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자리 뺏는다? 인간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입력 2018.05.17 17:30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요인이 로봇화(인간의 육체적 노동력을 자동화된 산업용 로봇이 대체하는 것) 현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나아가 기업이 근로시간과 고용, 로봇의 상생적·생산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화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교수(경제학과)는 16일 수원 영통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제6회 산업기술융합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로봇화와 고용, 대응전략'을 주제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16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제6회 산업기술융합 포럼에서 참석자가 강연을 듣고 있다. / 노동균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로봇에 의한 자동화가 필수적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미래 과학자나 시장조사 업체는 일제히 로봇에 의해 기존 일자리가 대량으로 파괴될 것이란 디스토피아적 관측을 쏟아낸다.

하지만, 조 교수는 기술의 불연속적인 변화나 상용화가 확대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의 일자리 파괴에 중점을 둔 결과는 현재 기준에서 공포 마케팅으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기술적 가능성이 조기에 나타나더라도 경제적 비용을 고려하면 신기술이 실제 작업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나치게 완전 자동화에 집착한 나머지 전기차 생산 지연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테슬라의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동화 생산 라인을 구축했지만, 빈번한 오류 발생으로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이나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조 교수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로봇의 고용 파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은 상태로,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 일부 제조업에서는 도리어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측면도 존재한다"며 "다만, 한국의 경우 과도한 정부 규제와 기업의 경직된 임금 결정 유연성 등에 의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로봇화가 촉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포럼(WEF)의 2017년 국가 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의 노동 시장 효율성은 73위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임금 결정 유연성 62위, 고용 및 해고 관행 88위, 정리해고 비용 112위, 노사 간 협력 130위 등이었다. WEF는 이를 기반으로 한국이 노동 규제 집중화 국가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근로 시간 역시 2016년 기준 2069시간으로 멕시코(2255시간), 코스타리카(2212시간)에 이어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많았다.

한국의 임금 체계는 임금과 성과 및 생산성 간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성과주의 임금 체계로 개편을 추진했으나 여전히 호봉 중심의 연공제가 만연하고, 근속 연수가 임금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울러 대기업·정규직·노조의 과도한 고용 보호와 생산성과 무관한 임금 상승 등이 다른 집단의 고용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교수는 이 같은 한국 노동시장 특성을 고려해 기업이 글로벌 가치 사슬(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노동력·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에 부합하는 로봇화를 추진하되 스마트 워크,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화 등 노동 주체인 인간의 일하는 방식을 시대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역시 노동운동의 관점을 분배과정 중심에서 생산과정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가 생산 과정 재설계와 직업 능력 개발에 대한 투자, 제품·서비스 혁신 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의 경쟁력에 직접 관여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개별화된 인사 제도, 선택적 보상 시스템, 일과 삶의 균형에 따른 보상 강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저임금 노동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진입한 선진국 다국적 기업이 최근 기술 유출 방지, 고숙련 인력 확보, 기술적 투자를 위해 본국으로 유턴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단순 조립과 같은 노동 집약적인 일자리는 결국 로봇이 대체할지언정 하이테크 분야에서의 기획, 연구개발 등 질 높은 일자리를 지속해서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체계적 계획 경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