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디지털 이미징 업계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주제는 '디지털 이미징 분야에 암호화·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지, 불필요한지'입니다.

글로벌 이미징 커뮤니티 디프리뷰가 이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게시물이 올라간 6일(현지시각) 당일에만 댓글이 200개쯤 달릴 정도로 논쟁이 활발합니다.

디프리뷰에 따르면, 2016년경 디지털 이미징 업계 종사자 150명쯤이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에 '암호화 기능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의 '지문인식'이나 '안면인식' 등 보안(잠금 해제) 기술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암호화 기술이 디지털 이미징 업계에 적용되면 먼저 카메라 도난·분실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떠올려 보세요. 등록된 사용자가 잠금 해제를 거쳐야만 디지털 카메라가 동작하니, 도난 우려가 줄어들 것입니다.

기기 분실로 인한 사진 유출도 마찬가지 문제입니다.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면 등록된 사용자만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 카드에 저장된 사진을 보고 또 지울 수 있습니다. 메모리 카드 자체를 암호로 잠그는 것도 가능합니다. 사생활이나 개인 정보를 담은 사진이 유출될 우려가 줄겠지요.

디프리뷰 내 암호화 관련 기사. / 디프리뷰 홈페이지 갈무리
디프리뷰 내 암호화 관련 기사. / 디프리뷰 홈페이지 갈무리
업계의 대답은 어땠을까요? 디프리뷰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고 소니와 캐논은 향후 기술과 제품 관련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회신했다고 합니다.

니콘과 올림푸스는 조금 더 긴 답변을 주기는 했습니다. 다만 '소비자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며 그에 맞는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을 했지만 암호화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하네요.

암호화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디지털 이미징 분야에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암호화가 디지털 이미징 기기 보안을 지킨다면, 블록체인은 이미징 콘텐츠와 저작권을 지키는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은 보안이 우수하고 거래 기록이 남겨지는 만큼, 고가에 판매되거나 엄격한 저작권이 있는 사진의 위·변조를 막는데 유용합니다. 실제로 코닥이 발표한 사진 저작권 보호 프로그램 '코닥원'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술입니다.

사실,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도 나름 기기와 사진 저작권 보호 대책을 세웠습니다. 몇몇 최상위 DSLR 카메라에는 저작권 설정 기능이 있습니다. 사진 메타데이터(조리개, 셔터 등 촬영 정보를 담은 파일)에 촬영자 이름을 넣어주는 기능입니다. 리코이미징은 패스워드 기능을 갖춘 산업용 디지털 카메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제조사는 디지털 이미징 기기의 일련번호를 관리, 도난·분실 제품 접수 시 알맞게 조치합니다. 최근에는 캐논이 디지털 카메라·렌즈용 지문인식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이들 기능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수준이거나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디지털 이미징 업계에 암호화와 블록체인이 필요하다는 의견. 찬반 논쟁이 격렬합니다. 찬성하는 측은 보안 장점을 앞세웁니다. 확실히 암호화 기술은 기기 도난 위협과 사진 유출 우려를 줄여주니까요.

생태·상업·파인아트·다큐멘터리 등 전문 분야 사진가들은 암호화와 블록체인 기술로 자신의 작품 및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게 됩니다. 공모전이나 상업 시장에서 간혹 불거지는 사진 표절과 위작 문제도 블록체인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암호화와 블록체인 기술 개발 비용이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전가되리라는 주장입니다. 기기 분실과 도난은 개인이 주의할 문제지, 제조사가 대응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암호화 기술이 디지털 카메라에 적용되면, 어떤 형태로든 촬영 속도는 느려집니다. 지문인식이든 블록체인이든 연산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지문인식이나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면 속 터질 일이겠지요. 암호화 기술이 도난·분실 우려를 100% 없애주는 것도 아닙니다. 도난 스마트폰도 버젓이 장물로 팔리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암호화와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 이미징 업계에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유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습니다. 이들 기술이 사생활 침해와 저작권 위변조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입니다.

가상화폐 때문에 오해를 사고 있는, 블록체인의 긍정적 활용 사례로 소개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개발 비용이 들고 제품 가격도 오르겠으나,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할 겁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는, 좀 비싸더라도 애초에 튼튼한 외양간을 만드는 게 낫습니다.

디프리뷰에서는 암호화·블록체인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큽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