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암호화 등 최근 ICT 업계를 중심으로 '양자' 기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실험실 수준에 불과하던 연구 개발 성과도 어느덧 실용화 단계를 논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양자 관련 기술이 왜 중요한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정리하고, 장차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20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측했던 수준의 기술 발전이 최근 2년 만에 이뤄지면서 양자컴퓨팅은 과학의 영역에서 조금씩 공학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과학기술 연구의 지평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가까운 미래는 물론, 먼 미래까지 고려한 안목 있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준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2일 열린 ‘2018 프리 스마트클라우드쇼: 양자컴퓨팅 상용화'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최용석 기자
이준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2일 열린 ‘2018 프리 스마트클라우드쇼: 양자컴퓨팅 상용화'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최용석 기자
이준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전기및전자공학부)는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스페이스 라온에서 진행된 '2018 프리 스마트클라우드쇼: 양자컴퓨팅 상용화'에서 '양자컴퓨팅의 이해와 실용화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양자컴퓨팅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연금술'에 비유했다. 0과 1 두 가지 상태만으로 순차적인 계산을 수행하는 지금의 컴퓨터는 하드웨어가 아무리 발전해도 단숨에 2배씩 성능을 높이기 쉽지 않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많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마이크로 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통했지만,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에 접어든 현대에 와서는 한계에 봉착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과거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기하급수적인 컴퓨팅 성능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을 받는다, 양자컴퓨터는 이론적으로 소자 개수(n)가 늘어남에 따라 2위 n승의 지수적인 성능 향상을 이룰 수 있다. 소자 개수가 32개만 돼도 현재 100년 걸릴 계산을 1초 만에 해낼 수 있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유수의 IT 기업이 매년 1000억달러(107조6500억원)씩 투자하며 앞다퉈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물론,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양자컴퓨터는 실험실 환경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등 제약이 많다. 우선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절대온도(0K, 영하 273.15도)에 가까운 수준의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다. 양자 컴퓨터의 기본 소자 단위인 '큐빗(Qubit)'을 원하는 상태로 제어하기도 쉽지 않다. 아직은 한 대의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위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멀기만 한 얘기는 아니다. 초전도의 경우 이미 과학에서 공학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단계에 와 있다. 이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 과학기술 중 적어도 한 가지는 공학의 단계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43년 등장한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은 1만8000개의 진공관을 탑재해 크기가 집채만 했지만, 당시까지 인류가 행한 모든 계산보다 많은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하지만, 지금의 모바일 기기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에니악보다 10억배는 더 우수한 것처럼 양자컴퓨터도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결국 상용화되는 시점이 다가올 것이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델을 최적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공학·의학 분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문제의 성격이 양자컴퓨팅에 잘 부합되는 '양자 인공지능(AI)'도 주목받는다. 현재의 AI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수행해 하나의 패턴을 배우는 데 100번의 학습이 필요하다면, 양자컴퓨터는 10~15번이면 충분하다.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는 AI 기술도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차원이 다른 진보를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현 암호 체계가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등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지만, 양자컴퓨터가 4차 산업혁명 완성 단계에서 한계 극복을 위한 핵심 기술로 성장할 것이란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며 "양자컴퓨팅 과학을 공학의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만큼 기초연구에 끊임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미디어그룹 ICT전문 매체 IT조선과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는 5월 2일 오후 7시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진행했다. 이날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에는 양자컴퓨팅 분야에 권위있는 이순칠 KAIST 물리학과 교수, 이준구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참석해 그간의 연구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태억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1시간쯤의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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