 외 다른 차종을 투입하지 않는 한, 넥쏘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수소 충전소는 전기차 충전기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민간을 위한 수소 충전소도 전무한 상태다. 1회 충전은 609㎞, 아니 6000㎞를 달린다 한들 수소 탱크에 수소를 채울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하)에 설치된 수소차 충전소. / 현대차 제공
한가지 분명했던 점은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졌을 때의 이야기다. 수소 FCEV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반 BEV에 비해 월등한 주행거리, 또 이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현저히 짧은 충전시간은 왜 미래의 친환경차로 수소 FCEV를 거론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언젠가 우리 도로에서 수소 FCEV가 마음껏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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