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1980년대 오락실 기계를 닮은 미니 게임기 '쌍문동 우주 오락실' 상자에는 '딱딱이・줄동전・쇠자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딱딱이'는 담배 라이터 등에 탑재된 점화 장치다. 전기 스파크를 일으키는 딱딱이는 오락실 게임기에서 쇠로 만들어진 동전 넣는 부분에 대고 전기적 충격을 가해 마치 동전을 넣은 것처럼 게임의 코인 수가 증가된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게임에 눈이 먼 소년(오락실 점주 입장에서는 악동들)이 자주 사용한 아이템이다.
줄동전과 유사한 또 다른 방식은 '테니스 줄'이 있다. 굵은 테니스 라켓 줄을 끊어 구부린 뒤 오락실 게임기 동전 투입구에 넣어 이리저리 움직이면 게임기 코인 수가 늘어난다. 줄동전에 비해 성공확률은 낮은 것은 흠이다.
딱딱이・줄동전은 오락실로 생계를 유지하는 점주 입장에서 '영업방해' 행위였기에, 소년들의 이런 치트(Cheat) 행위 발각은 '부모 소환', '벌서기', '오락실 청소' 등 엄벌로 연결됐다.
이제는 추억이 돼 버린 이런 오락실 이야기는 사실 한국 만이 아닌 1970~1980년대 오락실 문화를 만들어내고 향유했던 모든 나라에서 공통된 것이다.
40대 일본인 남성 기무라씨는 "줄동전・딱딱이 하다 오락실 주인에게 걸린 소년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 일본 오락실에는 줄동전 등 치트가 통했지만 1980년대 초반부터는 오락실 게임기 코인 체크 기계 구조가 바뀌면서 줄동전이 아예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오락실 자체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인 만큼 관련 문화는 동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 애니메이션 등 팝컬처 콘텐츠에 영향 끼친 1980 오락실 문화
1980년대 오락실 문화는 지금도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 팝컬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07년 일본 현지 방영된 TV애니메이션 '라키스타(らき☆すた)'에는 일본의 오덕 문화 외에도 '쇠자 연타' 등 1980년대 오락실 문화를 고스란히 그려냈다.
쇠자를 대신할 수 있는 도구는 '동전'과 가챠퐁 뽑기 장난감 껍데기 등이 있다. 동전을 이용한 일명 '동전갈기' 기술은 오락기 조이스틱 버튼에 쉽게 상처를 낸다는 이유로 일부 오락실서 금지되기도 했다.
1970~1980년대 오락실 문화는 국외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인기작은 2012년에 공개된 '100엔 더 재패니스 아케이드 익스피리언스'다. 브래드 크로포드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1980년대 전 세계 게임 문화를 주도했던 일본 오락실의 이야기를 담았다.
◆ 레트로 게임 문화의 인기
안타깝게도 전 세계 오락실 수는 줄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영화관과 테마파크 혹은 서울 홍대입구 주변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1980년대 게임 황금기를 이끌었던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 '경찰백서'에 따르면 일본 지역 오락실 수는 1986년 2만6573곳에서 2016년 4542곳으로 전성기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오락실 게임 문화를 향유했던 30세부터 60세쯤까지 게임 마니아가 창고를 빌어 오락실을 만드는 등 독자적인 레트로 게임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마니아는 집에 과거 오락실서 사용됐던 브라운관 화면을 갖춘 게임기를 한 두 대쯤 기본적으로 갖고 있으며, 게임 소프트웨어를 담은 게임 기판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 명작 게임을 탄생시켰던 게임 크리에이터를 불러 게임 제작 당시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벤트도 벌인다.
일본의 고전 레트로 게임 문화 이벤트는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게임 전문 기업 세가홀딩스는 4월 14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열리는 게임 이벤트 '세가페스 2018'에서 자사 게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뮤지엄을 운영한다. 일본의 레트로 게임 관련 이벤트는 개인과 기업 구분없이 지속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 1980년대 오락실 게임 담은 상품, 국내서도 인기
80년대 오락실을 포함한 레트로 게임 문화 인기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에 따르면 2018년 1월 고전 레트로 게임기 관련 매출은 전년 같은 달 대비 436%, 주문 수는 289% 증가했다. 에누리는 1200개쯤 옛날 오락실 게임이 담긴 '월광보합' 시리즈와 3만원쯤에 구입할 수 있는 쌍문동 우주 오락실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이제 하나 남은 국내 오락실 게임기 유통상가인 영등포 유통 전자상가의 한 업자는 "3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집에 설치 가능한 오락실 게임기 수요가 과거보다 증가했다"고 말했다. 인기 제품은 과거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보던 40만원쯤에 구입할 수 있는 작은 오락실 게임기라고 설명했다.
용산 등 게임 전문 상가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월광보합 게임 기판을 오락실용 조이스틱에 내장한 게임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 게임기는 HDMI 영상 단자로 TV에 쉽게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월광보합 이름으로 판매되는 게임기는 대부분 이런 형태라고 보면 된다.
월광보합 오락실 게임기 구매자가 알아야 할 것은 게임기 속 콘텐츠는 원저작권자와 협의되지 않은 카피 상품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가 불법복제 상품인 줄 알면서 이들 상품을 판매하는 까닭은 오래된 게임 콘텐츠에 대한 국내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㊹미래 아닌 현실세계에 로봇 등장시킨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㊸3등신 로봇의 선구주자 '마신영웅전 와타루'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㊷18년만에 부활한 자칭 미소녀 마법사 '리나 인버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㊶일본 미소녀 캐릭터의 기준 만든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㊵남자에서 여자로 변신하는 '란마1/2'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㊴1억권 넘게 팔린 만화 '슬램덩크' 후속작은 언제?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㊲부활 신호탄 쏴올린 열혈SF 대명사 '톱을 노려라'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㊱80년대 만화 패러디 결정체 '프로젝트 에이꼬'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㉟드래곤볼 탄생에 결정적 역할한 개그만화 '닥터 슬럼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㉞드래곤볼 주인공은 손오공?…치치·18호·비델 등 강한 언니들 즐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㉝드래곤볼, 원래 피콜로대마왕서 만화 끝낼 예정이었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㉜7년 기다린 에반게리온 극장판 마지막편 2020년 개봉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㉛리얼로봇의 정점 '장갑기병 보톰즈'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㉚돈 문제로 아톰 후속작 탄생 불발했지만…'제타마르스'가 바통 이어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㉙사람의 마음 가진 로봇 '아톰' 어떻게 탄생됐나?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㉘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건담'…기대반 불안반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㉗로봇 만화 인기 초석 마련한 '철인28호'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㉖마크로스 3대요소 '발키리·여주인공의 노래·삼각관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㉕냉전시대 '음악'으로 적의 사기를 떨어뜨린 '민메이 어택'…로봇 애니의 '혁명'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㉔건담 팬 174만명이 뽑은 최고의 건담 애니 작품은?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㉓반다이 먹여살린 '건담'…원래는 '로봇' 아니었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㉒권선징악 깨뜨린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콤바트라V·볼테스V'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㉑마징가Z로 촉발된 변신·합체 로봇 붐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⑳상식을 뒤집는 역발상으로 마징가Z 만든 만화가 '나가이 고'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⑲80년대 소년 가슴 설레게 한 '러브코미디' 만화 작품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⑱빚 갚다가 '에반게리온' 등 SF명작 탄생시킨 '가이낙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⑰슈퍼로봇이 우주에서 날아와야 했던 까닭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⑯ 누가 '밍키'를 죽였나?…변신 마법소녀 획 그은 밍키모모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⑮빨간머리앤 만든 애니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 타계…미야자키 하야오 '충격'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⑭매그넘과 100톤망치 '시티헌터' 2019년 부활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⑬80년대 꿈꿨던 SF속 미래 세상 얼마나 실현됐나?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⑫슈퍼히어로 역사의 시작 '마블 코믹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⑪ '캔디'는 결국 누구랑 결혼했나?…애니 결말은?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⑩아재들에게 꿈과 상처 함께준 '태권브이'…국내 표절 로봇 총정리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⑧독수리오형제부터 데카맨까지…1970년대 SF액션 히어로 양성소 '타츠노코프로'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⑦고양이 탈쓴 소녀 '헬로키티'의 배신은 유죄?무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⑥오락실 먹여살린 '대전게임'의 아버지 스트리트파이터2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⑤43년간 악과 싸우는 '파워레인저'…그 시작은 월광가면과 가면라이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④아르카디아·오디세이·나데시코…향수 자극하는 우주전함의 역사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③1970년대 꽃핀 열혈 '슈퍼로봇' 붐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②비밀 간직한 은하철도999 속 '메텔'의 정체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① 40년전 종영한 마징가Z 결말 기억하십니까?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㊳"너는 이미 죽어있다" 명대사 남긴 80년대 하드보일드 액션 '북두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