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에 걸쳐 공방을 이어온 오라클과 구글 간의 '자바 전쟁'에서 오라클이 승리했다. 구글은 오라클에 10조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형편에 처했다.

자바 로고. / 오라클 제공
자바 로고. / 오라클 제공
27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하면서 자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허락 없이 이용한 것은 오라클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오라클은 구글에 애초 90억달러(9조6350억원)의 배상을 요구했지만, 소송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면서 배상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사간 소송은 8년 전인 2010년 오라클이 자바를 개발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불붙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할 때 자바를 이용했다. 자바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면서 쓴 37개의 자바 API의 경우 오픈소스가 아니라 선언 코드가 포함된 저작권 대상이라며 구글을 대상으로 한 소송을 걸었다. API는 특정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페이스다.

오라클과 구글은 소송에서 번갈아 가며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 2012년에는 자바가 저작권법 보호를 받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오라클은 항소를 통해 2014년 워싱턴 연방 구역 연방항소법원에서 자바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이후 양사는 오라클의 자바 저작권을 인정하되, 구글이 라이선스 계약 없이 사용한 것이 저작권법의 공정 사용 원칙 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재판을 벌였고 2016년 구글이 승소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서 다시 오라클이 웃게 됐다.

공정 사용 원칙이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이라도 학술 연구나 개인적 용도,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 저작권자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모바일 생태계가 자바 API를 통해 혁신을 거듭해 지금의 발전을 이뤘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항소법원은 오라클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 외에도 전 세계 수많은 IT 업체가 자바 등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는 만큼 이번 판결이 IT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전망이다.

구글은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자바가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인식을 법원이 뒤집은 것으로 무척 실망스럽다"며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는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