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암호화 등 최근 ICT 업계를 중심으로 '양자' 기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실험실 수준에 불과하던 연구 개발 성과도 어느덧 실용화 단계를 논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양자 관련 기술이 왜 중요한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정리하고, 장차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5월 2일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IT조선과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양자컴퓨팅 상용화' 좌담회 후반부에는 본격적인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면서 실용화될 경우 활용 방안과 국내 양자컴퓨팅 기술의 현황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됐다.

(왼쪽부터)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대해 토론을 진행중인 안도열 서울 시립대 교수와 이준구, 이순칠, 이태억 KAIST 교수. / 최용석 기자
(왼쪽부터)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대해 토론을 진행중인 안도열 서울 시립대 교수와 이준구, 이순칠, 이태억 KAIST 교수. / 최용석 기자
양자컴퓨터의 활용 분야...슈퍼컴퓨터로도 벅찬 문제 해결

양자 특유의 오류 문제, 큐비트(qubit)의 생성과 유지, 양자에 맞는 데이터 처리와 보존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면 양자컴퓨터의 실용화 및 상용화도 가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실용화된 양자컴퓨터는 주로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까.

우선 IBM이나 구글 등 현재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앞서는 기업들의 행보를 보면 미래에 실용화될 양자컴퓨터의 활용 방안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교수들의 의견이다.

이준구 KAIST 교수는 "현재 양자컴퓨터는 오류율이 아직 높은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계산할 수 있는 분야에만 적용할 수 있다"며 "그래서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기업들은 어떤 문제가 슈퍼컴퓨터로는 안 풀리지만 양자컴퓨터로는 풀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자컴퓨터로만 풀 수 있는 문제를 '퀀텀 스펙클(양자 반점)'이라 부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17년 11월 IBM이 자사가 개발 및 연구 중인 양자컴퓨터를 통해 퀀텀 스펙클 문제를 풀어낸 것이 예시로 소개됐다. 양자컴퓨터 기준 55큐비트 수준에 해당하는 슈퍼컴퓨터로 퀀텀 스펙클 문제를 푸는데 이틀 반이 걸렸지만, 50큐비트의 양자컴퓨터는 0.1초 만에 풀어냈다는 것.

이준구 교수는 "지금 슈퍼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양자컴퓨터가 할 수 있다"며 "50, 60, 70 같은 식으로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슈퍼컴퓨터는 계산시간이 급격히 늘어나지만,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늘어나도 수십~수백 마이크로초 안에 계산을 마칠 수 있다. 이러한 양자컴퓨터의 압도적인 우위는 '양자 패권'이라고 정의됐다"고 강조했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는 구글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구글은 양자컴퓨터 기술을 자사의 인공지능 기술에 적용하려 한다. 굉장히 방대한 데이터에서 검색하는 경우 양자컴퓨팅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웹 검색, 즉 텍스트 검색으로 시작한 구글은 다음 단계로 오디오와 이미지 빅데이터의 분석과 검색으로 넘어가려 한다. 구글은 차세대 검색 시장을 노리고 양자컴퓨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와 블록체인의 기술 관계

최근 ICT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 역시 화제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현재의 블록체인 시스템이 쉽게 무력화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한다.

좌장인 이태억 KAIST 교수는 "병렬처리를 통해 소인수 분해에 강점을 보이는 양자컴퓨터는 암호를 풀어내는 데 유리하다"며 "(암호화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 분야가 양자컴퓨터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라며 패널들에게 질문했다.

이준구 교수는 의외로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 기술에 접목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히 암호화 기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산' 기술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블록체인의 핵심은 '분산'이다. 수많은 컴퓨터 노드로 분산되어 처리되는 블록체인의 암호를 풀려면 암호 비트 수와는 상관없이 양자컴퓨터 역시 분산되어야 한다"며 "블록체인에 사용되는 암호 비트는 약 100만 비트로 상당히 크다. 지금의 양자컴퓨터 기술로는 1만 비트를 푸는 것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적어도 5년에서 10년 이후가 되어야만 '해볼 만한 수준'이 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안도열 교수도 "블록체인이 사용하는 암호가 정수 기반 암호라면 언젠가는 양자컴퓨터로 깰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양자컴퓨터 기술의 현실과 방안

국내 양자컴퓨팅 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패널로 참여한 3명의 교수는 국내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로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으며, 더 늦기 전에 따라잡아야 한다는데 대체로 뜻을 모았다.

안도열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말과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한쪽은 농업에서 산업 사회로 넘어갔고, 다른 한쪽은 기존의 농업사회를 고집했으며 우리는 그 결과를 알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양자컴퓨터는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 기술에 머물 것인지, 더 늦기 전에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따라잡을지 빨리 결정해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이준구 교수는 "반도체도 물리학에서 시작해서 엔지니어링을 거쳐 실용화되었으며, 양자역학도 분명 이와 같은 과정을 겪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이 분야를 이끌어갈 '리더'가 우리나라에도 있어야 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유럽은 이미 엄청난 투자를 통해 각종 지식재산권을 비롯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순칠 KAIST 교수도 "양자컴퓨터 개발에는 경제성을 따지면 안 된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해야 하는 제일 큰 이유는 나노 기술의 발전인데, 나노 기술의 궁극적 목표가 단일 양자 상태의 제어이기 때문이다"며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엄청나게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첨단 나노 기술 분야에서는 뒤처져있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면 열악한 국내 나노 기술 분야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미디어그룹 ICT전문 매체 IT조선과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는 5월 2일 오후 7시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진행했다. 이날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에는 양자컴퓨팅 분야에 권위있는 이순칠 KAIST 물리학과 교수, 이준구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참석해 그간의 연구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태억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1시간쯤의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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