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계가 원화 강세, 핵심 원재료 코발트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실적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힘입어 수주잔고는 증가하고 있으나, 장기계약 특성상 원재료 가격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조짐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 삼성S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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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증권가에 따르면, LG화학의 2018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334억원으로 2017년 1분기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이 중 전지 사업 부문은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 이후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2017년 연간 289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의 2018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30억원이다.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사정이 나아졌지만, 에너지솔루션 부문만 놓고 보면 실적이 엇갈릴 전망이다. 삼성SDI는 소형 배터리의 경우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1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미래 성장성이 가장 큰 사업으로 꼽히지만, 신규 수주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LG화학과 삼성SDI는 한국과 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외에도 유럽 완성차 업체가 밀집한 폴란드와 헝가리에 각각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 제조를 위한 상위 공정에서 핵심 재료인 니켈·코발트·망간(NCM)의 가격 급등도 수익성을 약화하는 요소다. 특히 코발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0% 이상 가격이 상승하면서 배터리 제조비용 상승을 부추겼다.

◆ 고삐 풀린 코발트 가격에 배터리 업계, 중단기 대책 마련 분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에너지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초만 해도 킬로그램(㎏)당 32달러(3만4350원) 수준이었던 코발트 가격은 작년 말 ㎏당 75달러(8만510원)로 연간 114% 올랐다. 코발트는 1분기에도 가격이 추가로 26% 상승해 ㎏당 95달러(10만1980원)에 거래됐다.

코발트 가격 인상은 배터리 가격에 영향을 줬다. 2017년 4분기 기준 3.2암페어시(Ah) 이상 원통형 배터리 가격은 와트시(Wh)당 평균 0.25달러(268원)로 전 분기 대비 4.2% 올랐다. 3.5Ah 이상 폴리머 배터리의 Wh당 평균 가격도 0.35달러(376원)로 2.9% 상승했다. 4Ah 이상 각형 배터리도 Wh당 평균 0.26달러(279원)로 전 분기와 비교해 4% 올랐다.

보통 배터리 원가에서 코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형 배터리의 경우 10%, 전기차용 배터리는 6%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스포드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코발트 가격 오름세에 따른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업계는 당장 배터리에서 코발트 비중 줄이기에 나섰다. 배터리 업계는 기존 NCM622(니켈·코발트·망간 비율 6:2:2)보다 니켈 비중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코발트와 망간 비중을 줄여 가격 부담은 줄인 NCM811(니켈·코발트·망간 비율 8:1:1) 배터리를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해외 원재료 수급처 마련이 필수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2020년까지 2394억원을 출자해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합작 법인은 2020년부터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를 연간 4만톤(t) 규모로 생산할 전망이다. 4만t 규모는 한 번 충전으로 320킬로미터(㎞)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기준 4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삼성SDI는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이뤄 칠레 생산진흥청이 주관하는 리튬 프로젝트에서 배터리 양극재를 생산할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 하반기부터 연간 3200t 규모의 전기차용 고용량 양극재 생산을 목표로 한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도 전 세계 코발트의 60% 이상이 매장돼 있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 업체 소미카와 접촉해 사업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및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김병주 상무는 "원재료 가격 상승은 배터리 업체의 수익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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