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에 이어 '배틀그라운드'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모바일 천하였던 게임 시장에 다시금 PC 게임 시대가 열리고 있다. PC 게임 시장이 달아오르면 덩달아 뜨는 것은 역시 게이밍 주변기기다. PC의 기본 입력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주변기기가 '게이밍'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변신과 진화를 거듭해왔다. 최근 가장 잘 나가는 게이밍 주변기기 트렌드를 살펴봤다.

◆ 물 쏟아져도 음식 쏟아져도 OK! '광축' 게이밍 키보드

게이밍 주변기기를 얘기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장치가 키보드다. 특히 높은 내구성과 빠른 응답속도, 특유의 경쾌한 타건감(타이핑 느낌)을 제공하는 기계식 키보드는 지난 수년에 걸쳐 게이머들의 필수 장비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계식 키보드도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길 때가 온 것 같다. 기존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은 그대로 가지면서 단점을 개선한 '광축' 키보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신호 발생에 빛을 사용하는 ‘광축’ 스위치를 사용한 키보드는 금속 접점이 없어 반응속도가 빠르고 방수·방진 기능도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신호 발생에 빛을 사용하는 ‘광축’ 스위치를 사용한 키보드는 금속 접점이 없어 반응속도가 빠르고 방수·방진 기능도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광축 키보드는 이름 그대로 빛(光)의 성질을 이용한 키보드다. 키를 누르면 금속 스위치가 맞닿아 신호를 만들어내는 기존의 기계식 스위치 키보드와 달리, 광축 스위치는 키를 눌러 스위치 속 적외선 신호가 차단되면 입력 신호를 만들어낸다. 전기보다 빠른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기계식 키보드보다 더욱 빠른 응답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기계식 키보드의 취약점이었던 방수·방진 기능을 갖췄다는 점은 최대 장점이다. 기존의 기계식 스위치는 물이나 음료 등이 조금만 스며들어도 단락이 발생해 스위치가 고장 나기 쉽다. 당장 고장이 나지 않아도 스위치 속의 접점이 부식되어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면 대다수 광축 키보드는 높은 등급의 방수·방진 등급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물이 위에 쏟아지는 것은 물론, 단시간이라면 물에 잠겨도 고장 나지 않는다. 장시간 게임을 즐기면서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물을 먹는 게이머들에게 그야말로 이상적인 키보드인 셈이다.

게다가 광축 스위치는 기존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인 경쾌한 타건감, 키캡 교체를 통한 커스터마이징과 튜닝, 백라이트를 이용한 화려한 조명효과 등을 그대로 지원한다. 스위치 구조도 기존 기계식 키보드보다 훨씬 단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지난해 선보인 어로스의 'K9 옵티컬(AORUS K9 Optical)'과 최근 루티스에서 출시한 '루나틱 K801(Lunatic K801)' 등이 '광축' 스위치를 사용한 대표적인 게이밍 키보드다.

광축 스위치를 사용한 게이밍 키보드 ‘어로스 K9 옵티컬’(사진 위)과 ‘루티스 루나틱 K801’ / 최용석 기자
광축 스위치를 사용한 게이밍 키보드 ‘어로스 K9 옵티컬’(사진 위)과 ‘루티스 루나틱 K801’ / 최용석 기자
◆ 손쉬운 연결과 뛰어난 음질...USB 게이밍 헤드셋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인기 온라인 게임의 공통점은 2명 이상이 팀을 맺고 다른 팀과 대결을 펼치는 '팀 대항' 게임이라는 것이다. 팀 대항 게임에서 이기려면 동료들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마이크와 헤드폰이 결합된 '게이밍 헤드셋'은 정확한 게임 사운드를 들으면서 동료들과 음성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장비다.

최근 USB 방식으로 PC와 연결하는 게이밍 헤드셋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 최용석 기자
최근 USB 방식으로 PC와 연결하는 게이밍 헤드셋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 최용석 기자
기존의 게이밍 헤드셋의 대부분은 3.5mm 3극 스테레오 플러그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PC는 물론 어떠한 음향기기에도 연결할 수는 있지만 ▲연결하는 PC에 따라 음질이 각각 다르고 ▲각종 전기적인 노이즈에 취약하며 ▲헤드셋과 마이크 플러그를 각각 따로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일부 제품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4극 단자를 사용해 하나의 플러그만 사용하는 제품도 있지만, 변환 젠더가 없으면 호환성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것이 USB 방식의 게이밍 헤드셋이다. PC의 USB 포트에 케이블만 꽂으면 USB 오디오 장치로 인식되면서 하나의 케이블로 게임 사운드를 들으면서 음성 채팅이 가능하다.

USB 연결 방식을 채택한 게이밍 헤드셋인 제닉스크리에이티브의 ‘스톰엑스 H3’(왼쪽)와  ‘루티스 H711’ / 제닉스크리에이티브, 루티스 제공
USB 연결 방식을 채택한 게이밍 헤드셋인 제닉스크리에이티브의 ‘스톰엑스 H3’(왼쪽)와 ‘루티스 H711’ / 제닉스크리에이티브, 루티스 제공
또한, USB 게이밍 헤드셋은 PC 본체의 내장사운드와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사운드 칩셋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사용하는 PC의 형태와 종류에 상관없이 늘 같은 음질을 제공하며, 아날로그 오디오가 아닌 '데이터'만 주고받기 때문에 더욱 노이즈 없는 깨끗한 사운드 청취 및 음성 채팅이 가능하다.

USB 단자에 케이블 하나만 꽂아서 바로 사용 가능한 편리함과 더욱 뛰어난 음질 및 편의성을 제공하는 USB 게이밍 헤드셋은 번거로운 설정이나 세팅 없이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요즘 게이머들과도 잘 어울린다.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제닉스의 '스톰엑스 H3(StormX H3)' 헤드셋과 루티스가 광축 키보드와 함께 선보인 '루티스 H711(Lutis H711)'은 물론, 다양한 주변기기 업체들이 올해 들어 USB 게이밍 헤드셋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