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1일 도시바메모리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원조인 도시바 인수에 따른 효과가 향후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 /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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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30일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판게아에 총 투자액 3조9200억원 중 2조6453억원을 송금했다. 나머지 금액은 전환사채 방식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 지분 15%를 확보하게 된다.

SK하이닉스 한 관계자는 “각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승인이 완료돼 인수 대금 납부가 마무리됐다"며 “절차 최종 완료일은 6월 1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1강(삼성전자) 4중(도시바·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SK하이닉스) 구도를 형성한 낸드플래시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 37.0%, 도시바 19.3%, 웨스턴디지털 15.0%, 마이크론 11.5%, SK하이닉스 9.8%다. 독보적인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2~5위 업체 간 점유율 차이가 10%포인트(p) 미만이다.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마지막까지 한·미·일 연합을 물고 늘어졌던 웨스턴디지털은 오랜 시간 도시바와 협력 관계였던 자회사 샌디스크를 앞세워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 공동 운영 등 파트너십을 이어갈 전망이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96단 3D 낸드플래시 ‘BiCS4’를 공동 개발한 데 이어 현재 주력인 트리플 레벨 셀(TLC, 셀당 3비트 기록)을 뛰어넘는 쿼드 레벨 셀(QLC, 셀당 4비트 기록) 낸드플래시도 도시바와 함께 시험 생산한다.

마이크론은 2005년부터 협력 관계를 이어온 인텔과 결별을 앞두고 있어 향후 4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 마이크론과 인텔은 96단 낸드플래시 개발을 마무리하는 대로 낸드플래시 공동 개발을 중단할 예정이다. 대신 인텔이 차세대 메모리로 밀어붙이는 3D 크로스포인트 기반 ‘옵테인' 분야 협력은 계속 이어간다. 결국,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 사업 명운은 차세대 메모리로의 세대교체 시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를 처음으로 개발한 곳인 만큼 관련 분야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 중이다. SK하이닉스로서는 도시바의 기술 개발 로드맵 등 전략 방향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된다. 낸드플래시를 넘어 차세대 메모리를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도시바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SK하이닉스의 자산이 된다.

일각에서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이후'를 내다보고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 참여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3D 낸드플래시 단수 경쟁에만 치우칠 경우 기술 평준화 시점이 도래하면 중국 등 후발 업체와의 치킨 게임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마무리돼도 향후 10년간 의결권 지분 15% 이하 및 기밀정보 접근 차단 조건으로 인해 SK하이닉스가 당장 눈에 띄는 시너지를 얻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결국, D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낸드플래시 분야가 취약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이번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중장기적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낸드플래시 다음 세대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