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생산량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2018년 전기차 보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예정한 2만대에 추경으로 마련한 500대 물량의 보조금도 지급되지 못할 공산이 큰 것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보조금 차등 정책 탓에 일부 차종으로 전기차 구매가 몰린 탓이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 박진우 기자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 박진우 기자
2018년은 전기차 대중화 원년으로 꼽혔다. 한번 충전으로 4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대거 등장을 예고해 소비자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 2017년 39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쉐보레 볼트 역시 올해 공급을 대폭 늘리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 분위기가 조성됐다. 자동차 회사는 공식적인 출고 이전에 사전계약을 진행, 판을 키웠다. 전기차 구매 예정자는 대부분 사전계약에 관심이 쏠렸다. 보조금 조기 소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결국 추경 심사에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포함됐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올해 전기차 출고량은 6월 11일 현재 전국 4174대(친환경차 종합정보 지원시스템 기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숫자를 보급하는 제주특별자치도(3912대 목표)의 경우에도 6월 8일까지 겨우 482대, 목표의 12.3%만 채웠을 뿐이다.

앞으로도 이 숫자는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 생산 및 공급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현재 계약과 동시에 즉각 출고가 가능한 전기차는 인기가 떨어지는 편이다.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길지 않아 보조금이 인기 차종에 비해 적어서다. 결국 소비자는 대기시간이 길더라도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산모터쇼에 전시된 기아차 니로 EV. / 기아차 제공
부산모터쇼에 전시된 기아차 니로 EV. / 기아차 제공
사실 보조금 차등 지급은 이전부터 비판이 있어왔다. 전기차 주행거리와 환경부의 친환경차 보급 목표인 ‘배출가스 제로’와 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 충전으로 100㎞를 가든, 300㎞를 가든 전기차는 운행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다는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주행거리에 따라 보조금을 달리하면서 신형 전기차에 대한 특혜 시비를 만들었다. ‘주행거리=기술력’이라는 오해도 낳았다.

문제는 일부 차종에 쏠림 현상이 나타났음에도 환경부는 보조금 집행에 관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또 자동차 제조사의 경우 생산 계획의 변경 없이 미리 정해둔 스케줄 대로 생산하고 있다. 연초부터 사전계약을 실시, 보조금 대란 우려를 낳았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5월에 들어서야 출고가 시작됐다. 2만여대의 사전계약 물량이 대기 중임에도 5월 판매량은 겨우 300여대다.

기아차 니로 EV는 2월부터 사전계약을 실시, 2만~3만대의 계약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쉐보레 볼트 EV는 1500대 가량 팔려 나갔으나, 올해 공급은 5000여대로 앞으로 3500대만 판매될 예정이다.

르노삼성 SM3 Z.E / 르노삼성 제공
르노삼성 SM3 Z.E / 르노삼성 제공
상황이 이렇자 지난 5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환경부의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사업’ 추가 예산 1190억원을 237억5000만원 삭감했다. 환노위는 환경부의 전기차 지원 예산은 매년 집행 부진을 겪고 있어 2018년 역시 연내 집행 가능성을 낮게 잡았다. 추가 예산이 불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여기에 부대의견으로 환경부 장관은 2018·2019년 전기차 보급물량 소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전기차 보조금 외의 예산효율성을 고려한 미세먼지 저감 방안을 적극 발굴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와 관련 자동차 관계자는 “환경부가 친환경차 정책을 주도하고 싶어하는 것은 알겠으나, 보조금 차등으로 인해 판매 중인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생산도 되지 않은 차로 쏠린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었다”며 “보조금 지급을 출고 2개월내로 제한했으나, 즉시출고가 가능한 전기차로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았고, 사전계약을 1만대 이상 받은 자동차 제조사 역시 생산을 서두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환경부의 어설픈 정책 수립이 국내 친환경차 보급에 혼란을 가져왔고, 전기차 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