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의선 부회장님, 수소차 타고 북한 한번 가시죠?

입력 2018.04.30 15:47

4월 27일 남북정상 회담이 있었습니다. 이날 남북은 분단 70주년인 2018년 안으로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기로 했습니다. 기찻길인 경의선과 동해선이 이어지고 개성공단의 부활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점쳐지는 등 또 남북 경제 협력도 기대됩니다.

1998년이 생각납니다. 당시 저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사진·조선DB)은 그해 6월 16일 판문점을 통해 '통일소'라고 이름 붙여진 황소 500마리를 이끌고 북한으로 향했습니다. 정 명예회장의 대북사업은 실향민이었던 자신이 가장 바라던 것이었고, 이후에도 여러번 북한을 방문하며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북사업을 진행했습니다.

1998년 11월 18일은 금강산 관광의 물꼬를 텄습니다. 호화 유람선인 금강, 봉래호를 이용한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겁니다.

1999년 현대건설이 평양에서 체육관 건설 기공식을 가졌는데, 2001년 정 명예회장의 사후, 이 체육관은 류경정주영체육관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2018년 4월 3일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이 펼쳐진 곳이 바로 이 류경정주영체육관입니다.

문득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떠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부가 지난 '소떼길'에 평화식수를 했을 때, 정 부회장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시에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이 자랑하는 수소차를 이끌고 조부가 간 그 길을 그대로 따라보는 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수소전기차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는 그 차를 가지고 북한을 가는 겁니다. '황소'와 '수소'는 어감이 묘하게 맞닿아 재미를 자아냅니다.

2018년 2월 4일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겸해 수소전기차 넥쏘의 언론시승회가 열렸다. / 현대차 제공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상징적인 수소전기차가 남북 경제협력에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면 현대차도 해볼만한 이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소차 충전을 위한 인프라도 함께 가는 겁니다. 일단은 충전소 설치와 수소차 운영이 가능한 곳부터 상징적인 의미로써 말이죠.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을 두고 "20세기 최고의 전위예술"이라고 감탄했다면, 정의선 부회장의 수소차 방북은 21세기 최고의 전위예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오른쪽)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에게 수소전기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현대차 제공
수소차 방북을 더해, 현대차그룹이 북한에 직접 진출하는 일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논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북한의 SOC 사업이 본격화되면 현대차의 새 공장을 북한에 짓는 겁니다. 사회주의 특유의 높은 학력 수준과 값싼 노동력, 의사소통의 유리함 등이 더해져 높은 생산 효율을 지닌 사업장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남측의 노동조합은 반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2017년 중국 현지에서 사드 보복의 여파로 공장이 중단되는 등의 부담을 졌던 현대차는 이 부담이 북한으로 분산된다는 점에서 검토해 볼만 합니다.

지금 남북경협의 기대는 비단 자동차 뿐만이 아니겠습니다만 경제인 가운데, 북한하면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정주영 명예회장이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실제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수 있을까요? 즐거운 상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선대의 유훈을 이으면서도 경제적인 실리까지 챙길 수 있을 것입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