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7일 개막해 17일까지 열린 2018 부산국제모터쇼(BIMOS 2018)가 막을 내렸다. 열흘 남짓한 기간 중 모터쇼가 열린 부산 벡스코를 찾은 관람객은 62만명(잠정)에 이른다. 2016년 모터쇼보다는 관람객이 다소 줄었으나, 세계적으로 모터쇼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특히 참가 완성차 업체의 다양한 신차 및 전시내용, 이벤트 등이 큰 관심을 받았다. 대부분의 출품차는 실제 국내 출시를 예정하고 있어 관람객은 모터쇼를 신차구매 정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 언론 아닌 관람객을 위한 실질적인 신차 소개
이번 모터쇼는 9개국, 183개사가 참여했으며, 3076개의 부스를 꾸몄다. 이 중 상용차를 포함해 완성차 19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들이 내놓은 완성차 숫자는 203대에 이른다. 이중 35대의 신차가 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됐다.
참가 업체 숫자가 예년에 비해 줄어 신차 소개 역시 기존에 비해 규모가 축소됐으나,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온 신차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람객 중심의 전시회가 됐다. 도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렉서스 신형 ES, 닛산 엑스트레일, 인피니티 QX50 등이 관심을 끌었다.
◇ 자동차 회사의 방향성 설명하는 다양한 콘셉트카 등장
비록 세계최초 공개는 아니었지만 관람객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콘셉트카가 나온 점도 주목할만 하다. 먼저 현대차는 향후 차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을 상징하는 르필루즈 콘셉트를 소개했다. 자동차 디자인의 네가지 기본요소인 비례, 구조, 스타일링, 기술을 조합했으며, 현대차 디자인의 역사를 담아낸 차다. 제네시스의 신형 쿠페를 시사하는 에센시아도 이목을 끌었다.
기아차는 인도 전략차종인 SP 콘셉트를 내놨다. 안정감과 야성을 동시에 품은 이 차는 2019년 인도시장에 양산 신차로 출시가 예정됐다. 시장 전략에 따라 국내 출시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BMW는 미래지향적인 구조의 콘셉트 Z4 콘셉트를 선보였고, 미니는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미니 JCW GP 콘셉트, 렉서스 디자인 철학 L-피네스가 대담하게 적용된 콘셉트카 LF-SA도 시선을 모았다.
벤츠 EQ 브랜드의 EQ A 콘셉트, 아우디 엘레인 콘셉트 등 자율주행 기술을 담은 콘셉트카는 브랜드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람객이 특히나 좋아한 전시차량으로 꼽혔다.
◇ 가족 단위 나들이객 많아…관람객 중 60% 이상이 ‘부산 외 거주’
과도한 노출로 상징되는 컴패니언걸을 최대한 배제한 점은 부산모터쇼가 가족 단위 관람객을 배려한 부분으로 꼽힌다. 대신 차를 직접 만드는 연구원, 기술자, 전문 큐레이터 등이 관람객의 차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 긍정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벡스코 스마트앱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람객 중 69%가 남성이었지만 가족나들이로 모터쇼장을 찾은 비율도 21%에 달했다. 30대와 40대는 관람객 중 41%, 30%를 차지, 가장 구매력이 높은 소비층임을 증명했다. 관람 목적으로는 정보수집 33%, 자동차 구매 27%로 나타났다. 부산 지역외에 거주 중인 관람객 비율은 63%에 달했다. 부산 뿐아니라 경남 지역의 대표 박람회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다.
◇ 여전한 완성차 중심의 모터쇼…자동차 미래산업 조망하는 종합 전시로 차별성 강화해야
다양한 신차와 수많은 관람객, 여러 체험행사 등은 2018 부산국제모터쇼의 성공을 담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완성차 업체에 집중된 전시 구조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자동차 기술에 대한 비전 제시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ICT 기업의 참여도 전무했다.
부산모터쇼와 거의 동시에 개최된 중국 CES 아시아에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참여, 회사의 미래 기술과 전략, 새로운 협력관계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산모터쇼에서는 이미 해외에서 소개된 신차 및 기술 외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다. 시장 규모의 차이와 개별 기업의 모터쇼 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부산모터쇼 사무국이 멍석을 제대로 깔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전기차 시대에 앞서 한국은 글로벌 리더급 배터리 업체를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부산모터쇼를 찾은 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현재 AI 자율주행 기술에 힘쓰고 있는 ICT 기업도 유치하지 못했다. 세계 5위 규모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한국 자동차 생산회사를 향한 대형 자동차 부품 업체의 구애가 끊임없음에도 모터쇼에서 이들을 만날 수 없었으며,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커넥티드 기에 5G 무선통신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통신업체도 모터쇼에 나오지 않았다. 모터쇼 사무국의 종합적인 시각이 결여된 탓이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산업연구소 소장은 “최근 글로벌 모터쇼의 부진은 자동차 하나에만 집중하는 모터쇼에 한계가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최근 ICT 기술과 자동차 산업이 융합되면서 되려 ICT 박람회에 자동차 기술이 더 많이 소개된다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모터쇼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