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혁명] ⑩전문가가 말하는 양자컴퓨터 실용화의 난관

입력 2018.05.10 15:57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암호화 등 최근 ICT 업계를 중심으로 '양자' 기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실험실 수준에 불과하던 연구 개발 성과도 어느덧 실용화 단계를 논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양자 관련 기술이 왜 중요한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정리하고, 장차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양자컴퓨터가 언젠가는 분명 실용화 및 상용화되겠지만, 지금 당장 구현하기에는 넘어서야 할 과제도 많다."

5월 2일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IT조선과 조선비즈 주최로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양자컴퓨팅 상용화'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순칠, 이준구 KAIST 교수,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 / 최용석 기자

오류율 1%의 현재 양자컴퓨터…실용화에 '오류 해결'은 필수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이순칠, 이준구, 안도열 교수는 당장 양자컴퓨터가 상용화가 힘든 이유로 먼저 '부정확성'을 의제로 토론을 시작했다. 좌장인 이태억 KAIST 교수는 현재의 양자컴퓨터 기술이 기존의 슈퍼컴퓨터와 비교해 값이 일정치 못해 정확도가 떨어지고, 그만큼 오류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순칠 KAIST 교수는 "미시 세계 입자들은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호작용도 워낙 많은 데다, 주변과 완전한 차단도 불가능하다"며 "1을 입력해도 자꾸 0으로 변하고, 그 반대로도 작용하는 등 계속 변한다"고 말했다. 약간의 온도나 자기력, 전기력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소가 양자에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이준구 KAIST 교수도 "우리가 쓰고 있는 일반 컴퓨터가 빠르게 자리 잡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오류를 찾아내고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며 "현재 큐빗은 1% 수준의 오류를 가지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려면 99.99999999%의 정확도를 가진 큐비트 시스템(양자비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비관론이든 낙관론이든 핵심은 어떻게 오류 없는 큐비트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뿐이 아니다.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중첩상태에 대해서도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이준구 교수는 강조했다. 단순히 0이나 1에 대한 오류 보정뿐 아니라 수많은 중간단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알고리즘이 필요한데, 이러한 알고리즘을 적용하려면 또 다른 슈퍼컴퓨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양자컴퓨터의 실용화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류가 있는 채로 양자컴퓨터가 구현된다면 금융권을 비롯해 데이터의 정확도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양자컴퓨터의 도입이 쉽지 않다. 대신 약간의 오류가 있어도 큰 문제가 없는 예측, 머신러닝, 빅데이터 처리 및 분석 등에서만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쉽지 않은 큐비트의 생성과 확보, 유지 기술

양자컴퓨터의 성능 향상, 즉 큐비트(qubit)의 수를 늘리는 것도 난관이다. 전문가들은 100개 정도의 큐비트만 다룰 수 있으면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기존의 슈퍼컴퓨터보다 확실하게 우위를 보이려면 그 이상의 큐비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문에서는 아직 딱히 답이 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말이다. 현재 IBM이 초전도 기술을 통해 50 큐비트까지는 구현했지만 이것도 확실한 답이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는 "양자컴퓨터에서 큐비트를 구현하는 데 초전도, 실리콘칩, 이온 트랩 등 다양한 기술들이 논의 및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은 어느 하나만 골라서 밀어붙이기에는 시기상조다"며 "10년, 20년 정도 더 지켜보면서 어떤 방법이 오류문제, 큐비트 지속시간, 전력 소모 등에서 장점이 있는지 구체적인 결과를 모으고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수의 양자를 동시에 생성하고 큐비트로 확보하는 기술도 문제다. 초전도 방식의 경우 초전도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주 공간에 가까운 극저온·무진동·무소음 환경이 필요하고, 그만큼 시스템의 덩치가 매우 커지게 된다.

최근 인텔의 경우 초전도 방식뿐 아니라 실리콘 소자 내에서 단일 전자의 스핀 상태를 이용하는 실리콘칩 방식의 '스핀 큐비트' 기술을 개발해 발표했다. 초전도 방식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스템의 덩치도 줄일 수 있지만 이 방식 역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기존의 컴퓨터와는 다른 알고리즘, 데이터 보존 방식도 필요

기존의 컴퓨터와는 다른 연산 알고리즘도 걸림돌이다. 순차적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는 기존의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입력할 수 있고, 이를 단숨에 처리하며 답도 한 번에 나온다. 즉 기존의 컴퓨터와는 접근 방법부터 달라지는 셈이다.

이준구 교수는 "양자컴퓨터에서 오류율, 정보 지속시간 등의 문제가 해결되고 난 후에는 그것에 걸맞은 알고리듬이 존재해야 한다. 얼마나 물리적인 시스템을 잘 만들고, 얼마나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잘 만드는가가 핵심이다"며 "특히 고전 데이터를 양자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도록 양자 데이터로 만드는 방법이 가장 큰 이슈다"고 말했다.

그뿐이 아니다. 처리한 데이터의 보존도 문제다. 이준구 교수는 "(양자컴퓨터의) 재미있는 성질 중 하나가 계산이 한 번 끝나고 결과를 보는 결과값이 다 깨진다는 것이다"며 "답을 안 보면 깨지지 않는다. 하지만 열심히 양자컴퓨터에 맞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놓아도, 계산하고 답을 보는 순간 데이터베이스가 깨지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양자는 복제가 안 되기 때문에 데이터나 결과를 따로 복사하거나 저장할 수도 없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양자컴퓨터가 범용성을 갖추고 상용화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조선미디어그룹 ICT전문 매체 IT조선과 경제전문 매체 조선비즈는 5월 2일 오후 7시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 :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진행했다. 이날 프리 스마트 클라우드쇼에는 양자컴퓨팅 분야에 권위있는 이순칠 KAIST 물리학과 교수, 이준구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참석해 그간의 연구에 대해 발표했으며, 이태억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1시간쯤의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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