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㉑마징가Z로 촉발된 변신·합체 로봇 붐

입력 2018.05.25 18:51 | 수정 2018.05.26 06:00

지금은 '아재'가 된 30~40대 남성은 1970~1980년대 소년 시절 TV에서 비치던 변신·합체 로봇을 보고 열광했으며, 합체 로봇 장난감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맘껏 펼쳤다. 197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소재였던 변신·합체 로봇의 탄생 발판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마징가Z'다.

1972년 등장한 마징가Z는 '슈퍼로봇'이란 거대로봇 애니메이션 장르를 개척한 것은 물론, 당시 초판 1만2000개 수준의 일본 장난감 시장을 '초합금 마징가Z' 장난감으로 단번에 100만개 단위로 끌어올린 주역이기도 하다.

마징가Z의 성공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와 장난감 업계는 '마징가 다음에는 도대체 뭘 만들어야 성공하는가'란 고민에 빠졌다는 것이 당시 현지 애니메이션 업계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증언이 나온다.

DX초합금혼 '콤바트라 브이' 액션 피규어. / 반다이 스피리츠 제공
초합금 마징가Z 장난감을 만든 무라카미 카츠시(村上克司)는 마징가Z를 대체할 로봇 아이디어를 '변신'과 '합체'에서 찾았다. 그는 로봇 애니메이션 '용자 라이딘(1975년)'에서 고대 무 제국이 탄생시킨 무트론 금속으로 만들어진 변신 로봇 '라이딘'을 탄생시켰으며, '초전자로보 콤바트라 브이(1976년)'에서 다섯 대의 기체가 합체하는 로봇을 만들어 냈다.

무라카미는 IT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변신·합체로봇 장난감이 어린이들의 창조성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어린이들이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로봇 합체·변신 놀이를 즐겼다는 것이다.

◇ 변신·합체 로봇의 실질적 원조는 '겟타로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합체 로봇'의 시초를 1967년 TV방영된 특수촬영(이하 특촬) 드라마 '울트라세븐'에 등장한 괴수 로봇 '킹조'라고 평가하고 있다. 몸통이 네 개로 분리 합체되는 킹조의 몸체 파츠는 비행 및 잠수 능력을 갖췄으며, 분리된 상태에서도 파괴력이 강한 광선 공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울트라세븐 ‘킹조’ 피규어. / 반다이 스피리츠 제공
 

합체 슈퍼로봇 인기에 불을 지핀 작품은 1974년 공개된 '겟타로보(ゲッターロボ)'다. 마징가Z를 만든 나가이 고(永井豪)와 그와 함께 일했던 만화가 이시카와 켄(石川賢)이 함께 만든 겟타로보는 특촬 드라마 가면라이더로 '변신'이란 키워드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토에이(東映)가 로봇에 변신이란 요소를 가져다 붙이면서 탄생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겟타로보 액션 피규어. / 굿스마일컴퍼니 제공
세 개의 기체가 합체 순서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세 가지 로봇으로 변신하는 겟타로보는 '변신'과 '합체'를 모두 도입한 '변신·합체 로봇의 원조'로 평가받고 있다.

겟타로봇은 당시 장난감 제작 기술로는 3단 변신 합체를 재현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는 당시 장난감 제조사의 불만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장난감으로 합체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첫 번째 슈퍼로봇은 1976년작 '초전자로보 콤바트라 브이'다. 다섯 대의 기체가 서로 합체해 한 대의 거대로봇으로 완성되는 컨셉은 1970~1980년대 합체 로봇의 기초가 되었으며, 애니메이션을 벗어나 파워레인저(슈퍼전대) 시리즈에 등장하는 합체 로봇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초합금혼 볼테스V 액션 피규어. / 반다이 스피리츠 제공
콤바트라 브이와 후속작인 '볼테스 파이브(V)'로 정착된 다섯 가지 기체가 로봇의 팔·다리·몸통·머리 등으로 합체하는 슈퍼로봇 컨셉은 다섯 대의 사자 로봇이 합체하는 '백수왕 고라이온'과 '육신합체 갓마즈'로 이어졌다. '더블제타 건담' 등 슈퍼로봇과 괘를 달리하는 리얼로봇 대표 기종인 건담 시리즈에도 합체 로봇 컨셉이 전파됐다.

합체 슈퍼로봇은 겟타로보의 3단 합체에서 '기갑함대 다이라가 핍틴(XV)'의 15단 합체까지 발전했으나, 2002년작 '초중신 그라비온'에서 5단 합체, 2003년작 '창성의 아쿠에리온'에서 3단 합체, 2007년작 '천원돌파 그렌라간'에서 2단 합체 등 점차 합체 단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 합체 슈퍼로봇 이대로 사라지나?

1970~1980년 쏟아져 나왔던 변신·합체 로봇 애니메이션은 최근 마크로스 등 변신 로봇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콘텐츠 수가 줄었다.

로봇 애니메이션의 원점이라고도 평가받는 합체 로봇이 사라진 까닭에 대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스폰서의 부재'와 '로봇 만화 작품 축소'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로봇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 위해서는 장난감 업계로부터 제작 자금을 받아야 하지만 로봇 장난감을 만드는 반다이는 자신들의 지식 재산권으로 만든 건담 프라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타카라토미 역시 자신들이 직접 기획한 로봇 애니메이션인 '드라이브헤드'와 '신카리온' 관련 로봇 장난감만 내놓는다.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틀이 되는 만화 작품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현지 인기 만화 잡지 주간소년 점프에서는 '원피스' 등의 판타지 소재 만화만 눈에 들어오는 상태다. 현재 합체 로봇은 특촬 드라마인 파워레인저 시리즈에서나 목격할 수 있다.

DX초합금 마크로스 플러스 ‘YF-19' 액션 피규어. / 반다이 스피리츠 제공
마크로스 등 변신 로봇의 진화가 합체 로봇을 사라지게 했다는 주장도 있다.

장난감 업계 한 관계자는 "1970~1980년대 당시 변신 로봇을 장난감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금형과 설계 기술의 발전으로 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 합체 로봇의 설자리를 잃게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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