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통신분야 정책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해 만든 부처 간 정책협의회가 첫 개최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아 '일회성 쇼'를 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 부처는 정책협의체를 만들어 협업 체계의 모범이 될 것을 강조했지만 허울뿐인 외침에 불과했던 셈이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관련 정책을 놓고 잇따라 엇박자를 내기도 한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17년 9월 21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17년 9월 21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이광영 기자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끝난 정책협의회…"수시로 만난다" 해명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2017년 12월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과 조경식 방통위 사무처장 등 실·국장 및 담당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처 간 정책 협력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책협의회는 2017년 10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정책협력 의지를 밝힌 뒤 후속 조치로 열린 것이다.

양 부처는 지상파 UHD 방송·개인정보보호·이동통신 및 인터넷 정책 등 서로 긴밀히 연관되는 정책이 많다. 당시 양 부처는 정책협력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협업이 필요한 의제를 발굴해 정책협의회 및 실무자급 협의를 지속 실시하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정책협의회는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렸을 뿐 후속 협의회가 없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 따르면, 양 부처는 2017년 12월 정책협의회 이후 공식 만남을 가진 적 없다. 지난 정부에서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정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정책협의체 구성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12일 "공식적으로 협의회가 또 개최된 적은 없다"며 "부처 간 협의할 사안이 있으면 실무자끼리 수시로 만나거나 연락을 취한다"고 말했다.

이헌 방통위 창조기획담당관도 "정책마다 별도 협의회를 구성해 협업하는 것은 자칫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며 "부처 간 연결되는 정책은 국·과장급끼리도 잦은 소통을 하고 있어 공식적인 협의회는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과기정통부·방통위, 정책협의체 부재에 잇따른 '엇박자'

하지만 양 부처 핵심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역외규정 신설, 인터넷 사업자 규제, 유료방송 합산 규제 일몰 등 관련 정책을 놓고 잇따라 엇박자를 낸다.

방통위는 1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규에 '역외규정' 신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국내 대리인 의무화 등 제도는 국가 간 합의가 필요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내 부처 간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또 스마트폰 이용자의 기록을 무단 수집한 페이스북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구글을 조사대상 우선순위에서 제외했지만 방통위는 포함해 논란이 일었다.

6월 27일 자동 일몰로 폐지되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에 대해서도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입장에 앞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개인적 발언이 주목받았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3월 14일 한 포럼에서 "법 개정 사항이라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1~2년 더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가 안 되면 규제는 풀릴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1~2년 정도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정치권이 해결할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합산규제 일몰 연장 관련 발언은 개인적 희망을 피력한 것이다"라며 "방통위는 기본적으로 국회 중심으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과기정통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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