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특허검색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드는 회사에서 이 DB를 돈받고 파는 일을 한다. 요즘은 지방 소재 기업이나 특허법률사무소 등을 상대로 신규 영업이란 걸 한다. 서울이나 수도권 소재 기업 대비, 지식재산(IP) 환경이 열악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가보니 사정은 더 안 좋았다.
지난주엔 대구에 갔다. 이 지역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특허법률사무소 정도만 유료DB를 쓸 뿐, 특허 전문 로펌조차 대부분 공기관이나 구글에서 무료 제공하는 DB에 의존하고 있었다. 한 특허로펌 변리사는 지인의 유료DB ID를 필요할 때마다 빌려쓰고 있었다. 지식재산 분야 최고 전문가를 자임하는 지성인으로서 ID를 불법 도용해야만 하는 그 심정은 오죽할까. 지역 변리 시장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했다.
당장 출원료 현실화는 어렵다. IP 전담 인력을 두고 고가의 유료DB를 쓸 업체 역시 많지 않다. 무료DB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해당 DB의 한계와 문제점은 파악하고 써야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곤 하나, 쓰기에 따라 '꿀떡'도 될 수 있다.
◆ 무료DB, 누락 데이터를 경계하라
전 세계 무료 특허DB 중 가장 강력한 검색툴로 각광받는 게 구글이다. 구글 패이턴트는 특유의 자금력에 기반한 물량 공세로, 최근 유저 인터페이스와 검색 범위를 크게 향상시켰다. 하지만 급작스런 개선 작업의 부작용과 IP 비전문 기업의 한계는 '데이터 누락'에서 발생하고 있다.
구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면책조항을 통해 "완벽한 검색을 보증하진 못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특허검색 시스템의 근간은 '데이터'다. 누락은 해당 DB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치명적 결함이다. 미 특허 전문 온라인 매체 IP와치독의 설립자 진 퀸은 "구글 패이턴트 같은 무료 검색시스템에는 구멍이 있다"며 "분명 존재하는 특허도 못찾을 때가 잦다"고 말했다.
3월 발간된 세계적인 특허저널 '월드 패이턴트 인포메이션'(WPI·통권 제52호)에 실린 '무료 특허검색 시스템의 차별점에 대한 비교 고찰'에서는 데이터 누락과 함께 무료DB의 문제점으로 ▲검색정보 저장 및 공유 불가 ▲통계 분석의 제한 ▲심판·소송 등 법률정보 미비 ▲패밀리특허 조사 불가 등이 꼽혔다. 편의기능 미비는 무엇보다 검색 작업자의 '노동의 질과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사용자가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가혹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무료DB도 알고 써야 제대로 빼먹을 수 있다. 공짜 서비스로 산업 생태계를 고사시킨 뒤 독과점 지위를 이용, 고가의 사용료를 부과하는 다국적 기업의 전형적인 '프리 마케팅' 전략에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 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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