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민 1세대 혹은 그 자녀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의 여왕' 메리 미커는 30일(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리코드가 주최하는 '코드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인터넷 트렌드 리포트 2018'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메리 미커는 미국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KPCB)의 투자 매니저로 1995년부터 매년 인터넷 산업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인터넷의 여왕' 메리 미커가 30일(현지시각) 발표한 '인터넷 트렌드 리포트 2018' 표지. / kpcb 홈페이지 갈무리
’인터넷의 여왕' 메리 미커가 30일(현지시각) 발표한 '인터넷 트렌드 리포트 2018' 표지. / kpcb 홈페이지 갈무리
메리 미커에 따르면 미국 IT 기업 설립자의 절반 이상은 이민 1세대 혹은 2세대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시리아 출신 이민자의 아들이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2세대 쿠바 이민자이며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왈도 세브린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역시 브라질 출신 이민자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몰라도, 실리콘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9월 불법 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자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DACA는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의미를 담아 불법체류 청년을 '드리머(Dreamers)'라고 불렀다. DACA 제도에 따라 일시 취업 허가를 받아 학교나 직장을 다니는 드리머는 80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주요 IT기업 수장은 트럼프 정부의 DACA 폐지 결정을 거세게 비판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드리머를 보호하기 위해 워싱턴에 있는 지도자에게 긴급히 호소한다"며 DACA 폐지 절차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DACA 폐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젊은이의 노력을 짓밟고 그들을 처벌하겠다는 조치다"라며 "드리머를 영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법적 해결책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