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암호화 등 최근 ICT 업계를 중심으로 '양자' 기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실험실 수준에 불과하던 연구 개발 성과도 어느덧 실용화 단계를 논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양자 관련 기술이 왜 중요한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정리하고, 장차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양자컴퓨터는 당장 상용화될 필요가 없다. '상용화'보다 '실용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5월 2일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열린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양자컴퓨팅 상용화' 좌담회에 연사 겸 토론 패널로 나선 이순칠 KAIST 교수는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의 상용화에 대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상용화까지 걸림돌과 과제가 많은 데다, '실용화'만 되도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순칠 KAIST 교수. / 최용석 기자
이순칠 KAIST 교수. / 최용석 기자
이 교수는 양자컴퓨팅의 핵심 이론인 양자물리학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명이자 노벨상까지 받은 리처드 파인만 조차도 '아무도 양자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양자물리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물질'이자 '파동'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물질 상태와 파동 상태가 동시에 양립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물질이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상태의 중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아노에서 도, 미, 솔 건반을 같이 누르면 세 가지 다른 소리가 중첩되어 하나의 화음으로 들리는 것처럼 우리의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나 현상도 양자적인 시점에서는 여러 다른 상태가 중첩된 결과 중 하나라고 그는 설명했다.

양자컴퓨터가 뛰어난 것도 이러한 중첩 현상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컴퓨터는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각각의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입력해야 했지만, 양자컴퓨터는 중첩의 원리로 모든 데이터를 한꺼번에 집어넣는 '병렬처리'가 가능해 답을 금방 찾을 수 있다. 병렬처리 성능이 좋으면 복잡한 암호도 빠르게 풀 수 있고, 방대한 데이터의 검색도 빠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쉽지 않은 이유로 이 교수는 먼저 '만드는 것 자체의 어려움'을 꼽았다. 양자컴퓨터는 주변의 상호작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초저온, 초전도 밀폐 환경 같은 극한조건이 아니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또한,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고려하면 완성하는데 시간과 비용같은 경제성을 따질 필요가 없는 데다,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도 기존 암호 기반 보안 기술을 무력화하는 등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오히려 바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국가 전략 차원에서 유리한 점도 양자컴퓨터가 당장 상용화되기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상용화가 되면 4차산업 혁명의 핵심 분야인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등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목적에 먼저 활용될 것이기에 당장 일반적인 산업 분야에 도입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양자컴퓨터의 미래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2002년 이온덫 기술을 이용한 20큐비트(양자컴퓨터의 비트 단위)급이 한계였을 때 '실용화'가 되려면 100큐비트급에 도달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2018년 현재 초전도 기술을 통해 70큐비트급의 양자컴퓨터 기술이 등장했다. 예상보다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만들기 어려운 것은 핵심인 나노기술이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며, 나노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양자컴퓨터 기술도 더욱 발전할 것이다"며 "이론적으로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됐기 때문에 언젠가는 분명히 만들어질 것이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한편, 조선미디어그룹 ICT전문 매체 IT조선과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는 5월 2일 오후 7시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진행했다. 이날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에는 양자컴퓨팅 분야에 권위있는 이순칠 KAIST 물리학과 교수, 이준구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참석해 그간의 연구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태억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1시간쯤의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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