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를 두고 말이 많다. 가격이 높은 차가 즐비한데, 배기량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다.

2000㏄ 엔진을 얹은 국산차와 수입차는 중형 세단 기준으로 가격차이가 3000만원쯤 난다. 하지만 세금은 동일하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를 구입하는 국산차 소비자는 고가의 수입차와 비교해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이유로 차 가격으로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반대로 자동차세는 보유세, 다시 말해 운행하고 있을 때 내는 세금이어서 최초 구입가격은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당 80원의 자동차세를 매기는 기아차 모닝. / 기아차 제공
㏄당 80원의 자동차세를 매기는 기아차 모닝. / 기아차 제공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세 기준은 지방세법을 따른다. 차종이나 구입가격과 상관없이 비영업용(일반)차의 경우 1000㏄ 이하는 ㏄당 80원, 1000㏄ 초과 1600㏄ 이하는 ㏄당 140원, 1600㏄ 초과는 ㏄당 200원을 매긴다. 여기에 3년 이상된 자동차는 차령(차의 나이)에 따라 일정 조정된다.

차 가격으로 세금을 매기자는 쪽은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격 차이가 확연한데 동일 체계로 세금을 내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배기량 기준이 문제 없다는 주장은 '보유'에 방점을 찍는다. 보유의 경우 자동차가 운송수단이라는 점에서 재산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사실 재산적인 관점에서 비싼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이미 취득세를 내고 있다. 신차를 살 때 구입비용의 7%를 부과한다. 1억인 차는 700만원을, 1000만원인 차는 70만원을 내는 셈이다. 취득세는 전적으로 자동차를 재산으로 여겨 부과한다. 중고차 거래 때도 마찬가지다. 또 차가 비쌀 수록 부가세가 늘기 때문에 재산으로서의 세금 부담은 이미 충분히 한 셈이다.

보유의 관점에서는 자동차세가 있다. 그러나 보유 단계에서 어떤 기준에 맞춰야 할 지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정한 것이 배기량이다. 차를 소유하고 있는 동안 배기량이 큰 차는 기름도 많이 소비하니까 세금을 많이 매겨야 한다는 시각이다. 운행이라는 측면에서 과세 역할을 맡기는 셈이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자동차세를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보유 단계에서 매기는 자동차세는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최초 구입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면 취득세를 이중과세한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자동차는 재산적 가치가 상당하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과시형 소비재이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고가 수입차의 경우 엔진 기술의 발달로 배기량이 작으면서도 성능과 효율이 뛰어난 차가 출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덩치가 큰 차는 큰 엔진을 장착하기 때문에 세금도 그에 따라 늘어났는데, 지금은 덩치가 커도 엔진이 작을 수 있다. 수입차 세금이 적어 보이는 건 이런 이유가 있어서다.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는 배기량이 없어 연간 자동차세가 10만원에 불과하다. / 현대차 제공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는 배기량이 없어 연간 자동차세가 10만원에 불과하다. / 현대차 제공
여기에 전기차 등 새로운 동력계의 등장도 자동차세 기준에 논란을 불러왔다.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비영업용 기준으로 연간 10만원만 낸다. 현재의 지방세법은 배기량이 있는 자동차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배기량이 없는 차에 대해서는 따로 세금 기준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그밖의 승용자동차'라는 예외규정 안에서 자동차세를 부과하고 있다.

'재산'이냐, '보유'냐의 논란이 이어지고, 배기량이 없는 차가 등장하면서 자동차세 변화 요구는 어느 때보다 큰 편이다. 일각에서는 엔진 배기량에 대한 의미가 작아진 지금, 차체 크기 등을 떠나 보유하고 있을 때의 세금 기준을 '환경성'에 두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보유할 때 자동차 배출가스나 미세먼지 등을 줄여야 한다면 이렇게 바꾸자는 것이다. 보유에 의한 세금 역할이 충분하고, 세금 때문에라도 환경성이 높은 차를 선택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실제로 이런 성격의 세금이 검토되기도 했다. 환경부가 도입하려고 했던 '저탄소협력금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차에게는 부담금을 걷고, 적은 차는 인센티브를 줘서 환경적인 차에 이익을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의 반발로 도입이 쉽지 않았고, 현재는 논의 자체가 사라진 모양새다.

해외에서도 이미 탄소배출량에 따른 자동차세를 채택한 나라가 많다. 유럽연합은 가입 28개국 중 12개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자동차세를 연계하는 중이다. 독일, 핀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완전 탈퇴 이전) 등이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산업연구소 소장은 "자동차 저탄소협력금제도를 자동차세 기준으로 활용할 경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자동차세가 보유 단계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라면 배기량보다 연료효율이나 탄소배출 등에 가치를 둬서 단순히 세금만 매기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책임성을 부여자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이 경우 단순히 환경을 지킨다는 측면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동차 회사의 고효율, 친환경차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