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업계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D램 업황 호조가 이어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지만, 디스플레이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추락하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삼성전자 2세대 10나노 D램.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2세대 10나노 D램. / 삼성전자 제공
◆ 꺾일 줄 모르는 D램 상승세…삼성전자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가 6일 시장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2018년 1분기 잠정실적을 내놓자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대표주인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5조1469억원을 또 한 번 경신했다. 앞서 증권가에서 내놓은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 14조6653억원을 뛰어넘은 수치다.

호실적의 견인차는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1월 D램의 기가비트(Gb)당 가격이 0.97달러(1037원)로 지난해 1월과 비교해 47%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반도체 업황 자체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적어도 향후 2~3분기 이내에 반도체 업황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증권가에서 내다보는 SK하이닉스의 2018년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39.95% 오른 8조8021억원, 영업이익은 77.73% 증가한 4조3857억원이다. 연초 증권가에서 예측한 영업이익 전망치와 비교해 꾸준히 상향 조정된 점이 눈에 띈다. 최종적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조4658억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 중국발 LCD 악재 현실로…삼성·LG디스플레이 '휘청'

지난해 반도체 업계와 함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디스플레이 업계는 해가 바뀌자마자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뀐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력 사업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 부진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조원쯤 줄어든 3000억~4000억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애플 아이폰X에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며 실적에 날개를 달 것으로 주목받았으나, 아이폰X의 예상 밖 부진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세에 1분기 영업이익이 바닥을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335억원 수준으로,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6년 만에 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임원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법인카드 사용을 줄이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LCD 패널 물량 공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징둥팡(BOE)은 세계 최대 규모의 10.5세대(2940×3370㎜) LCD 패널 공장을 지난달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차이나스타, 폭스콘 등 다른 중화권 업체도 잇달아 LCD 패널을 쏟아내면서 공급 과잉을 유발했다. TV용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7월 230달러(24만5870원)를 기록한 이후 8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져 올 3월 들어 174달러(18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일본이 LCD 주도권을 한국에 내주면서 TV 사업까지 내줬던 전례를 고려하면 중국의 굴기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뿐 아니라 TV 제조사에게도 위기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당시와는 달리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찌감치 OLED를 성장 동력으로 삼은 만큼 차별화된 적용 사례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