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온종일 스마트폰 알림에 휩싸여 있는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은 사회의 고민거리다.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뜻하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라는 말이 생기자, 반대로 스마트 기기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현대인의 필수 기기로 자리매김한 스마트폰은 도대체 인간의 뇌에 무슨 일을 일으킨 걸까?

최근 중요한 약속을 잊지 않고, 친구와의 교류를 위해 스마트폰은 정말로 필요한 기기인가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와 시선을 끈다.

2017년 7월 31일 서울 연세대 인근 횡단보도 모습. 우산을 쓴 시민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 길을 건넜다. / 조선일보DB
2017년 7월 31일 서울 연세대 인근 횡단보도 모습. 우산을 쓴 시민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채 길을 건넜다. / 조선일보DB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1일(현지시각) 내분비학자 로버트 러스티그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휴대폰 알림은 인간의 두뇌가 일정한 스트레스와 공포의 기억에 빠지도록 훈련한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러스티그의 연구 결과대로라면, 휴대폰은 우리 뇌의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을 다루는 전두엽 피질에 영향을 미쳐, 뇌가 잠시 '일시 정지(Shut down)'되는 상태로 만든다.

또한, 휴대폰에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은 사람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보통 사람의 97.5%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슈퍼 테스커(super taskers)'는 전체 인간의 2.5%에 그친다.

문제는 휴대폰 알림이 뜨거나, 휴대전화 벨이 울릴 경우 보통 사람은 기존에 하던 일의 집중도가 흩어진다는 것이다.

휴대폰 알림이 울리면 한 가지 일을 하다 다른 일을 할 때 관심을 이동시키는 이른바 '전환 비용'이 늘어난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는데 드는 전환 비용은 몇 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순간에 들어가는 전환 비용은 이보다 크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이어는 "전환 비용이 우리 두뇌 에너지의 40%까지 소비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게다가 휴대폰으로 인해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실제로는 할 수 없는 일을 동시에 하도록 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두뇌 능력을 사용하는 용도를 선택해야 한다"며 "휴대폰이나 디지털 기기가 작업 부하를 줄일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오히려 우리의 뇌를 아프고 게으르게 만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