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정부의 수입산 세탁기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도 시장 점유율 1·2위를 지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업체 월풀의 손을 들면서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양사의 세탁기 경쟁력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미국 소비자의 선택은 변함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상승에도 웃을 수 만은 없는 처지다. 가전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 세탁기 시장에서 세이프가드 여파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점유율 수성은 물론 영업이익률 유지 및 상승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 1분기 생활가전 사업은 플렉스워시 세탁기, 공기청정기, 시스템에어컨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2017년 1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 현지 가전 공장 가동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9일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점유율이 올랐더라도 영업이익이 감소한다면 제값을 못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며 "글로벌 가전시장은 어떤 제품을 얼마에 팔아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 삼성·LG, 세탁기 시장서 월풀 밀어냈지만…세이프가드발 세탁기 가격 인상 등 위협요소 여전

미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의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미국 브랜드별 주요 생활가전 시장에서 2018년 1분기 점유율 19.6%(매출액 기준)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세탁기는 2017년 1분기 19.7%에서 2018년 1분기 20.5%로 뛰어오르며 점유율 상승을 주도했고, 7분기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삼성 드럼세탁기는 1분기 28.3% 점유율을 차지해 2위 LG전자와 격차를 5.2%포인트 이상 벌렸다. '플렉스워시', '애드워시' 등 제품 인기에 힘입어 1000달러(107만8200원) 이상 프리미엄 시장에서 37% 점유율을 기록했다.

LG전자는 미국 가전시장에서 2018년 1분기 점유율 16.5%를 차지하며 2위에 올랐다. 2018년 1분기 세탁기 점유율은 16%로 2017년 1분기(16.8%)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2017년 1분기에 2위였던 월풀(15.8%)을 3위로 밀어내고 2위를 차지했다.

수입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청원서를 제출한 월풀은 2017년 1분기 미 세탁기 시장점유율이 17.3%로 삼성전자(19.7%)에 이어 2위였지만 2018년 1분기에는 LG전자에도 밀렸다.

삼성전자는 1월부터 드럼세탁기를 시작으로 미국 가전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3월 전자동 세탁기 라인을 추가해 조기 공급 안정화를 이룬 것도 점유율 수성의 원동력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 현지에서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세탁기 가격 인상을 확정했다. LG전자는 3월 8일 제품별로 4~8% 수준의 인상 조정을 단행했다. 삼성전자도 4월 말 제품별 평균 8%쯤 가격을 올렸다. 가격 인상분을 적용시킨 2분기부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가전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미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뿐 아니라 월풀 등 대부분 경쟁업체가 가격을 인상해 경쟁력 차질 우려는 없다"며 "현지공장 가동률을 올리고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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