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재'가 된 30~40대 남성은 1970~1980년대 소년 시절 TV에서 비치던 변신·합체 로봇을 보고 열광했으며, 합체 로봇 장난감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맘껏 펼쳤다. 197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소재였던 변신·합체 로봇의 탄생 발판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마징가Z'다.
1972년 등장한 마징가Z는 '슈퍼로봇'이란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장르를 개척한 것은 물론, 당시 초판 1만2000개 수준의 일본 장난감 시장을 '초합금 마징가Z' 장난감으로 단번에 100만개 단위로 끌어올린 주역이기도 하다.
마징가Z의 성공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와 장난감 업계는 '마징가 다음에는 도대체 뭘 만들어야 성공하는가'란 고민에 빠졌다는 것이 당시 현지 애니메이션 업계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증언이 나온다.
무라카미는 IT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변신·합체로봇 장난감이 어린이들의 창조성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어린이들이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로봇 합체·변신 놀이를 즐겼다는 것이다.
◇ 변신·합체 로봇의 실질적 원조는 '겟타로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합체 로봇'의 시초를 1967년 TV방영된 특수촬영(이하 특촬) 드라마 '울트라세븐'에 등장한 괴수 로봇 '킹조'라고 평가하고 있다. 몸통이 네 개로 분리 합체되는 킹조의 몸체 파츠는 비행 및 잠수 능력을 갖췄으며, 분리된 상태에서도 파괴력이 강한 광선 공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합체 슈퍼로봇 인기에 불을 지핀 작품은 1974년 공개된 '겟타로보(ゲッターロボ)'다. 마징가Z를 만든 나가이 고(永井豪)와 그와 함께 일했던 만화가 이시카와 켄(石川賢)이 함께 만든 겟타로보는 특촬 드라마 가면라이더로 '변신'이란 키워드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토에이(東映)가 로봇에 변신이란 요소를 가져다 붙이면서 탄생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겟타로봇은 당시 장난감 제작 기술로는 3단 변신 합체를 재현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는 당시 장난감 제조사의 불만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장난감으로 합체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첫 번째 슈퍼로봇은 1976년작 '초전자로보 콤바트라 브이'다. 다섯 대의 기체가 서로 합체해 한 대의 거대로봇으로 완성되는 컨셉은 1970~1980년대 합체 로봇의 기초가 되었으며, 애니메이션을 벗어나 파워레인저(슈퍼전대) 시리즈에 등장하는 합체 로봇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합체 슈퍼로봇은 겟타로보의 3단 합체에서 '기갑함대 다이라가 핍틴(XV)'의 15단 합체까지 발전했으나, 2002년작 '초중신 그라비온'에서 5단 합체, 2003년작 '창성의 아쿠에리온'에서 3단 합체, 2007년작 '천원돌파 그렌라간'에서 2단 합체 등 점차 합체 단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 합체 슈퍼로봇 이대로 사라지나?
1970~1980년 쏟아져 나왔던 변신·합체 로봇 애니메이션은 최근 마크로스 등 변신 로봇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콘텐츠 수가 줄었다.
로봇 애니메이션의 원점이라고도 평가받는 합체 로봇이 사라진 까닭에 대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스폰서의 부재'와 '로봇 만화 작품 축소'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로봇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 위해서는 장난감 업계로부터 제작 자금을 받아야 하지만 로봇 장난감을 만드는 반다이는 자신들의 지식 재산권으로 만든 건담 프라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타카라토미 역시 자신들이 직접 기획한 로봇 애니메이션인 '드라이브헤드'와 '신카리온' 관련 로봇 장난감만 내놓는다.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틀이 되는 만화 작품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현지 인기 만화 잡지 주간소년 점프에서는 '원피스' 등의 판타지 소재 만화만 눈에 들어오는 상태다. 현재 합체 로봇은 특촬 드라마인 파워레인저 시리즈에서나 목격할 수 있다.
장난감 업계 한 관계자는 "1970~1980년대 당시 변신 로봇을 장난감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금형과 설계 기술의 발전으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 합체 로봇의 설자리를 잃게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합체 #로봇 #변신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마징가 #겟타로보 #콤바트라V #볼테스V #마크로스 #라이딘 #반다이 #포피 #초합금 #장난감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㊹미래 아닌 현실세계에 로봇 등장시킨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㊸3등신 로봇의 선구주자 '마신영웅전 와타루'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㊷18년만에 부활한 자칭 미소녀 마법사 '리나 인버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㊶일본 미소녀 캐릭터의 기준 만든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㊵남자에서 여자로 변신하는 '란마1/2'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㊴1억권 넘게 팔린 만화 '슬램덩크' 후속작은 언제?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㊲부활 신호탄 쏴올린 열혈SF 대명사 '톱을 노려라'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㊱80년대 만화 패러디 결정체 '프로젝트 에이꼬'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㉟드래곤볼 탄생에 결정적 역할한 개그만화 '닥터 슬럼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㉞드래곤볼 주인공은 손오공?…치치·18호·비델 등 강한 언니들 즐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㉝드래곤볼, 원래 피콜로대마왕서 만화 끝낼 예정이었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㉜7년 기다린 에반게리온 극장판 마지막편 2020년 개봉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㉛리얼로봇의 정점 '장갑기병 보톰즈'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㉚돈 문제로 아톰 후속작 탄생 불발했지만…'제타마르스'가 바통 이어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㉙사람의 마음 가진 로봇 '아톰' 어떻게 탄생됐나?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㉘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건담'…기대반 불안반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㉗로봇 만화 인기 초석 마련한 '철인28호'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㉖마크로스 3대요소 '발키리·여주인공의 노래·삼각관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㉕냉전시대 '음악'으로 적의 사기를 떨어뜨린 '민메이 어택'…로봇 애니의 '혁명'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㉔건담 팬 174만명이 뽑은 최고의 건담 애니 작품은?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㉓반다이 먹여살린 '건담'…원래는 '로봇' 아니었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㉒권선징악 깨뜨린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콤바트라V·볼테스V'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⑳상식을 뒤집는 역발상으로 마징가Z 만든 만화가 '나가이 고'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⑲80년대 소년 가슴 설레게 한 '러브코미디' 만화 작품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⑱빚 갚다가 '에반게리온' 등 SF명작 탄생시킨 '가이낙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⑰슈퍼로봇이 우주에서 날아와야 했던 까닭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⑯ 누가 '밍키'를 죽였나?…변신 마법소녀 획 그은 밍키모모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⑮빨간머리앤 만든 애니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 타계…미야자키 하야오 '충격'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⑭매그넘과 100톤망치 '시티헌터' 2019년 부활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⑬80년대 꿈꿨던 SF속 미래 세상 얼마나 실현됐나?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⑫슈퍼히어로 역사의 시작 '마블 코믹스'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⑪ '캔디'는 결국 누구랑 결혼했나?…애니 결말은?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⑩아재들에게 꿈과 상처 함께준 '태권브이'…국내 표절 로봇 총정리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⑨'딱딱이・줄동전・쇠자 금지' 1980년대 추억 속 오락실 문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⑧독수리오형제부터 데카맨까지…1970년대 SF액션 히어로 양성소 '타츠노코프로'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⑦고양이 탈쓴 소녀 '헬로키티'의 배신은 유죄?무죄!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⑥오락실 먹여살린 '대전게임'의 아버지 스트리트파이터2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⑤43년간 악과 싸우는 '파워레인저'…그 시작은 월광가면과 가면라이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④아르카디아·오디세이·나데시코…향수 자극하는 우주전함의 역사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③1970년대 꽃핀 열혈 '슈퍼로봇' 붐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②비밀 간직한 은하철도999 속 '메텔'의 정체는?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① 40년전 종영한 마징가Z 결말 기억하십니까?
- [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㊳"너는 이미 죽어있다" 명대사 남긴 80년대 하드보일드 액션 '북두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