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⑦영화 '퓨리'의 병기들 2

  • 유승식 회계사·프라모델 애호가
    입력 2018.06.16 06:00

    이번에는 지난 회(관련기사 : [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⑥영화 '퓨리'의 병기들)에 이어 영화 퓨리 속의 병기(兵器) 이야기 몇 가지 더 해보기로 한다.

    독일 타이거 1형 전차 초기생산형 35분의 1스케일 프라모델. / 타미야 제공
    ◇ 타이거 전차

    영화 ‘퓨리’의 최고 백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 한대 존재하는 오리지널 타이거 1형 전차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전차 역시 보빙턴 전차박물관에서 소장하는 가동 타이거로서, 1943년 북아프리카에서 영국군이 노획한 것을 손질하여 복원한 것이다. 역시 매년 한 번 열리는 공개 행사 ‘탱크 페스트’에서 주행시범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이외에는 일체 외부에 노출하지 않을 정도로 박물관에서 애지중지하는 차량이라고 한다.

    영화속의 타이거 1 전차. 보빙턴 박물관 소장 전차로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타이거 전차다. / 소니픽쳐스 제공
    타이거 1 전차는 세계대전 중 1300대밖에 생산되지 않았지만 88㎜ 주포의 위력과 강력한 장갑으로 미군과 소련군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고, 독일 하면 떠오르는 ‘전차군단’이라는 별명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영화 초반에 “전차 5대가 출격해 한 대만 돌아왔는데 우리가 전쟁에 이기고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네”하는 대사가 바로 타이거를 상징하는 대사다. 하지만 공수주(攻守走)종합적으로 본다면 반드시 좋은 전차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 특히 기동력 면에서 문제가 많았고 생산성도 낮고 값도 비쌌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화 중반에 셔먼 4대와 타이거 1 한대의 전차전이 나오는데, 실제로 타이거 1의 88㎜ 주포는
    2㎞ 밖에서도 셔먼전차의 장갑을 가볍게 관통할 수 있었다.

    대전 당시 타이거 1대를 격파하려면 셔먼 여러 대가 미끼로 희생될 때가 많았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도 퓨리를 제외한 3대의 셔먼이 격파되고 퓨리만 남게 된다. 셔먼의 주포탄이 타이거의 전면장갑(100㎜)에 맞고 힘없이 튕겨 나오는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근거리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타이거 1의 전면 장갑이라도 셔먼의 76.2㎜포에 관통당할 가능성이 크다.

    ◇ 50㎜ 대전차포 Pak38

    비록 아주 잠깐 나오는 병기지만 영화 제작자들의 고증 욕구(?)가 제대로 드러난 무기가 바로 독일군의
    50㎜ 대전차포 ‘Pak38’이다.

    50mm 대전차포. 사진 왼편에 살짝 보이는 볼트 부분이 50mm 대전차포임을 나타내준다. / 소니픽쳐스 제공
    첫 번째 전투를 마치고 마을로 진입하면서 한차례 전투를 벌인 뒤 전진하다가 커브를 도는 시점에서 퓨리는 적의 대전차포를 맞게 된다. 길어야 겨우 100m 정도의 거리에서 대전차포를 맞고도 퓨리는 무사했는데, 처음 영화 볼 때에는 순 거짓말이다 싶었지만 나중에 비디오를 잘 보니 독일군의 대전차포는 50㎜포였다.

    이 포는 1942년경에 이미 위력 부족으로 구식화되어 일선에서 물러나고 후방으로 돌려진 병기인데, 영화에서는 2선급 병기인 50㎜포가 전차의 전면 구석부분을 비스듬하게 맞추었기 때문에 장갑을 관통하지 못한 것으로 설정한 것이다. 영화 스틸장면을 잘 보면 포방패 가장자리 부분에 50㎜포임을 알 수 있는 특징이 아주 잠깐 나온다.

    ◇ 판저파우스트

    영화 막판에 셔먼전차 안에서 싸우던 쿤애스가 갑자기 뚫고 들어온 광선검 같은 불꽃에 몸을 관통당해 전사하는데, 병기는 판저파우스트라는 휴대용 대전차 병기다.

    판저파우스트. 독일군의 휴대용 대전차무기로서, 엄청나게 많은 적전차를 격파하였고, 특히 소련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 소니픽쳐스 제공
    이 무기는 영화 초반에 독일군 소년이 셔먼전차를 격파한 병기이기도 한데, 사정거리는 60m정도지만 관통력은 최고 20㎝의 철판도 뚫을 정도다. 원통형 튜브 같은 발사관에 로켓탄을 넣어 쏘는 유명한 미군의 바주카포와 쌍벽을 이루는 대전차 병기로서, 2차대전 중 수만 대의 전차를 격파했다고 한다.

    이 무기는 탄약 자체의 무게와 속도로 장갑을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탄두가 장갑에 닿는 순간 폭발하면서 초속 6000m 이상의 제트 화염이 순간적으로 장갑을 녹여 관통한다. (이런 탄약을 전문용어로 ‘화학 에너지탄’이라고 하며, 보병용 대전차 무기는 거의 모두가 화학 에너지 탄두를 갖고 있다)

    화염으로 장갑을 녹여 관통하므로 외관상 관통 구멍은 아주 작고, 전차 안에서도 순간적으로만 불꽃이 일어나므로 이것이 연료나 탄약을 유폭시키지 않는다면 전차 안의 승무원들이 목숨을 건질 수도 있다.

    영화에서도 초반에 셔먼전차가 판저파우스트를 맞고 바로 불타오른 것은 안의 연료 같은 인화 물질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극의 후반에 쿤애스만 전사한 것은 이미 퓨리가 탄약을 다 써버린 상태였으므로 유폭될 물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 그밖에

    이 밖에 M8 그레이하운드 장갑차, M3 하프트랙, 각종 독일군 개인화기 등 볼거리가 아주 많다. 그리고 퓨리가 마을에 진입했을 때 어떤 노인에게 독일군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 순간 노인이 저격총을 맞고 사망하는데, 총에 맞고 나서 한 박자 늦게 총소리가 나는(총알이 음속보다 빠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장면도 정성껏 재현하는 등 어느 한 장면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이 퓨리라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 초반 베이커 중대에 나오는 M3 하프트랙. 캘리버 50 기관총에는 흔치 않은 초기형 50발 탄약상자를 달고 있다. / 소니픽쳐스 제공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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