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공유 사이트 등을 통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미지, 영상 등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대응 방법 중 하나는 워터마크다. 워터마크는 전통적으로 인쇄물이나 지폐 등에 육안으로는 쉽게 파악하기 힘든 고유의 표시를 해두는 것을 말한다. 이를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한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파일이 아닌 영상이나 이미지 자체에 저작권 정보를 입히는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이 급부상 중이다.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은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수준의 미세한 픽셀값으로 특별한 코드를 만들어 영상에 삽입하는 방식을 쓴다. 일반 시청 환경에서는 원본 콘텐츠와 비교해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지만, 식별기로 영상이나 이미지를 스캔하면 해당 영상의 출처와 원소유자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콘텐츠 마켓에서 구매한 콘텐츠의 경우 코드에 로그인 아이디, 구매 정보 등을 물론 해당 콘텐츠가 어디에서 최초 유출됐는지 추적할 수 있다.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이 적용된 영상은 카메라나 캠코더로 영상을 촬영하더라도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영상이 손상되지 않는 이상 코드를 식별할 수 있다. 코드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영상의 경우 사실상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없지만, 이마저도 오디오 워터마킹 기술을 함께 접목하면 대응할 수 있다. 오디오 워터마킹은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비가청 주파수대를 이용해 음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콘텐츠 식별 정보를 입히는 기술이다.
IPTV에서 영상을 직접 추출해 불법으로 콘텐츠를 유포하는 사례가 늘면서 셋톱박스 업계도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에 주목한다. 셋톱박스에 탑재되는 부품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셋톱박스에서 재생 중인 영상에 워터마크를 실시간으로 입혀 내보내는 것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해졌다. TV 방송을 인터넷으로 재전송하는 OTT(Over The Top) 사업자도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로 저작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오래전부터 불법 유출로 몸살을 앓아온 헐리우드에서는 불법 콘텐츠의 확산 방지와 유포자 처벌을 위해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 도입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헐리우드 메이저 제작하는 비영리 연구 합작 연구소 ‘무비랩스'를 설립해 영화를 무단으로 복제하는 보안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 등을 적용하지 않는 업체에는 공급권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보안 업계 한 관계자는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이 불법 복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암호화를 적용하기 힘든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며 “무엇보다 불법 복제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의 필요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