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굴기(崛起)를 선언한 중국은 2017년 공격적인 시설투자를 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2018년 물량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TV용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이 시장을 주도해온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한발 앞선 기술로 만든 8K 초고해상도 패널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88인치 8K OLED 디스플레이. /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의 88인치 8K OLED 디스플레이. / LG디스플레이 제공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열린 '2018년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에서 2017년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출하량을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중국 징둥팡(BOE)은 21% 점유율을 기록하며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선두 자리에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출하량 기준 20%의 점유율로 2위로 내려앉았다. 2016년만 해도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23%, BOE는 19%였다. 뒤이어 대만 이노룩스가 16%, 삼성디스플레이가 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7년 전체 대형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7억649만대로 집계됐다.

면적과 매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한국이 앞선다. 2017년 대형 디스플레이 면적 기준 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23%로 1위를, 삼성디스플레이가 17%로 2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이노룩스 15%, BOE 14% 순이었다.

매출 기준 점유율에서도 LG디스플레이가 2009년 4분기부터 2017년 4분기까지 37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의 30.2%를 가져갔다. BOE는 14.3%, 이노룩스는 13%, 삼성디스플레이는 12.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55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BOE가 2017년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캐파)을 늘리며 올해부터는 55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LG디스플레이를 빠르게 추격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BOE는 허페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10.5세대(2940㎜×3370㎜) LCD 생산공장 B9을 건설하고, 4월 가동을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산 규모를 늘려 65인치 이상 LCD를 200만대 이상 생산한다는 목표다.

정윤성 IHS마킷 상무는 "55인치 이상 대형 TV 분야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다"며 "2019년부터는 LCD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시장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중국보다 기술력이 5년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OLED를 필두로 LCD 시장에서는 8K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OLED TV가 전체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2500달러(268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중국도 OLED 개발에 나섰지만, 기술 장벽에 막혀 대형 디스플레이 양산은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4K UHD(3840×2160)보다 4배 높은 해상도의 8K(7680×4320) 디스플레이도 프리미엄 TV 시장의 판을 키울 무기 중 하나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98인치 크기의 8K LCD 디스플레이를, LG디스플레이는 88인치 크기의 8K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상태다. 8K 디스플레이는 제조 원가가 4K보다 2배 이상 들기 때문에 단시간에 확산되기는 어렵지만,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더 큰 TV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한편, IHS마킷은 지난해 5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출하량 점유율을 한국 50%, 중국 25%였으나, 올해는 한국 48%, 중국 30%로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면적 기준으로도 지난해 한국 41%, 중국 27%였다면 올해는 한국 39%, 중국 30%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