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검증되지 않은 알트코인을 상장해서 배를 불리려 했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형 거래소라는 영향력을 이용해 속칭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 코인을 상장시켜 돈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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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은 16일 사이트 공지를 통해 "다른 거래소에 팝체인 상장이 결정된 후 빗썸에서의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빗썸은 5월 15일 팝체인의 팝체인 상장 사실을 공지하고 에어드랍 이벤트 진행 계획을 알렸다.

논란의 중심에 선 팝체인 재단(POPCHAIN FOUNDATION)은 5월 14일 블록체인 3.0 기반 생태계 구축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 '팝체인'을 공개했다. 팝체인 재단이 공개한 팝체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 모델의 검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빗썸 거래소에 상장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팝체인 코인 소유자가 소수에 불과해 팝체인 개발자와 빗썸이 유착 관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 단 두 명이 전체 코인 92% 보유… 빗썸과 짜고 치는 고스톱?

암호화폐 거래정보 사이트 이더스캔을 보면 초기 팝체인 보유자는 18명이었다. 더 나아가 한 사람이 76.77%의 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로 코인을 많이 보유한 이는 전체 암호화폐의 15%를 보유했다. 92%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이들 두명은 팝체인이 빗썸에서 상장하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팝체인의 구조적 문제는 일반 투자자들이 먼저 잡아냈다. 15일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CLIEN에는 팝체인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처음 게재됐다. '자유'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이건 진짜 폰지 사기에요. 빗썸 OOO이 판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듯"이라는 글을 게재해 팝체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게시물을 올린 누리꾼은 팝체인에 대해 "어제 처음 공개된 코인입니다. 전 세계 아무도 모르는 듣보잡 코인"이라며 "코인마켓캡에도 없고, 해외에 검색 전혀 안 됩니다"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한 "검색이 안 되는 코인이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협회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팝체인 상장 재검토를 권고하고 나섰다. 협회 산하 자율규제위원회가 내부 논의를 거쳐 회원사인 빗썸에게 팝체인코인의 상장절차를 일시 중단하고 재검토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협회의 현업 블록체인 전문가, 투자자 집단이 팝체인 코인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은 "시장의 불안요소를 줄여나가야 신규계좌 개설을 포함한 회원사들의 정책적 요구를 정부도 수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자율규제 심사도 문제 발생의 소지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 이용자의 자산과 권리 보호를 제1의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앞으로도 회원사들의 코인상장과 운영에 대해 견해를 표명할 예정이다"며 "시장의 불안요소를 줄여나가야 신규계좌 개설을 포함한 회원사의 정책적 요구를 정부도 수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자율규제 심사도 문제 발생의 소지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팝체인 이더스캔 페이지.
팝체인 이더스캔 페이지.
◇ 빗썸, 그동안 알트코인 상장해서 한 몫 챙겼나?

팝체인 사태로 알트코인 상장 과정의 불투명성이 다시 도마 위에 다시 올랐다. 그동안 수많은 알트코인을 상장시킨 대형 거래소의 기술 검증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트코인을 상장시켜 시세차익을 본 세력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힘을 받고 있다.

실제 올해 4월 12일에도 빗썸에는 미스릴(MITH) 코인이 상장했다. 당시 미스릴 코인은 두 시간 만에 100배가 넘는 가격 상승세를 기록했다가 다시 내려 앉았다. 이날 오후 6시에 250원에 상장된 미스릴 코인은 약 50분 만에 2만8000원대까지 급상승했다. 이후 7시쯤에는 다시 1400원대로 가격이 내려앉았다. 당시에도 빗썸 측은 알트코인 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빗썸 측은 팝체인 사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상장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빗썸 관계자는 팝체인 사태에 대해 "상장 보류 결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솔직히 있다"며 "오늘 오전 팝체인 사태에 대해 인지했고 부랴부랴 알아본 결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파악해 상장을 보류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전하진 위원장은 "팝체인 사태는 블록체인 업계의 사회적 감시망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다"며 "다수가 참여하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큰 틀에서 바라보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팝체인 사태를 바라보는 누리꾼 반응도 싸늘하다. 귀쇼 아이디의 누리꾼은 "폰지사기를 넘어서 이건 화폐법으로 걸려야될 수준이다. 진짜 그냥 대놓고 돈 찍어내는 것이랑 다른 게 없는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24K 대물 아이디의 또 다른 누리꾼은 "국내 거래소 중 빗썸이 메인인데 이짓거리는 아니죠. 솔직히 잡거래소에서 하는 짓을 메인이 돈에 눈이 멀어 따라하면 되겠습니까? 검찰, 청와대 민원을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