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정보 유용 파문에 휩싸인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상대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미 의회 청문회가 저커버그의 화려한 워싱턴D.C 데뷔 무대로 끝나는 모양새다.

저커버그는 총 10시간에 걸쳐 진행된 청문회에 평소와 다르게 정장을 차려입고 등장했다. 그는 '그래서(So)'라며 말을 시작하는 평소 습관 대신 답변에 앞서 "상원의원님", "하원의원님"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겸손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페이스북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11일(현지시각) 미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워싱턴포스트 청문회 라이브 갈무리
11일(현지시각) 미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워싱턴포스트 청문회 라이브 갈무리
10일(이하 현지시각) 미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 합동 청문회 청문회에서 방어전에 성공한 저커버그는 11일 미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전날보다 다소 강도 높은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의원들은 핵심을 비켜나간 질문을 하기 일쑤였고, 저커버그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CEO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일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페이스북이 작동하는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질문도 나왔다.

한 상원의원이 "페이스북을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죠?"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저커버그가 "광고로 돈을 법니다"라고 답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의원 대다수가 페이스북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및 데이터 수집 정책에 대한 예리한 질문 대신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이 많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저커버그는 상・하원 의원의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넘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프랭크 팔론 하원의원(민주당)이 '개인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기 위해 페이스북 기본 설정을 강화하겠냐'고 질문하자, 저커버그는 "한 단어로 대답하기 힘든 복잡한 문제"라며 얼버무렸다. 또한,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 모델을 변경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의원님,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사실상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각) 미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취재진에 둘러쌓여있는 마크 저커버그(책상 앞)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워싱턴포스트 청문회 라이브 갈무리
11일(현지시각) 미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취재진에 둘러쌓여있는 마크 저커버그(책상 앞)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워싱턴포스트 청문회 라이브 갈무리
페이스북 개인 정보 유용 논란으로 촉발된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를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간에 이견도 포착됐다. 민주당은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당, 메사추세츠) 의원은 "개인 정보를 판매하거나 전달하는 서비스를 옵트인(opt-in) 방식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고, 프랭크 팔론 하원의원(민주당) 역시 "포괄적인 개인 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존 케네디 상원의원(공화당)은 "페이스북을 규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규제와 관련해 "(인터넷 사업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필연적이다"라면서도 "어떤 규제를 행사할지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저커버그는 규제 관련 질문이 하원 청문회에서도 나오자 "원칙에 동의한다"면서도 어떤 규제에 동의하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FT는 "저커버그가 청문회에 섰지만, 인터넷 기업이 그 어떤 규제를 받지 않게 될 것이다"라며 "상원 의원 몇몇이 규제를 주장하지만, 공화당 지도부가 이를 반대하는 한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 도입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NYT는 "일부 고령의 의원과 기술에 대한 공포를 가진 의원들이 페이스북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며 "'기술에 문맹'한 의원들 때문에 저커버그가 우위를 차지했다"고 꼬집었다.

FT는 "저커버그는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48시간 동안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