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전자 장악한 건조기·스타일러 시장에 도전장

입력 2018.02.12 18:21 | 수정 2018.02.13 06:00

의류건조기(건조기)와 의류관리기(스타일러)는 LG전자가 선점한 시장이다. LG전자에 따르면 2017년 LG전자의 건조기 시장 점유율은 70%쯤에 달한다. 스타일러 시장도 2011년 처음 '트롬 스타일러'를 출시한 LG전자의 독점 체제로 봐도 무방하다.

삼성전자는 'LG판'이 된 건조기·스타일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금 뛰어들어도 충분히 '돈'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판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서 결국엔 판을 흔들겠다는 심산이다. LG전자도 시장 규모 확대라는 측면에서 경쟁사의 진출은 긍정적 요인이 크다는 평가다.

LG전자가 2015년 출시한 ‘2세대 트롬’ 슬림 스타일러 이미지. / LG전자 제공
13일 가전 양판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전자 스타일러와 비슷한 의류관리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양판점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타일러가 출시된 이후 LG전자 (이전 모델의)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특허청에 의류관리기의 비밀 디자인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의류관리기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시장성이 크다는 판단이 설 경우 출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실제 출시 일정이나 제품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고 출시가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LG전자의 2017년 스타일러 판매는 10만대쯤으로 추산된다. 한달 1만대가 채 되지 않는 규모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대중화에 접어들었고 향후 큰 폭 성장이 예상된다. 건조기 시장 추이가 이를 뒷받침한다.

건조기 시장 규모는 2016년 10만대였지만 2017년 60만대로 1년 만에 6배 증가했다. 미세먼지·황사 등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났고 삼성전자가 국외에만 판매하던 건조기를 2017년 3월 국내에 첫 출시한 영향이다. 2018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만대쯤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스타일러뿐 아니라 상반기 중 '14㎏급 건조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출시되는 9㎏급 대비 50% 이상 사이즈를 키웠고, 국내 시판 모델 중 가장 크다. 이불 등 부피가 큰 빨래물을 건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주도권도 잡겠다는 목표다.

◆ '퍼스트무버' LG전자 "시장 규모 확대, 바라던 바"

삼성전자의 출사표에 LG전자는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건조기 시장 규모 및 시장을 장악한 '퍼스트 무버'라는 자신감 덕분이다.

LG전자의 건조기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20.3%)의 3배 이상이다. 삼성전자의 시장 진출 이후 1년 간 건조기 시장은 6배 성장했지만, 2004년부터 지켜온 LG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더 굳건해졌다. 삼성전자의 진출에 따른 스타일러 시장 규모 확대는 오히려 LG전자가 바라던 바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스타일러라는 명칭은 타사가 사용할 수 없는 LG전자 고유의 특허다"라며 "경쟁사에서 신제품이 나온다면 다른 명칭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의 뇌리에는 의류관리기 대신 스타일러라는 이름이 각인돼있을 만큼 시장 지배력이 강력하다"고 말했다.

전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스타일러를 내놓으면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해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스타일러 시장 진출은 100만원이 넘는 제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LG전자 입장에서도 경쟁 부담 보다는 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긍정적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