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블록체인과 핀테크]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뗄 수 없을까?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8.02.07 16:27

    "블록체인은 발전시키겠지만 블록체인 기반 코인은 투기성이 강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

    현재 규제 당국이 블록체인과 코인(가상화폐)을 보는 시각이다. 사실, 2017년 말부터 규제 당국은 일관되게 이 목소리를 시장에 전달했다. 물론, 시장에서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위 시각이 성립하려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따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가상화폐를 발행하지 않고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장부를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가상화폐 없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시각'이라고 이야기한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정말 뗄 수 없는 것인가?

    블록체인은 ▲퍼블릭(public) ▲프라이빗(private) ▲하이브리드(hybrid)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 장부는 모두에게 공개된다. '마이너(채굴자)'라고 불리는 참여자 집단이 거래를 기록해 시스템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들이 '마이닝'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마이너를 위한 보상인 가상화폐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퍼블릭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와 따로 생각할 수 없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문제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마이닝이 너무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거래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거래 우선순위가 필요가 아닌 경제적 유인에 의해 결정되고, 모두에게 공개할 필요가 없는 정보까지 모두 공개된다는 점에서 금융권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퍼블릭 블록체인의 문제는 마이닝에서 온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마이닝을 참여자들이 아닌 중앙에서 처리한다. 시스템 참여자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차별적으로 공개하기 때문에 퍼블릭 블록체인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 하에서는 마이너들에게 보상을 따로 해 줄 필요가 없으므로 가상화폐가 없어도 된다. 그러므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코인과 따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중앙에서 거래기록을 관장하기 때문에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이 되는 특성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이다.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은 거래체결을 블록 밖에서 하되, 모든 거래를 블록에 기록하는 형식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원래의 블록체인 목적에 충실하려는 노력에 의해 태어났다. 당연히 하이브리드 블록체인 하에서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은 '퍼블릭 블록체인'에만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여기서 필자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치명적인 단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거래 체결 대가는 새로운 가상화폐 발행, 또는 기존 가상화폐를 이용한 수수료로 지불된다. 자연스레 마이너들은 '보상이 높은, 수수료가 높은 거래'부터 체결하고 여기 몰리게 된다.

    만약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한 결제시스템이 활용된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오전 9시에 귀경 기차표 예매가 시작된다고 하자. 수백만명이 기차표 예매 사이트에서 새로고침을 하며 결제를 시도할 것이다. 오전 9시 3분이 되고 남은 기차표는 1장, 내가 내 옆 사람보다 빠르게 결제버튼을 눌렀으나, 내 옆 사람은 나보다 수수료를 10배 더 지불했다. 기차표는 그 사람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오후 4시 59분, 내가 항상 가지고 싶었던 게임기를 아마존에서 5시까지만 30% 할인 판매한다. 사흘을 고민하다 드디어 구매를 결정, 할인 종료 1분 전에 결제를 시도한다.

    옆에서 보고 계시던, 내가 게임기를 구매하는 걸 못마땅해 하시던 부모님이 내 거래보다 더 높은 수수료로 200건의 구매를 신청한 1분 뒤에 구매를 취소한다. 결국 그 거래로 인해 내 거래는 체결되지 못하고 세일 시간은 지나버린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가상화폐로 마이너에게 보상을 줘 시스템을 유지해야만 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거래 우선순위가 수수료 액수로 인해 결정된다'는 매우 심각한 시장구조적 문제를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지급결제 시스템'에 적용할 수 없다.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하다면, 블록체인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퍼블릭 블록체인은 지급결제 시스템으로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는 다수의 연구자와 시장 관계자에 의해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연구계는 블록체인 관련해 ▲퍼블릭 블록체인 내 새로운 보상방법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의 구조적 이슈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한 R&D 등 세 가지 주제에 매진하고 있다.

    물론 이와 별개로 필자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가상화폐가 갖는 경제적 측면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이 주제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필자는 왜 이런,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인 답을 가지고 있는 문제가 국내에서 이렇게 큰 논란을 일으키는지 의아했다.

    지금까지 여러 논의를 살펴보면서, 논란의 원인은 블록체인 관련 최신 자료에 대한 공부 및 이해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필자는 최근 언론대응을 최소화하고있다. 블록체인, 가상화폐는 이제 기술이나 경제적 문제가 아닌 '정치화' 문제가 됐다. 여기에서 연구자의 의견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업계나 학계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익집단을 만들어 알맹이 없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탐구해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 알아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조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 및 전자화폐로, 시드니공과대학 재직시절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폐와 화폐경제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SWIFT Institute 에서 연구지원을 받아 전자화폐가 진정한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연구 중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화폐가 대체투자 자산이 될지, 자산운용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용을 가질지도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