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19년부터 자국에서 출국하는 일본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에게 1000엔(1만원)의 세금을 징수하는 '국제관광여객세법'을 11일 통과시켰다. 하지만 오덕(마니아)을 포함해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정부관광국 통계 자료를 보면, 2017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일본 방문 외국인 중 가장 많은 714만명이다. 2016년(509만명)과 비교하면 205만명 늘었다. 여행·항공업계에서는 한국인이 일본을 많이 찾는 이유를 저가항공(LCC)의 경쟁에 따라 내려간 일본행 항공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관광업계는 일본 방문 한국인은 유명 도시와 관광지 중심으로 여행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일본만의 풍경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시골 마을과 지방 도시로 이동하는 관광객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평가한다. 오덕의 성지 방문자가 늘어난 것도 한 몫 했다는 것이다.

◆ 팝컬처 이벤트로 전 세계 마니아 부르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코스프레·모형 등 취미 관련 국내 마니아의 일본 관광 수요는 코믹마켓·게임쇼 등 각종 팝컬처 이벤트를 중심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분야에서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키고 이를 세계로 전파한 덕에 팝컬처 대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도쿄 오다이바의 실제 크기 유니콘 건담 거대 피규어. / 야후재팬 갈무리
도쿄 오다이바의 실제 크기 유니콘 건담 거대 피규어. / 야후재팬 갈무리
비록 현재 팝컬처 분야의 황금알이 된 아이언맨과 슈퍼맨 등 마블·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는 없지만, 마징가Z·아톰·캡틴하록·독수리오형제 등 일본이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탄생시킨 만화 캐릭터가 전 세계 3040세대를 중심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코믹마켓 현장. / 야후재팬 갈무리
코믹마켓 현장. / 야후재팬 갈무리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게임·모형 업계는 매년 팝컬처 이벤트를 열어 그들이 키워낸 전 세계 마니아층을 일본 땅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만화 마니아에게 가장 유명한 이벤트는 '코믹마켓'이다.

'코믹마켓'은 일본에서 가장 큰 팝컬처 이벤트이자 전 세계 만화 애호가의 잔치다. 일본 현지서 '코미케'로 불리는 이 이벤트장에서는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만화책 '동인지'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벤트는 1975년 인디 만화 작가들의 작은 모임으로 출발해 지금은 만화・애니메이션・게임・모형 등 팝컬처 콘텐츠와 상품을 만드는 유명 기업이 총출동하는 대형 이벤트로 발전했다. 코믹마켓은 일반 참가객 수로만 매회 59만명쯤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이벤트 첫날 아침에는 대규모 행렬을 목격할 수 있다.

코믹마켓 C92 참가 현지 유명 코스튬플레이어 ‘에나코’. / 트위터 갈무리
코믹마켓 C92 참가 현지 유명 코스튬플레이어 ‘에나코’. / 트위터 갈무리
코믹마켓은 동경국제전시장(도쿄빅사이트)에서 매해 8월과 12월 두 번 열린다. 행사장에서는 전 세계 코스프레 팀의 코스튬플레이 작품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애니멜로 섬머 라이브 현장. / 야후재팬 갈무리
애니멜로 섬머 라이브 현장. / 야후재팬 갈무리
일본에서는 '애니멜로 섬머 라이브' 등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라이브 콘서트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증가한다.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른 가수와 인기 성우가 무대에 오르는 애니송 관련 라이브 이벤트에는 일본인 외에도 수많은 해외 애니메이션 마니아도 참가한다.

◆ 만화·애니메이션 마니아의 성지순례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일본에 방문하는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성지순례(聖地巡礼)'다.

애니메이션 마니아가 말하는 '성지'는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장소를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 일본 현지에서는 성지순례가 지방 경제를 지탱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인기가 높다.

걸즈 앤 판처. / 야후재팬 갈무리
걸즈 앤 판처. / 야후재팬 갈무리
소녀들이 탱크로 전투(레크레이션)를 벌이는 '걸즈 앤 판처'의 무대가 된 이바라기현의 작은 마을 '오오아라이(大洗)'는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의 방문으로 2016년 지방세 수입이 전년대비 26배 증가한 2억64만6000엔(20억600만원)을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성지화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일본의 전략은 이미 오래 전 부터 시작됐다. 나고야에서 가까운 기후현의 '미노카모시(美濃加茂市)'는 농업을 배우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농림(のうりん)' 제작에 투자했을 정도다.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하코네(箱根)는 애니메이션 마니아 사이에서는 '에반게리온 성지'로 통한다. 하코네 북서부 센고쿠하라(仙石原)는 에반게리온 작품 속에서 '제3신도쿄시'가 세워진 곳이며, 특무기관(特務機関) '네르프(NERV)' 본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하코네는 세계적인 히트작 '에반게리온'을 이용해 관련 특산품과 성지순례 여행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 마니아를 불러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