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특허토커] 꺼진 불도 다시 보게 하는 '특허'

  • 유경동 윕스 전문위원
    입력 2018.05.10 18:08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다. 기업은 망하면 무엇이 남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특허'다.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이다. 아무리 기업이 망하거나 쇠락한다 해도, 현재 권리자로 등재돼있는 자사 특허의 존속기간이 남아 있는 한, 꺼진 불도 다시 봐야하는 이유다.

    ◇ 블랙베리, NPE로 변신

    아이폰 등장 이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며, 당시 미 대통령 오바마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 유명세를 탔던 캐나다의 블랙베리. 아이폰 등장 이후 시장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사업은 2016년 중국 TCL에 매각됐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브랜드 라이센스 등을 TCL에 넘기면서도 관련 특허권은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윈텔립스에 따르면 10일 현재 블랙베리 소유 미국 특허는 총 9437건이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이제 출시되지 않지만 관련 특허는 1만건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개발(R&D)이나 제조는 하지 않고, 특허만 갖고 있는 것만 보면 기존 특허괴물(NPE)과 다를 바 없다.

    실제 최근 블랙베리는 NPE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페이스북과 그 자회사 왓츠앱·인스타그램 등의 메시지 서비스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해당 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특허보호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 등을 요구했다. 4월에는 스냅챗 모회사 스냅을 상대로도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에는 노키아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퀄컴을 상대로는 이미 9억4000만달러(1조143억원)의 로열티 합의금을 챙긴 바 있다.

    이쯤되면 웬만한 NPE 저리가라할 정도의 수완이다. 2017년 블랙베리가 특허로만 벌어들인 돈은 총 1억9600만달러(2115억원)다. 이는 2016년 대비 50% 이상 급증한 액수다.

    이같은 공격본능이 가능한 것은 블랙베리 특허가 갖고 있는 특유의 강점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폰 관련 각종 기술특허를 보유해놨다. 이때는 아이폰도 등장하기 전이다. 2012년 1488건을 끝으로 특허 보유 건수는 크게 줄었지만, 자신만의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여전히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구현되는 모바일 미니 게임 등은 블랙베리 특허를 비껴가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4월 스냅을 제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관련 특허 자료에는 블랙베리의 이같은 자신감이 그대로 배어 있다.
    4월 블랙베리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증거 자료. 스냅의 모바일 지도 서비스(오른쪽)가 이미 2010년 출원된 블랙베리의 특허(왼쪽)를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 텍톡 제공
    ◇ 노키아, 통신 네트워크 분야 강력 IP포트폴리오 보유

    휴대폰 시대 절대 강자를 자임하며 전세계 폴더폰 시장을 호령했던 핀란드의 영웅기업 노키아. 하지만 옛 영광에 취해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 못했고, 결국 휴대폰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그랬던 노키아가 이번엔 통신 네트워크 특허로 우뚝 일어서고 있다.

    폴더폰이나 스마트폰이나, 기본 네트워크 통신 방식은 흡사하다. 현재 노키아가 보유한 미국 특허는 총 3935건이다. 2008년 154건 취득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수십년 다져진 노키아의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벗어나기는 쉽지않다. 2G는 물론, 3G와 4G 관련 이동통신 표준특허를 다수 보유한 노키아의 특허 그물망은 촘촘하기로 유명하다.

    노키아의 미국특허 취득 추이. / 윈텔립스 스마트앵글 제공
    미국을 포함해 유럽 등 전 세계 특허를 모두 합하면 노키아는 아직 3만건쯤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자사 휴대폰 사업부문을 7조8650억원에 넘길 때도 보유 특허의 10년 간 사용권만 MS에 허용했다. 권리자는 그대로 노키아였다. 이게 지금의 노키아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셈이다.

    LG전자와도 2년쯤 협상 끝에 최근 특허 사용료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정확한 금액이나 해당 특허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LG는 상당액의 라이센스비를 노키아 측에 지불해야 한다. 2017년 말에는 화웨이와 로열티 지급 계약도 완료했다. 이로서 화웨이 측과 진행 중이던 여러 특허 소송 건도 자동 종결됐다. 애플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 역시 현금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2017년 완전 타결됐다.

    ◇ 팬택, 곶감 같은 특허 빼먹기

    윈텔립스 검색 결과에 따르면, 10일 팬택이 '현재 권리자'로 등재돼 있는 미국 특허는 총 324건이다. 팬택 이름으로 출원된 특허는 1050건에 달한다. 출원 특허의 70%쯤에서 권리자 변동, 즉 특허권 이전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팬택은 그동안 많은 특허를 그만큼 팔아먹었다는 얘기다.

    4월 팬택이 애플에 양도한 ‘무선통신 시스템에서 장치와 제어정보전송 방법’ 특허 도면. / 윈텔립스 SDI 제공
    애플은 2018년 들어서만 30건 넘는 팬택 특허를 양수했다. 네트워크 전송 시스템 관련 기술특허가 대부분이었다. 이 중 2017년 등록된 따끈한 특허도 다수 포함돼 있다. 최근까지도 회사 한번 살려보겠다고 팬택 연구원은 기를 쓰고 일했단 얘기다.

    김기태, 권기범, 안재현. 애플이 사간 미국 특허공보의 발명자란에 버젓이 새겨진 이름이다. 이들이 사측으로부터 정당한 '처분보상금'을 받았는지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 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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