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지난 회(관련기사 : [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⑥영화 '퓨리'의 병기들)에 이어 영화 퓨리 속의 병기(兵器) 이야기 몇 가지 더 해보기로 한다.
영화 ‘퓨리’의 최고 백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 한대 존재하는 오리지널 타이거 1형 전차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전차 역시 보빙턴 전차박물관에서 소장하는 가동 타이거로서, 1943년 북아프리카에서 영국군이 노획한 것을 손질하여 복원한 것이다. 역시 매년 한 번 열리는 공개 행사 ‘탱크 페스트’에서 주행시범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이외에는 일체 외부에 노출하지 않을 정도로 박물관에서 애지중지하는 차량이라고 한다.
영화 초반에 “전차 5대가 출격해 한 대만 돌아왔는데 우리가 전쟁에 이기고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네”하는 대사가 바로 타이거를 상징하는 대사다. 하지만 공수주(攻守走)종합적으로 본다면 반드시 좋은 전차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 특히 기동력 면에서 문제가 많았고 생산성도 낮고 값도 비쌌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화 중반에 셔먼 4대와 타이거 1 한대의 전차전이 나오는데, 실제로 타이거 1의 88㎜ 주포는
2㎞ 밖에서도 셔먼전차의 장갑을 가볍게 관통할 수 있었다.
대전 당시 타이거 1대를 격파하려면 셔먼 여러 대가 미끼로 희생될 때가 많았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도 퓨리를 제외한 3대의 셔먼이 격파되고 퓨리만 남게 된다. 셔먼의 주포탄이 타이거의 전면장갑(100㎜)에 맞고 힘없이 튕겨 나오는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근거리에서 전투를 벌인다면 타이거 1의 전면 장갑이라도 셔먼의 76.2㎜포에 관통당할 가능성이 크다.
◇ 50㎜ 대전차포 Pak38
비록 아주 잠깐 나오는 병기지만 영화 제작자들의 고증 욕구(?)가 제대로 드러난 무기가 바로 독일군의
50㎜ 대전차포 ‘Pak38’이다.
이 포는 1942년경에 이미 위력 부족으로 구식화되어 일선에서 물러나고 후방으로 돌려진 병기인데, 영화에서는 2선급 병기인 50㎜포가 전차의 전면 구석부분을 비스듬하게 맞추었기 때문에 장갑을 관통하지 못한 것으로 설정한 것이다. 영화 스틸장면을 잘 보면 포방패 가장자리 부분에 50㎜포임을 알 수 있는 특징이 아주 잠깐 나온다.
◇ 판저파우스트
영화 막판에 셔먼전차 안에서 싸우던 쿤애스가 갑자기 뚫고 들어온 광선검 같은 불꽃에 몸을 관통당해 전사하는데, 병기는 판저파우스트라는 휴대용 대전차 병기다.
이 무기는 탄약 자체의 무게와 속도로 장갑을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탄두가 장갑에 닿는 순간 폭발하면서 초속 6000m 이상의 제트 화염이 순간적으로 장갑을 녹여 관통한다. (이런 탄약을 전문용어로 ‘화학 에너지탄’이라고 하며, 보병용 대전차 무기는 거의 모두가 화학 에너지 탄두를 갖고 있다)
화염으로 장갑을 녹여 관통하므로 외관상 관통 구멍은 아주 작고, 전차 안에서도 순간적으로만 불꽃이 일어나므로 이것이 연료나 탄약을 유폭시키지 않는다면 전차 안의 승무원들이 목숨을 건질 수도 있다.
영화에서도 초반에 셔먼전차가 판저파우스트를 맞고 바로 불타오른 것은 안의 연료 같은 인화 물질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극의 후반에 쿤애스만 전사한 것은 이미 퓨리가 탄약을 다 써버린 상태였으므로 유폭될 물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 그밖에
이 밖에 M8 그레이하운드 장갑차, M3 하프트랙, 각종 독일군 개인화기 등 볼거리가 아주 많다. 그리고 퓨리가 마을에 진입했을 때 어떤 노인에게 독일군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 순간 노인이 저격총을 맞고 사망하는데, 총에 맞고 나서 한 박자 늦게 총소리가 나는(총알이 음속보다 빠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장면도 정성껏 재현하는 등 어느 한 장면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이 퓨리라는 영화인 것 같다.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