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투싼으로 확대되는 H트랙…제네시스 어쩌나

입력 2018.03.13 06:19

현대자동차가 최근 SUV 제품군에도 사륜구동 시스템 H트랙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H트랙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서 이미 사용해온 것으로, 업계는 고급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의 기술명 통일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다. 게다가 제네시스와 현대차 브랜드의 사륜구동은 기술 지향점이 달라, 명칭을 통일하게 되면 제네시스의 고유성이 침범받을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H트랙 로고. / 현대차 제공
H트랙은 현대차를 의미하는 영문자 'H'와 '트랙션(traction·정지마찰력)'의 합성어로, 도로 상태나 환경에 따라 전후 구동축에 구동력을 전자식으로 배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2013년 선보인 2세대 제네시스(現 제네시스 G80)의 전자식 4WD에 H트랙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이어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現 제네시스 EQ900) 등에도 H트랙을 채용했고, 현대차 사륜구동 시스템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H트랙을 활용해 왔다.

다만 SUV 제품 계열에서는 H트랙을 사용하지 않았다. '세단 제품군의 사륜구동'이라는 상징성을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이는 세단과 SUV에서의 사륜구동 쓰임새가 다른 것과 무관치 않다. 일반적으로 SUV의 사륜구동은 각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력이 험로 주파에 이용된다.

세단의 사륜구동은 주행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 네바퀴를 모두 굴린다는 특성 도로 접지력을 높이고, 각 바퀴에 더 많은 힘을 걸어 가속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또 곡선주로에서 차가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원심력을 제어하며, 차가 미끄러지기 쉬운 비나 눈이 오는 등 악천후 속에서 능력을 발휘한다.

제네시스 G80에 들어간 H트랙. / 제네시스 홈페이지 갈무리
2015년 제네시스가 브랜드 분리를 이뤄내면서 H트랙은 '제네시스의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역할이 바뀐다. 이후에도 현대차 SUV의 사륜구동은 '전자식 4WD'라고 불렸다. 때문에 H트랙은 제네시스와의 이름 연관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제네시스의 사륜구동으로 남았다.

다만 2018년 2월 21일 출시한 신형 싼타페에 SUV 계열 중에서는 처음으로 H트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별도 기술명으로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H트랙은 향후 2018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투싼 부분변경 모델과 맥스크루즈 후속 모델에도 적용된다. 다시 말해 제네시스에서 시작된 H트랙이 현대차 SUV 제품 전반에 확대되는 셈이다.

별도 이름으로 기술을 표현하는 방법은 이미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메르세데스-벤츠 4매틱, BMW x드라이브, 아우디 콰트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같은 그룹 소속의 고급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가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BMW그룹은 BMW에는 x드라이브, 미니는 올4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의 경우 4모션, 아우디는 콰트로를 활용한다. 이는 대중 브랜드와 고급 브랜드간 기술적 지향점이 달라서다.

현대차의 H트랙과 제네시스의 H트랙도 기술 내용이 다르다. SUV와 세단이라는 형태적 차이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구동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SUV 제품군에 적용되는 사륜구동은 PTU(전륜형 AWD)로, 평소 앞바퀴에 구동력을 100% 보내다가 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힘을 50% 건다. 제네시스가 채용한 것은 이와 반대로, 앞 40%, 뒤 60%로 구동력을 유지하다가 때에 따라 앞에 100%를 보낸다. 또 뒤에 90%의 힘을 싣기도 한다. 즉, 뒷바퀴굴림(FR)에 기반한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신형 싼타페에 선명하게 들어간 H트랙 로고. / 현대차 제공
때문에 업계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모두 H트랙를 사용하게 되면 제네시스가 잃는 것이 많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경우 고급 브랜드에 먼저 붙여져 브랜드 로열티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하지만 제네시스는 대중 브랜드와 동급으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현대차는 '현대 스마트 센스',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콘트롤'로 나눈 것은 좋은 예다. 사실상 동일 기술이지만 브랜드 전략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인 것. 따라서 사륜구동 시스템 또한 별도의 용어 전개로 각각의 브랜드를 높여주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업계 인식이다.

자동차 브랜드 한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태어난 제네시스가 브랜드 분리 전부터 'H트랙'을 사용하고, 분리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H트랙'을 가져가게 됐지만 현대차 제품군에 H트랙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제네시스가 손해를 보는 형국"이라며 "어차피 H트랙은 현대차 기술 용어인 만큼 제네시스는 고급차에 어울리는 새 언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