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모먼츠 "2만원으로 창업했지만 중요한 건 브랜드 상징할 아이템"

입력 2018.04.22 06:18 | 수정 2018.04.22 06:30

사람 음파 새긴 반지 히트, 의미 간직 중시하는 기류에 적중

액세서리 소재를 사겠다며 무작정 동대문에 들어섰다. 주머니에는 고작 3만원. 이런저런 흥정 끝에 은 약간을 비롯한 소재 값으로 2만원을 썼다. 집에 돌아와 만든 액세서리는 4개.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더니 사겠다는 사람이 나왔다. 주문이 계속 늘자 친구 자취방을 공방으로 삼았다. 어느덧 용돈벌이 이상의 사업에 빠져들었다.

액세서리 브랜드 '썸모먼츠'의 강산 대표(30)는 2014년 창업 준비과정을 이렇게 돌아봤다. 자금은 부족했지만 성공 확신은 날로 커졌던 시절이다. "취업이나 하지"라며 걱정하던 지인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일이었다.

액세서리 브랜드 ‘썸모먼츠’ 강산 대표. / 썸모먼츠 제공
물론, 성공 인터뷰이기에 그만한 결과가 나왔을 터. 실적부터 말하자면 올해 들어 억대 월 매출을 찍었고,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명실공히 글로벌 무대의 액세서리 제조사다. 창업 3년도 안돼서 이룬 결과이기에 더 주목된다. '홍형반지'라는 본래의 브랜드 이름을 최근 '썸모먼츠'로 바꾼 이유도 글로벌을 겨냥하기 위함이다.

"누가 창업자금을 물어보면 2만4000원 얘기를 꺼내요. 부연설명이 꽤 필요하죠.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일에 대한 확신과 면밀한 시나리오, 콘셉트 등이라고 봐요. 또, 브랜드를 상징할 아이템이 명확히 필요합니다."

브랜드 상징의 아이템을 물었더니 금∙은 반지 몇 개를 꺼내놓는다. 언뜻 보기에 물결 문양이 각인돼 있는데, 사실은 음파의 파형이라고. 사람의 음성이나 아기의 초음파 영상 등에서 발생한 그 파형이다. 고객이 보낸 음성파일을 전문프로그램으로 추출, 시안으로 만든다. 그래서 아이템 이름도 '음파반지'다.

"창업 초기 어느 날 미국의 모르는 분께 메일이 왔어요. 제가 만든 액세서리를 온라인에서 보셨다면서 반지 제작을 요청하셨죠. 딸이 심장병과 싸우고 있는데, 건강할 때의 심장박동을 새겨달라는 내용이었어요. 꼭 수익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소중한 순간을 액세서리에 담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겼습니다."

썸모먼츠가 만든 음파반지 제품 이미지.
이런 에피소드를 계기로 내놓은 '음파반지'는 강 대표의 인생 작품이 됐다. 10대부터 중년까지 남녀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었다. 좋아하는 스타나 연인, 부모님의 목소리가 음파 형태로 금∙은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또, 20년 이상 액세서리를 다룬 장인들과 협업하면서 썸모먼츠의 전력은 더욱 촘촘해졌다. 강 대표의 부족한 경험을 튼실히 채워준 셈. 액세서리의 접합 마감, 각인의 강도 곳곳에서 고품질을 보인다고 그는 강조했다.

'성분검사'와 '정량'도 썸모먼츠의 주요 키워드다. 정기적으로 성분을 검사하고, 배송 전에는 전자저울로 반드시 정량을 확인한다. 온라인으로 금∙은 액세서리를 믿고 살 수 있다는 메시지로 전달됐다.

성공 DNA의 글로벌행은 자연스러운 수순. 대량 구매를 원한다는 각국 바이어의 문의가 잇달았고, 여러 건의 협업을 성사시켰다. 올해 들어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로 구축한 영문/일문 온라인 쇼핑몰은 해외 고객과의 핵심 접점이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50%정도로, 이는 강 대표의 예상과 비슷했다.

해외 리뷰를 보면 화려하기만 한 액세서리에 지친 이들의 선호도가 높다. 의미를 갖추되 유행을 타지 않고, 사람의 정성을 전한다는 콘셉트에 힘이 붙었다.

"해외 고객들의 호평은 국내 이상입니다. 본인만의 의미 간직을 중요시한 기류에 음파 액세서리가 적중했다고 봐요. 여러 사람들의 사연과 함께해왔고, 이를 통해 성장한 브랜드라는 대목은 세계 어디서도 쉽사리 베낄 수 없죠. 글로벌에서 오래도록 의미를 남기는 브랜드로 성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