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1년 만에 추락했다.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이 됐다. 2018년이 LCD 공급 과잉 초입 국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향후 2~3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LCD 사업 출구 전략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LG디스플레이 8K OLED TV. /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8K OLED TV. / LG디스플레이 제공
디스플레이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1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더 심각하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매출 5조6753억원에 영업손실 983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5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 2012년 2분기부터 23분기째 이어온 LG디스플레이의 흑자 행진 기록도 멈췄다.

1분기는 통상 계절적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LG디스플레이가 2017년 1분기 1조2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비수기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가장 큰 외부요인은 이미 예고된 중국의 LCD 물량 공세다. 중국발 LCD 공급 증가 예상에 따라 세트 업체는 보수적인 구매 전략으로 선회했고, LCD 가격도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4월 LCD 평균 거래 가격은 144달러(15만5740원)로 2017년 7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출하면적당 판가도 522달러(56만4540원)로 1년 전과 비교하면 86달러(9만3010원) 줄었다. LCD 출하 면적은 이미 중국 징둥팡(BOE)에 1위 자리를 내줬다.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출하 순 면적은 1008만제곱미터(㎡)로 2017년 4분기와 비교해 한 분기 만에 9%쯤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LCD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이 중 TV용 대형 LCD 매출 비중은 43%쯤이다.

LCD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BOE는 2017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10.5세대(2940㎜×3370㎜) 초대형 LCD 공장 가동률을 3개월 만에 70%까지 끌어올렸다. 뒤이어 차이나스타, 폭스콘 등 다른 중화권 업체도 잇따라 10.5세대 공장 가동을 앞둔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번 돈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투자한다는 전략 아래 OLED로의 체질전환을 추진했다. 2500달러(270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 점유율이 40%까지 오르는 등 고무적인 지표도 있었지만, OLED 사업은 여전히 적자 신세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OLED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당장 눈앞의 보릿고개를 어떻게 버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부터 임원 국외 출장 시 이코노미 이용, 법인카드 사용 축소 등 비상경영을 시행 중이다.

위기는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삼성디스플레이의 1분기 영업이익은 3000억~4000억원 수준이지만, 현재 업황대로라면 2분기에는 적자 전환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지만, 최근 스마트폰 수요가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주문량도 감소 추세다. 최대 고객사 중 한 곳인 애플마저 OLED를 탑재한 아이폰X의 판매 부진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중이다.

김상돈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5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필요할 경우 국내 LCD 공장을 OLED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며 "OLED로의 사업 전환이라는 전략적 기조 아래 선택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