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블록체인협회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자율규제 심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규제가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낼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제2대연회실에서 진행한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 심사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을 내놓고 14곳을 대상으로 자율규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017년 12월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그리고 협회 관계자가 모여 암호화폐 거래 생태계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안 초안을 만들어 발표했다. 당시 규제안에는 거래자의 원화 예치금 100%를 금융회사에 보관하고 암호화폐의 70% 이상을 해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분리된 외부 저장장치인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에 보관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회원 거래소는 2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하고, 금융기관에 준하는 정보보안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번 최종안에 암호화폐 거래로 자금세탁을 하는 행위를 막는 조항도 추가했다. 또한, 거래소 이용자의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했고, 거래기록을 5년 동안 의무적으로 보관토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거래소는 원화 입출금과 암호화폐 매매 과정에서 자금세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FDS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고, 이상 거래가 포착되면 관련 내용을 곧바로 공지하도록 했다.

신규 암호화폐를 상장할 때도 명확한 내부평가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명시했고, 해당 코인의 기본 정보와 백서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다음달까지 거래소들이 자율규제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 심사와 보안성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심사 결과는 심사 종료 후 2~3주 안에 자율규제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지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측은 심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거래소에는 시중은행의 가상계좌를 이용하는 데 제한을 둘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자율규제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협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예로 심사 대상인 빗썸 대표가 자율규제위원회 구성원으로 활동 중이다. 거래소를 운영하는 측이 자체 검열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율규제 최종안 역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거래소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해킹이나 내부 거래자의 횡령 등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를 보호하는 조항이 없다. 암호화폐 자체가 법적 보호를 받는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소 측이 이를 보장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협회의 자율규제심사는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하나의 조치다"며 "자율규제 심사로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거래소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