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과감하게 정리할 것인가'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난 필름·필름 카메라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아날로그·복고 문화와 함께 필름 부문이 재조명받고 있으나, 성장세에는 한계가 있다는 업계 평가다.
14일 광학 카메라 제조업계에 따르면, 니콘과 후지필름, 코닥은 필름 사업 ‘유지파’다. 캐논, 라이카는 ‘정리파'다.
후지필름은 리얼라, 프로비아 등 필름 제품군을 대부분 단종 처리했다. 반면, 즉석 필름 및 즉석 카메라는 꾸준히 생산 중이다. 나아가 후지필름은 1:1 비율 정사각형 포맷 스퀘어 필름과 즉석 카메라 스퀘어 시리즈를 선보였다. 기존 3:2 비율과 다른 정사각형 포맷을 내세워 신규 소비자에게는 색다른 느낌을, 기존 소비자에게는 6x6 중형 카메라의 향수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파산 신청에서 벗어난 코닥은 VR, 즉석 카메라, 스마트폰으로 제품군을 넓히는 가운데, 잠시 중단했던 필름 사업의 부활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필름 사용자를 위해 초고감도 필름 티맥스3200, 컬러 필름 엑타크롬 등 베스트셀러 필름을 다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올 4분기 내 출시 예정이다.
독일 광학 명가 라이카 역시 캐논과 같은 날, 필름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M7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라이카 M7 역시 15년간 판매된 인기 모델이었다. 라이카는 M7 단종 이후 또다른 필름 레인지파인더 카메라 MP와 M-A 생산은 이어간다고 밝혔다.
필름과 공존을 선택한 제조사는 마니아의 지지를 얻고 있다. 니콘은 필름 및 디지털 SLR 카메라의 렌즈 마운트를 동일하게 설계해 마니아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후지필름은 틈새시장 즉석 카메라를 발굴해 해마다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코닥 필름 부활 소식을 접한 국내외 사진 커뮤니티에서는 코다크롬, 포트라 등 인기 필름 재생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필름과 결별한 제조사는 R&D 및 홍보 비용을 오롯이 디지털 부문에 쏟을 전망이다. 필름 카메라 수요는 일본 CIPA(사진영상기기연합, Camera & Imaging Products Association)도 2004년 이후 집계하지 않을 만큼 적기 때문이다. 제품 지원은 유지하되, 개발 여력은 디지털 카메라에 집중하자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