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암호화 등 최근 ICT 업계를 중심으로 '양자' 기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실험실 수준에 불과하던 연구 개발 성과도 어느덧 실용화 단계를 논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양자 관련 기술이 왜 중요한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정리하고, 장차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5월 2일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IT조선과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양자컴퓨팅 상용화' 좌담회는 국내 보기 드물게 마련된 시간인만큼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좌담회에서 쏟아진 질의 응답의 주요한 내용을 정리해봤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대한 토론이 끝나고 청중들과의 질의 응답이 진행됐다. / 최용석 기자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대한 토론이 끝나고 청중들과의 질의 응답이 진행됐다. / 최용석 기자
Q. NP 문제(Non-deterministic Polynomial, 비결정적 다항식, 기존의 컴퓨터로도 증명 및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나올 수 있을까.

이준구 KAIST 교수 : 일단 NP 문제 자체를 풀었다는 증명이 아직 없다. 다만 양자컴퓨터는 엄청난 병렬 연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답'을 좀 더 빨리 찾을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억 KAIST 교수 : NP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풀 수 있는 문제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아닐까.

Q.사람처럼 생각하고 마음을 이해하는 양자컴퓨터가 나올 수 있을까.

이준구 교수 : 사람의 뇌는 약 20W(와트)의 전력으로 사고와 판단 기능을 수행하지만 현재 가장 뛰어나다는 인공지능 중 하나인 '알파고'만 하더라도 수백만 W의 엄청난 전력을 소비한다.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 구현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Q.양자 기반 데이터 검색을 수행하려면 결국 고성능의 양자 메모리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준구 교수 : 양자메모리에 대한 콘셉트는 이미 2009년에 제시됐으며, 어떤 것이 가능할 것인지도 이미 연구되고 있다. 양자 상태를 기록할 수 있는 소재나 기술 등이 만들어진다면 양자 메모리를 만들 수 있겠지만 거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그만큼 도입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기존의 데이터를 어떻게 양자 데이터로 만들 것인지가 급선무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 : 클로닝 바운드 같은 기술을 사용하면 이론상으로는 양자메모리의 구현은 가능해 보인다.

Q. (양자 기술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대중화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비용 없이 양자를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이준구 교수 : 1970년대 초에 4bit~8bit 수준의 CPU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국내에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도 조금만 공부하면 CPU가 뭔지 설명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양자컴퓨터를 쉽게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미래에는 초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전문가들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T조선에서 이런 좋은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이순칠 KAIST 교수 :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함으로써 양자컴퓨터를 익숙하게 접하게 한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중첩' 상태는 눈으로 보면 없어져 버리는 것이 곤란한 문제다.

Q. 국내 모 통신사가 양자통신을 개발하고 있고, 곧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어떤 수준인가.

안도열 교수 : 독자적인 기술은 아니고 스위스의 관련 회사를 인수함으로 해당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준구 교수 : 해당 통신사는 양자컴퓨팅 기술도 같이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태억 교수 : 통신업계의 지인에 따르면 아직 상업적인 가치는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핵심 거점 간 교환기와 교환기 사이에는 양자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도, 각 가정에 적용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는 가능성도 있고 군사 목적 등 다른 부분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준구 교수 : 한편으로, 양자 암호 기술은 해외에 의존할 수 없는 분야다. 경제성과는 별개로, 우리가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술이며, 그만큼 투자도 필요하다.

Q.양자컴퓨터와 블록체인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 체계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이태억 교수 : 앞서 이준구 교수가 언급한 대로 블록체인의 암호 비트 수가 워낙 커서 단기간 내에는 양자컴퓨터로도 블록체인을 깰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이준구 교수 : 만약 양자컴퓨터로 블록체인 체계를 공격하면 모든 암호를 뚫을 수 있기 때문에 재난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양자컴퓨터로 절대로 깨지 못 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만들면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되려면 기존의 모든 컴퓨터에 양자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최소한 20년 이내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Q. 휴대용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려면 어떠한 신소재가 개발되어야 할까.

이태억 교수 : 그 이전에 휴대용 양자컴퓨터가 과연 100년 안에 나올 수 있을까.

안도열 교수 :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 등에 나오는 기술 중에는 이미 실제로 구현된 것도 많다. 기술의 개발과 발전 속도는 선형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이다. 지금은 100년쯤 걸릴 것으로 예상하더라도 그 이상 빠르게 나올 수도 있다.

이준구 교수 : 2년 전만 하더라도 20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데 30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2년 후인 현재는 이미 70큐비트 수준까지 도달할 정도로 발전 속도는 예측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 기술은 반드시 만들어졌다. 따라서 우리에게 '양자컴퓨터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한편, 조선미디어그룹 ICT전문 매체 IT조선과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는 5월 2일 오후 7시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진행했다. 이날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는 양자컴퓨팅 분야에 권위있는 이순칠 KAIST 물리학과 교수, 이준구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참석해 그간의 연구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태억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1시간쯤의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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