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박진감 넘치는 평창 올림픽 촬영 장비를 짚어봤습니다

입력 2018.02.14 13:57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거친 숨을 내쉬며 격렬하게 경쟁하고, 경기가 끝난 후 서로를 독려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눈 깜빡할 사이 지나갈 만큼 속도가 빠른 루지와 스켈레톤, 수십 m를 날아 부드럽게 착지하는 스키 점프, 동작 하나하나 아름다운 피겨 스케이팅과 박진감 넘치는 프리스타일 스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종목들입니다.

이전까지는 고정된 카메라가 담는, 제한된 구도에서만 동계올림픽 중계를 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에 배치된 첨단 촬영 장비 덕분에 우리는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듯한 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촬영 장비가 어떻게 동작하길래 이처럼 인상 깊은 장면을 담는 걸까요?

망원 렌즈 카메라 vs 고배율 줌 카메라

가장 기본적인 장비 중 하나가 망원 렌즈 카메라입니다. 축구 경기 중계에서 선수들이 코너킥을 찰 때 자주 보이는, 사진 기자들이 들고 있는 대포처럼 생긴 렌즈가 망원 렌즈입니다. 망원 렌즈는 여러 개의 렌즈 조합으로 만들어지기에 덩치가 큽니다.

니콘 AF-S 니코르 180~400㎜ f4E TC1.4 FL ED VR 망원 렌즈로 담은 스포츠 사진. / 니콘 홈페이지 갈무리(© Joel Marklund)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고배율 줌 카메라는 렌즈 배열을 조절해 멀리 있는 피사체를 가까이 있는 것처럼 확대해서 촬영합니다. 고배율 줌 카메라와 망원 렌즈 카메라는 엇비슷하지만, 저마다 특출난 장점이 있습니다.

고배율 줌 카메라는 다양한 초점 거리를 쓸 수 있습니다. 스키점프 선수의 출발 전 표정은 망원으로, 점프대를 지나 설원에 착지하는 모습은 넓게 담는 것이 고배율 줌 카메라의 역할입니다.

망원 렌즈 카메라로는 줌을 쓸 수 없습니다. 줌을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초점 거리가 좁아 촬영에 제약 사항이 많습니다. 대신 조리개가 밝아 선수들의 순간을 잘 포착합니다. 경기 영상은 고배율 줌 카메라가, 땀방울 하나까지 살아 있는듯한 선수들의 순간 사진은 망원 렌즈가 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케이블 캠

스키 점프, 모글 스키 중계에서는 '케이블 캠'이 맹활약합니다. '와이어 캠'이라고도 합니다. 이름 그대로 케이블에 달려 정해진 궤도를 이동하며 영상을 담는 카메라입니다. 카메라가 이동할 구도에 케이블을 배치하고 카메라를 매달아 움직이는 방식이며 짐벌(흔들림 보정 도구)을 장착해 흔들림까지 줄입니다.

케이블 캠. / 케이블 캠 제조사 위럴라이트 홈페이지 갈무리
스키 점프는 점프대 궤도가 정해져 있어 케이블 캠을 설치하기 좋습니다. 점프대 바로 옆에 케이블을 설치하면 됩니다. 동계 올림픽 스키 점프 외에도 하계 올림픽 수영장에서도 케이블 캠이 유용하게 쓰입니다.

헤엄치는 선수를 따라가며 촬영하는 중계 영상 익숙할 텐데요, 사람이 따라가며 촬영하는 게 아니라 수영장 바로 옆에 평행하게 설치된 케이블 캠이 담당합니다.

케이블 캠은 '타임 랩스' 촬영 시에도 유용하게 쓰입니다. 일정 간격마다 사진을 찍어 영상으로 만들면 신비한 분위기의 타임 랩스 영상이 되는데요, 화면이 한쪽으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타임 랩스 영상을 촬영하려면 케이블 캠이나 레일이 필요합니다.

항공 촬영 드론

'항공 촬영 드론'도 각광 받고 있습니다. 사람이 갈 수 없는, 하늘을 나는 새의 시점에서 내려다본 경기장은 항공 촬영 드론으로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시끄럽고 비행 중 바람이 센 헬리콥터, 부피가 크고 높이도 제한된 지미집(Jimmy Jib, 높은 곳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돕는 크레인)을 경기장에서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항공 촬영 드론은 앞서 설명한 장비와 달리 추락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동계 스포츠 현장에서 항공 촬영 드론이 경기 중인 선수 바로 뒤에 추락한, 아찔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슬로 비디오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몸짓과 표정, 연기를 '슬로 비디오'로 천천히 감상하면 감동은 배가됩니다.

슬로 비디오 촬영 원리. 초당 수백장의 사진을 촬영해 만든다. / 소니코리아 제공
슬로 비디오는 1초에 최소 120장, 때에 따라 1000장 이상의 동영상을 촬영해 만듭니다. 영화는 1초에 24장, 일반 동영상은 1초에 30장 가량의 사진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슬로 비디오가 피사체를 얼마나 천천히 담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슬로 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스포츠 경기 촬영 시에는 고성능·상업용 슬로 비디오 카메라가 쓰이지만요.

VR(Virtual Reality)

'VR(Virtual Reality) 중계'도 눈길을 끕니다. 마치 실제 경기장에 와 있는 듯, 고개를 돌리면 시야가 함께 바뀌는 신기한 기술입니다. VR 촬영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일반 카메라는 눈 앞에 보이는 시야, 좁은 화면만 담는데요. VR 카메라는 눈앞뿐 아니라 위아래, 뒤통수에 있는 시야를 동시에 담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일반 카메라 렌즈는 대개 50º 가량의 화각을 지원합니다. 화각 숫자가 작을 수록 시야는 좁아집니다. 눈앞만 보이는 식이지요.

VR 카메라 렌즈는 180º 화각을 가집니다. 이정도 화각이면 눈앞뿐 아니라 상하좌우 모두를 담습니다. 물고기 눈이 이처럼 화각이 넓다고 합니다. 이 카메라를 앞뒤로 배치하면? 상하좌우전후 모든 시야를 담을 수 있겠지요. 따라서 사용자가 고개를 어디로 돌리든 그 방향의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프리 뷰포인트

앞으로 또 어떤 촬영 기술이 스포츠 경기의 박진감을 높일까요? 여럿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캐논 프리 뷰포인트(Free Viewpoint) 기술을 주목할 만합니다. 경기장에 배치된 카메라 수백대를 연동, 선수와 관중 사이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는 기술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래 영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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