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⑥영화 '퓨리'의 병기들

  • 유승식 회계사·프라모델 애호가
    입력 2018.06.02 15:28 | 수정 2018.06.15 14:54

    지금은 21세기라 2차대전은 까마득한 옛 역사 속의 전쟁이 돼 버렸다.

    1960년~1970년대에는 2차대전 영화가 아주 많았지만, 1990년대 이후 2차대전을 소재로 한 전쟁 영화는 일단 제일 유명한 것이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윈드토커’, ‘진주만’, TV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것들이 있겠다.

    그러던 중 2014년 가을 정통 2차대전 전쟁 영화가 등장했으니 바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퓨리(Fury)’다.

    영화 ‘퓨리’ 속 셔먼 전차. / 소니픽쳐스 제공
    ‘퓨리’란 주인공 브래드 피트가 전차장을 맡은 셔먼 전차의 애칭이다. 영화에는 모두 4대(엄밀하게는 5대)의 셔먼 전차가 등장하는데, 각기 애칭을 갖추고 있다(퓨리, 올드 필리스, 루시 수, 머더 잉크).

    영화는 대체로 재미있다는 평가다. 관객 동원도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평균 이상은 되는 136만명(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자료 기준)을 기록했다.

    퓨리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스토리와는 별개로 이 영화가 2차대전 당시의 실물 소품을 많이 다루기 때문이다.(물론 고증상 옥의 티는 있다). 필자는 이 영화를 ‘2시간 30분짜리 디오라마’라고 평가한다. 실물 2차대전 장비들을 보는 재미로 영화 비디오를 100번도 더 반복해 봤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최근 전쟁 영화는 2차대전의 전차를 재현하기 위해 퇴역한 기갑 차량의 바깥을 비슷하게 만들어 씌우는 식으로 재현한다. 하지만 영화 퓨리에 등장하는 장비는 거의 다 오리지널 장비란 점이 특징이다. 영화 ‘퓨리’에 나오는 병기를 살펴보자.

    ◇ M4 셔먼 전차

    셔먼전차는 2차대전 중 무려 5만대나 생산돼 미군 뿐 아니라 연합군 공통으로 사용된 주력전차다. 눈에 띄는 강력함은 없지만 기계적 신뢰성이 높고 전투력도 평균 이상은 되는 우수한 전차였다. 특히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차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미군 M4A3E8 전차 역할로 나오는 셔먼전차. 실제로는 A2형 차체다. / 소니픽쳐스 제공
    영화에 등장하는 5대의 셔먼 중 1대는 영화 초반에 독일군 소년이 숲속에서 기습적으로 쏜 ‘판저파우스트’를 맞고 격파되니까 남은 셔먼은 4대, 이 가운데 두 대는 포가 짧고 나머지 두 대는 포가 길다.

    M4A3E8 셔먼 전차 유럽전선 버전. / 타미야 제공
    ‘루시 수’와 ‘머더 잉크’란 애칭을 단 짧은 포를 장착한 셔먼은 75㎜포를 탑재해 대전차 전투 보다는 화력 지원 성격을 가졌다.

    ‘퓨리’와 ‘올드 필리스’ 애칭을 가진 셔먼은 포신이 긴 대전차 전투능력을 강화한 76.2㎜(3인치)포를 탑재했다. 이 주포는 457미터(m) 거리에서 30도 경사각으로 93㎜ 두께의 강판을 관통할 수 있고, 고속철갑탄을 사용하면 150㎜ 이상의 강판도 관통할 수 있었다.

    그리고 4대의 셔먼 전차 가운데 퓨리의 궤도만 폭이 넓은 것은 주행 장치를 개량한 ‘후기형’이기 때문이다. 차량으로 치자면 광폭 타이어를 장착한 것이라 보면 되겠다.

    ‘퓨리’는 영국 보빙턴 전차박물관 소장품이다. 영화 개봉 후에는 영화에 나온 상태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매년 6월경 한 차례 열리는 공개 행사인 ‘탱크 페스트(Tankfest)’ 때 마다 일반인에게 선 보인다.

    ◇ 75㎜ 대전차포 ‘Pak40’

    영화 속에서 전장에 고립된 미군을 구출하기 위한 첫 번째 전투에서 퓨리를 비롯한 셔먼 전차 4대가 전진하는 전투 장면에는 독일군의 75㎜ 대전차포 ‘Pak40’이 등장한다.

    독일 75㎜ 대전차포 Pak40. / 소니픽쳐스 제공
    이 포는 1941년 6월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이 예상밖으로 강력한 소련 전차 ‘T-34’를 만나면서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서둘러 개발한 포인데, 1942년 중반부터 전쟁 종결 때까지 대전차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독일 전차에 주포로 탑재되면서 독일군의 주력 대전차무기로 활약했다.

    독일 75㎜ 대전차포. / 타미야 제공
    자료에 따라 수치가 좀 다르긴 하지만 1000m 거리에서 30도 경사각으로 세워진 8.5㎝의 강판을 관통할 수 있다고 한다.

    ◇ MP44 돌격소총

    주인공인 ‘워대디(브래드 피트)’가 개인 화기로 사용하던 소총은 독일군으로부터 노획한 ‘MP44’ 돌격소총이다.

    워대디(브래드 피트)가 사용하는 개인화기는 독일군으로부터 노획한 MP44 돌격소총이다. / 소니픽쳐스 제공
    이 소총은 그 유명한 공산권 공통 소총인 ‘AK소총의 원조’로서 소총과 권총의 중간 크기의 탄약을 사용, 합리적인 전투 거리(300m 내외)에서 높은 명중률을 유지하면서 탄약을 많이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자동사격도 가능하게 만든 혁명적인 소총이었다.

    MP44 소총. / 타미야 제공
    히틀러는 처음에는 자신의 허가 없이 새로운 소총을 만들어 보급한 것을 알고 크게 분노하였으나, 뒤에 이 총의 성능을 이해하고 크게 만족, 국민들에게 선전하는 ‘경이적인 병기’목록에 포함했다.

    그리고 좀 더 극적인 이름이 필요했던 히틀러는 스스로 이 총을 ‘돌격소총(어썰트 라이플·Assault Rifle)이라 명명, 이것을 계기로 훗날 소총과 권총탄의 중간 정도 탄약을 사용하는 경량 소총을 ‘돌격소총’이라 부르게 된다.

    즉, 현대의 AK소총, M16 소총, 우리나라의 K2 소총 등은 모두 ‘돌격소총’이라는 장르에 속하는 총기인 셈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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