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극화 시대 중소게임사 성공 키워드는? "익숙함, 낯섦, 뾰족함"

입력 2018.04.06 11:13

국내 게임 시장은 중소 게임사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대형 게임사에 매출과 사용자가 집중된 시장 구조 때문이다. 중소중견 게임 개발사의 몰락으로 게임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한 상태다.

건강한 게임 산업을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허리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 중견 게임사가 살아남고 성장이 뒤따라야만 허리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IT조선은 게임 전문 투자사인 박재찬 센트럴투자파트너스 이사와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를 만나 중소 게임사의 성공적인 투자 유치 전략과 성장 비법을 들어봤다.

박재찬 센트럴투자파트너스 이사(왼쪽)와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 / IT조선 DB
◆ 중소 게임사 익숙함에 낯섦으로 대응하라

"중소 게임사가 투자를 잘 받기 위해서는 투자사(VC)의 시선을 끌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 제품은 익숙한 듯 낯섦을 바탕으로 해야 성공적인 투자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박재찬 센트럴투자파트너스 이사는 하루에만 수백 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익숙하지만 낯선 게임을 개발해야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수많은 게임을 검토하면서 최종 투자를 한 게임의 특성을 정리한 결과다.

박 이사는 게임 투자 전문가다. 그는 블루홀을 비롯해 로드컴플릿, 비누스엔터테인먼트, 레전드 야구 등 다양한 게임사를 투자했다. 2017년 코리아VC어워즈 문화부문에서 최우수 심사역으로 문화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박 이사는 "기존 게임과 90% 이상 비슷해도 1~2% 새로우면 그게 게임을 성공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면서 "얼마나 새로운 것을 만드느냐는 결국 창업자나 개발자의 꿈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로드컴플릿이 개발한 ‘크루세이더 퀘스트’ 모바일 게임. / 로드컴플릿 제공
로드컴플릿이 만든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센트럴투자파트너스가 투자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게임 중 하나다. 당시 비슷한 장르와 콘셉트를 지닌 게임이 있었지만, 시스템이나 그래픽 면에서 독특함을 지녔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2014년 11월 출시해 10개월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2년 3개월만에 글로벌 2000만 다운로드를 대기록을 세웠다.

이 게임을 개발한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는 "익숙하면서도 독특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서머너즈워와 함께 괄목한 성과를 낸 게임이다.

배 대표는 과거 퍼즐 미니 게임 '디스코 판다'를 출시했다가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다. 디스코 판다는 익숙한 퍼즐 게임에 색다른 모드나 방식을 넣어 시장에서 꽤 주목받았지만, 카카오 기반 게임 붐이 꺼진 데다 해외 진출 실패 등으로 돈을 벌지 못했다. 배 대표는 "디스코 판다 경험을 돌이켜 보면서 독특함의 중요성과 함께 익숙함과 낯섬의 적절한 배합을 찾는 감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 장르 구분이 묘해진 시장...뾰족한 게임을 개발해라

박 이사는 중소형 게임사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힘든 시대인만큼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형 게임보다는 특정 이용자를 겨냥한 '뾰족한' 게임을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 투자를 받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게임사는 대기업 답게, 중소 스타트업 개발사는 그에 맞게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게임사의 기획자가 주도하는 톱다운(top-down)보다는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게임 콘셉트를 잡아내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장르로 게임을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고, '어떤 사용자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인기 IP로 만든 게임이 나을 수도 있고 미소녀풍 게임이나 절묘한 방치형 게임이 답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신선한 모바일 게임들.
뾰족함 게임의 대표적인 예는 최근 인기를 끄는 '어비스리움'과 '물고기 길들이기', '좀비 고등학교' 등이 있다. 장르를 정의하기 힘든 방식의 '갑툭튀(갑자기 튀어나온)' 같은 게임이다.

특히, 좀비고의 경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중심의 게임이지만 에피소드를 추가하고 단순한 모드를 더하는 방식으로 특성화된 장르의 반영까지 올랐고, 인디 게임으로는 구글 매출 순위 톱10에 인기를 끌었다.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 "예상치 못하는 장르가 나와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면, 올해 시장도 독특한 콘셉트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며 "롤플레잉게임(RPG)은 대형 개발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이기에 게임성의 혁신과 플랫폼의 혁신, 과감한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소규모 게임들이 투자는 물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고 말했다.

◆ 재기지원펀드 연대보증 폐지...좋아진 시장 더욱 과감하게

박 이사는 국내 게임 투자 시장은 그래도 2~3년전과 비교하면 나이진 상황이라고 했다. 그동안 게임 투자의 옥석가리기가 이어졌고 성과도 나면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대보증까지 폐지돼 창업 환경도 좋아졌다.

박 이사는 과거 투자 시장과 관련해 "불과 3년전 중소 게임사들이 투자를 받기 어려웠던 것은 시장에 사기꾼이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2015년에서 2017년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스타트업 게임사가 줄줄이 망하면서 투자 분위기도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시장이 산업화, 투명화했다는 것은 플레이어가 장난칠 수 없는 구조로 변화 됐다는 것"이라며 "이제 이용자 눈높이도 높아진 상태여서 대규모 마케팅도 큰 의미가 없다. 특정 이용자를 겨냥해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과감한 움직임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로드컴플릿 회사 로고에서 기념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배정현 대표와 박재찬 이사. / IT조선 DB
배 대표는 재기 지원 펀드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 펀드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이 제일 반가웠다"며 "과거에는 실패가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그 실패도 경험으로 남아 새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글로벌로 진출이 쉬워 소규모 팀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 대표는 과거의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준 룰더스카이 조직을 예로 들며 "지금은 대형 퍼블리셔 없이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글로벌 이용자까지 공략해 충분히 회사를 이끌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중소 스타트업 게임사도 과감하게 투자를 받고 움직여도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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