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최근 정부와 국내 언론들의 분위기는 기업들의 ICO(암호화폐 공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있어 ICO는 초기 시장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김승기 써트온 대표는 조선미디어그룹 정보통신기술 전문매체 IT조선이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한 '블록체인·암호화폐 콘퍼런스 2018'의 강연자로 나서 블록체인 기술과 ICO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기 써트온 대표. / IT조선
김승기 써트온 대표. / IT조선
신규 사업 투자에 대해 수동적인 정부와 기존 기업,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ICT 스타트업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초기 투자를 받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ICO를 통한 공개 투자 유치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문서인증 플랫폼 '애스톤(ASTON)'을 선보였다. 애스톤은 보편화한 전자문서 기반 업무 환경에 블록체인 기반 문서인증 플랫폼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전자문서가 업무에 도입되면서 더는 종이 서류를 쌓아둘 필요는 없지만, 여전히 문서를 저장할 공간과 위조 및 변조를 막기 위한 보안 수단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법을 도입하면 제삼자의 검증 없이도 문서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애스톤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기법인 '엑스 체인(X-Chain)'을 사용한다. 데이터가 모든 사용자에게 분산 저장되는 기존 블록체인과는 달리, 엑스 체인은 일종의 '폴더' 개념을 적용, 해당 문서와 관계된 사용자들 사이에만 데이터가 분산 저장되고 검증된다.

무분별한 데이터 용량 증가를 억제해 전체 네트워크의 부담은 줄이고, 속도도 빠른 것이 장점이다. 문서를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에 분산 저장하고, 필요할 때만 다시 재조합할 수 있어 상시 보관할 저장공간도 필요 없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특허까지 냈다.

그러나 이러한 괜찮은 아이디어와 기술도 ICO가 없었으면 빛을 못 볼 뻔했다. 애스톤은 지난해 12월 ICO를 통해 10억개 코인을 선발행하고, 약 2만5000개의 이더리움(ETH)을 확보했다. ICO를 더 늦추고 발행 코인의 양도 더 늘릴 수 있었지만 9월에 ICO 규제 법안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과감히 포기했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해외보다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정부 기관은 물론, VC들도 당장 '실적'이 없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실증 사업은 실적은 만들 수 있어도 돈이 안 되기 때문에 경영조차 힘들다. ICO를 안 했으면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써트온은 블록체인의 단점 중 하나인 최초 작성자 및 소유권 인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인증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았다.

4월에는 기술 백서를 공개하고 6월에는 핵심 코드를 개발해 올해 안에 애스톤 메인 네트워크를 론칭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 이름도 제대로 블록체인을 다루겠다는 뜻에서 지난주 '엑스블록 시스템즈(X-BLOCK SYSYEMS)'로 바꾸었다.

김 대표는 "정부가 ICO 관련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면 오히려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다. 규제가 마련되면 그 틀 안에서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다"며 "블록체인 기술 및 ICO에 대해 정부 및 여론의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고 건전한 시장을 만들려면 업계 관계자들의 더 많은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