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지난 3월 다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도요타가 유럽 시장에서 디젤차를 퇴출하기로 발표한 것이다. 특정 시장의 특정 동력계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도요타는 2040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 단독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도요타가 유럽 시장에서 디젤차를 빼기로 한 것은 유럽 각국의 내연기관차 규제 강화와 무관치 않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이산화탄소의 평균 배출량을 95g/㎞ 제한할 예정이다. 내연기관 엔진으로는 이 배출량 한도를 지킬 수 없다. 각 자동차 회사는 전기동력의 비중을 높여 규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도요타 역시 다르지 않다.

도요타코리아가 부산모터쇼에서 선보인 아발론 하이브리드와 케무라 노부유키 도요타코리아 사장. / 도요타코리아 제공
도요타코리아가 부산모터쇼에서 선보인 아발론 하이브리드와 케무라 노부유키 도요타코리아 사장. / 도요타코리아 제공
일부 유럽 도시의 경우 디젤차의 시내 진입을 허용치 않을 방침을 세웠고,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는 2020년부터 시내에 디젤차를 들이지 않을 계획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아예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고, 독일 함부르크의 경우 노후 경유차의 도시 통행을 이미 막았다.

실제 도요타 유럽법인이 판매한 디젤차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특히 2017년은 전체 판매량에서 디젤 비중이 10% 미만으로 쪼그라 들었다. 이를 대신한 것은 ‘하이브리드’다. 두개의 동력원이 혼재한 하이브리드는 현재 도요타가 주력하는 동력계로,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혼합한 형태다. 디젤이 전체 판매량의 10% 아래로 떨어졌을 때, 유럽에서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판매는 전체에서 41%를 차지했고, 성장률은 33%를 기록했다. 때문에 도요타는 자신있게 디젤차 퇴출을 선언했다.

도요타는 이 밖에 다양한 전기동력계를 유럽에서 내놓을 예정이다.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전기모터의 역할 비중을 높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 1세대 수소전기차 미라이를 잇는 2세대 신형도 유럽 시장에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도요타는 한국에서도 하이브리드 판매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국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그날의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게 일상화할 정도로 환경에 민감한 국가 중 하나다. 자동차업계는 한국에서도 전기동력화로 자동차 배출가스의 저감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도요타코리아는 국내에서 도요타와 렉서스 두개의 브랜드를 내놓고 있고, 모두 다양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도요타는 우리나라에서 6종(86, 캠리, 프리우스, 아발론, RAV4, 시에나 등), 렉서스는 9종(CT, IS, ES, GS, LC, LS, NX, RX, RC 등)을 판매한다. 이 중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2018년 5월 기준으로 도요타 63.1%, 렉서스 94.2%에 이른다. 도요타가 한국에서도 충분히 내연기관만 달린 자동차의 퇴출을 선언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모터쇼에서 도요타의 행보는 조금 아쉬웠다. 도요타코리아는 도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와 렉서스 신형 ES를 모터쇼에 선보였는데, 프레스 콘퍼런스 당시 하이브리드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판매 증대는 언급했으나, 그 이상의 획기적인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타케무라 노부유키 도요타코리아 사장이 가진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탓이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전격적으로 내연기관 단독차의 퇴출을 얘기할 수 있다면 시장 승부수로서는 걸어 볼만한 수가 아닐까.

전기차나 수소차 등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에는 막대한 돈이 들기 마련이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통해 자원 조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현대차가 가장 큰 라이벌로 여기는 도요타가 한국에서 먼저 내연기관 퇴출을 얘기한다고 가정해보자. 현대차로서는 제대로 한방 맞게 될 것이다. 친환경차의 대표회사로서의 입지를 도요타가 온전히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한국에서도 내연기관 단독차 퇴출을 선언하고 현대차를 긴장시키길 바란다. 그게 한국 환경에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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