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는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을 뜻합니다. 내적인 면을 분석하는 강점/약점 분석과, 외적 환경을 분석하는 기회/위협 분석으로 나누고, 긍정적인 면을 보는 강점과 기회, 반대로 위험을 불러오는 약점, 위협을 저울질합니다. IT조선은 SWOT를 통해 새로 출시된 자동차의 장점과 약점을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재규어는 SUV 전문 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그 역할은 지금까지 랜드로버에 맡겨두고, 세단과 스포츠카를 주로 만들어 왔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자동차 시장의 새 기류로 떠오른 SUV는 스포츠카 냄새가 강한 재규어를 변화시켰다. 2015년 최초의 SUV F-페이스가 등장했고, 브랜드의 첫 전기차 I-페이스 역시 전기 SUV다. E-페이스는 F-페이스보다 작은 콤팩트 SUV로, 재규어의 현재 상황을 대변하는 모델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지나치게 SUV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것이 부담스러운 재규어는 이들을 두고 '퍼포먼스형 SUV'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형태는 SUV지만 스포츠카 역할이 더 지대하다는 의미다. 물론 마케팅적인 수사다.

◆ 강점(Strength)…성능 강조한 프리미엄 콤팩트 SUV

재규어 E-페이스의 장점은 '퍼포먼스'에 있다. SUV지만 뛰어난 성능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속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자동차 성능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의미다. F-페이스 역시 그런 점을 강조해 국내에서 나름의 인기를 끌었다.

재규어 E-페이스. / 재규어 제공
재규어 E-페이스. / 재규어 제공
국내 출시한 E-페이스는 직렬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었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최고출력은 249마력, 최대토크는 37.2㎏·m를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E-페이스의 여러 트림 가운데서도 특별히 성능을 강조한 모델이다. 경쟁차로 분류하는 메르세데스-벤츠 GLA 220과 비교해도 확실히 성능이 우위다.

여기에 전 트림 풀타임 네바퀴굴림을 얹는다. 랜드로버를 통해 쌓아온 이 분야 기술력이 녹록치 않다. 다만 E-페이스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랜드로버의 그것보다 좀더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세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반 차량에 네바퀴굴림 장착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도로접지력을 높이기 위한 요소로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E-페이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전지형 프로그레스 콘트롤이라는 재규어랜드로버의 독창적인 네바퀴굴림 기능도 접목됐다.

◆ 약점(Weakness)…디젤이 없다

디젤 라인업이 없다는 것은 SUV에게 치명적이다. 'SUV=디젤'라는 공식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디젤차가 E-페이스에 합류하지 못한 이유는 국내 배출가스 규제 변경 때문이다. 강화된 기준으로 인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재 업계의 주류 의견이다.

E-페이스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랜드로버 이보크는 2018년 1분기 600대쯤이 팔려나갔는데,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모두 디젤 엔진으로, 고급 SUV라도 디젤이 주는 장점이 확실했다는 증거다. 실제 디젤 엔진은 출력은 동급 가솔린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차의 순발력에 해당하는 토크가 높게 발생한다. 이는 디젤 연료의 높은 폭발력 때문이다. 덕분에 효율도 동급 가솔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훌륭하다.

따라서 E-페이스의 출시 초기에 디젤이 없다는 건 조금 아쉬운 요소다. 성능을 강조한 퍼포먼스 SUV라고 재규어 측은 설명했으나, 디젤 부재의 아쉬움이 드러난다. 재규어 측은 디젤차를 9월 이후 추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기회(Opportunity)…콤팩트 SUV 시장의 성장

E-페이스의 국내 출시는 최근 시장에서 프리미엄 콤팩트 SUV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여전히 SUV의 주력은 중대형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세단 시장이 그러하듯 차 길이 4300~4400㎜의 작은 SUV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는 편이다.

재규어 E-페이스 실내. / 재규어 제공
재규어 E-페이스 실내. / 재규어 제공
이 시장 강자는 벤츠 GLA와 랜드로버 이보크다. 두 차 모두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600대를 넘겼다. 산술적으로 연간 2000대 정도를 판다는 이야기다. 차급을 고려하면 5000만원 이상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성장률은 업계 평균을 상회하거나 비슷하다. 실질적인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E-페이스 역시 흐름을 탄다면 좋은 분위기 속에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성패를 가늠 지을 것으로 여겨지는 1000대 판매도 얼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위협(Threat)…BMW X2와 볼보 XC40

당장 6월에 두 대의 강력한 경쟁차가 한국에 진출한다. 바로 BMW X2와 볼보 XC40이다. 특히 볼보의 경우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흐름이 좋은 브랜드라는 점에서 경계가 되지 않을 수 없다. XC40 역시 브랜드의 첫 콤팩트 SUV지만 가격이 E-페이스에 비해 400만~500만원 저렴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 유입이 예상된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덕분에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또 X2는 현재 모든 브랜드가 경계하는 하반기 BMW의 핵심 제품이다. 당초 상반기에는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는데, 시기가 다소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두차를 포함해 콤팩트 SUV 시장의 경쟁 구도가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