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고,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은 전·현직 행장 4명은 예정대로 법정에 서게 됐다.

금융감독원 이미지. / IT조선 DB
금융감독원 이미지. / IT조선 DB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 겸 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등이 기소되는 것으로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를 수사해 12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38명을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채용비리 건수는 국민은행이 368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 239건, 우리은행 37건 순이다. 기소된 인원은 부산은행 10명, 대구은행 8명, 하나은행 7명, 우리은행 6명 등이다. 검찰은 채용비리 은행들의 인사 담당자들이 청탁 대상자의 명부를 만들고 전형 단계별로 합격 여부를 관리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은행장이 주요 거래처 자녀에 대한 채용 지시를 하자 해당 지원자가 보훈대상자가 아닌데도 가짜 보훈번호를 부여해 합격시키기도 했습니다. 부산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정계인사와 전 국정원 간부의 청탁을 받고 서류전형과 면접 점수 등을 조작했다.

채용 과정에 성차별과 학력 차별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은 여성을 채용하지 않기 위해 남녀 채용비율을 4:1로 미리 설정해 채용했고 국민은행은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지원자 등급점수를 높이고 여성지원자 점수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채용결과를 조작했다.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회장이 추가로 기소되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특히, 이번 검찰 발표가 중간 수사결과이기 때문에 추후 채용비리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김한 JB금융그룹 회장은 채용비리 혐의가 제기된 시점에 각각 KB국민은행장과 광주은행장을 겸하고 있었으나, 채용과 관련한 결재라인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의가 없다고 봤다.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는 심상정 의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약 8개월간 4명의 은행장이 구속됐고,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도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전체 금융권을 긴장시켰다.

채용비리 의혹이 처음 제기된 시점, 이광구 행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은 혐의 자체를 부인하며 금감원 자체 조사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사장 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역풍을 맞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연출됐다.

이후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는 단순한 취업 비리 사건에서 금융권 수장과 금융당국 수장이 맞서는 자존심 대결로 변질했고, 최근까지도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왔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채용비리를 뿌리 뽑아 적폐를 청산한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금융권은 더 이상의 ‘관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맞섰다.

검찰에 기소된 4명의 수장 중 이광구 행장과 박인규 회장, 성세환 회장은 이미 현직에서 물러난 상태로, 세 금융기관은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