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게이트로 한국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것이 크다. 다시 소비자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 / 폭스바겐그룹 제공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 / 폭스바겐그룹 제공
마티아스 뮬러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6일(현지시각) 개막한 2018 제네바모터쇼 현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남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뮬러 회장은 "전동화(e-모빌리티)가 중심이 된 전략 2020은 디젤 게이트 이전부터 우리가 계획해 왔기 때문에 직접적 관련은 없다"며 "디젤 게이트가 현재 폭스바겐의 가장 큰 문제이고, 디젤차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좋지 않지만 한국과 관련해 더 중요한 것은 우리는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고, 이 부분의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만 우리는 디젤을 비롯한 내연기관에 대한 미래가 아직은 있다고 본다"며 "향후 10년간 내연기관과 전기 파워트레인 등 다양한 동력기관이 혼재 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모든 동력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전세계에서 각각의 동력계를 필요로 하는 시장에 적절하게 투입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폭스바겐그룹이 준비한 것은 '한국 신뢰회복 플랜'이다. 조만간 이뤄질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소상히 알려질 것이라는 게 뮐러 회장의 말이다. 이 플랜에는 밑바닥까지 추락한 아우디, 폭스바겐 브랜드의 신뢰 향상을 위한 계획과 양질의 서비스, 딜러와의 협업, 새로운 포트폴리오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와 관련 마티아스 뮐러 회장은 "과거 한국에서 아우디, 폭스바겐이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이런 과거의 성공을 이을 것"이라며 "18개월 전에 일어난 비극적인 일(대규모 인증취소)은 되돌릴 수 없는 안타까운 것이었지만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고객과 함께 한국 정부의 신뢰 회복에도 노력할 계획"이라며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성장하고, 다시 성공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중인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 / 폭스바겐그룹 제공
인터뷰 중인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 / 폭스바겐그룹 제공
한편, 현재 추진 중인 로드맵 E와 관련해 마티아스 뮐러 회장은 "우리는 기후 보호에 큰 의무를 갖고 있고, (특히 유럽에서) 엄격한 법적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며 "자동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반드시 단정하긴 어렵지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략 2020은 전형적인 자동차 회사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회사로 바뀌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가 폭스바겐그룹의 미래 전략에 있어 장점으로 꼽는 부분은 12개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용 면에서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 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최근 폭스바겐 전동화 전략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MEB(모듈러 일렉트릭 드라이브 키트)가 대표적이다. MEB 플랫폼은 소형차부터 각급 SUV, 대형 세단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서도 하드웨어(플랫폼)와 동일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뮐러 회장의 생각이다.

폭스바겐그룹과 현재 협업 중인 삼성, LG 외에 다른 협업이 준비돼 있느냐는 질문에 뮐러 회장은 "현재 어떤 회사와 말이 오고 가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삼성, LG는 우리의 큰 부품공급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소개한 자율주행 스쿨버스 콘셉트 세드릭. / 폭스바겐 그룹 제공
폭스바겐이 소개한 자율주행 스쿨버스 콘셉트 세드릭. / 폭스바겐 그룹 제공
자율주행, e-모빌리티, 모빌리티 서비스, 디지털 네트워크 등 폭스바겐그룹이 나아갈 방향으로 설정한 미래 모빌리티는 현 시점에서 많은 투자가 불가피하다. 각 분야에서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여서다. 결국 전통적인 캐시카우일 수밖에 없는 내연기관차의 판매와 성장이 불가피 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뮐러 회장은 "모든 자동차 회사의 고민이 여기서 시작한다"며 "우리는 이미 많은 내연기관을 갖추고 있고, 차세대 버전에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한세기 동안에는 진보한 내연기관 기술을 고객에게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요타는 유럽에서 디젤차의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최근 선언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향후 10년간 340억유로(45조원)를 투자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내연기관 기술 개발에 관한 것도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판매 계획에 대해선 "2018년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국에 공장을 지을 생각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한국내 공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