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은 상상을 현실로 이끄는 기술입니다. 그렇기에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한편, 기존 콘텐츠와 만나 업계 양상을 바꿉니다. VR과 융합 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영상 콘텐츠의 변화입니다.”

2017년 관객 440만명을 모은 흥행 영화 ‘강철비’의 양우석 감독은 19일 서울시 구로구 쉐라톤서울디큐브시티호텔에서 열린 IT조선 주최 ‘넥스트VR 2018 콘퍼런스’에 참가, 콘텐츠 영역에서 VR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강연중인 양우석 감독. / IT조선 DB
강연중인 양우석 감독. / IT조선 DB
그는 영화의 역사가 곧 VR의 역사라고 말한다. 영화계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화면 비율, 아이맥스, 입체음향 등 다양한 기술을 만들었다. 이 기술들이 VR을 만나 콘텐츠 업계 양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 양 감독의 설명이다.

VR은 3차원 공간성, 실시간 상호작용, 몰입성 등 세가지 요소를 갖춘다. 이 요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CG(Computer Graphic), 그 중에서도 피사체를 묘사하는 렌더링의 실시간 처리 기술이 중요하다. 그래야 시시각각 바뀌는 VR 영상 콘텐츠에 현실감을 부여할 수 있다.

실시간 처리에는 차세대 통신망 5G 네트워크와 HMD(Head Mount Display) 등 입출력 장치가 필수다. 이들 기술이 한데 모여 VR 기술의 완성도와 적용 범위를 넓힌다.

강연중인 양우석 감독. / IT조선 DB
강연중인 양우석 감독. / IT조선 DB
현재 VR 기술이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부문은 게임이다. VR 기술은 상상만 할 수 있던 게임 공간을 실재 공간으로 구현한다. 양 감독은 게임 엔진이 VR의 세가지 요소를 발전시켰고, 응용 범위를 넓혀 콘텐츠 시장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VR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산업 필수 기술로 자리 잡았다. 양 감독은 VR 기술이 영화계의 작업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설명했다. 지금까지 CG 후처리하던 영화 촬영 부문에 VR 기술을 도입하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VR 기술은 영화 및 드라마의 해외 로케이션 촬영의 수고를 줄인다. 가상현실 공간을 만들어 그 속에서 영화를 촬영하면 된다. 이 경우 시간과 공간, 날씨며 거리 제약도 없어진다. 원하는 순간, 원하는 배경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 감독은 “카메라는 화면 촬영 장비가 아닌 데이터 촬영 장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강연중인 양우석 감독. / IT조선 DB
강연중인 양우석 감독. / IT조선 DB
애니메이션쪽은 어떨까. 양 감독은 VR이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 부문의 변혁도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수천만장의 그림을 일일히 손으로 그려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이전과 달리, 현재는 CG와 렌더링으로 수월하게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피사체의 현실감을 더하는 질감도, 화면에 감성을 불어넣는 조명도 CG로 구현할 수 있다. CG 및 렌더링 기술 유무가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양 감독은 렌더링 업체에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변신한 ‘픽사(Pixar)’를 예로 들었다.

양 감독은 이처럼 고도화된 VR 기술이 시뮬레이션 현실(SR, Simulated Reality), 가상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밀한 가상현실 콘텐츠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SR은 VR과 달리 거부감이 없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나아가 중독성까지 갖게 된다.

양 감독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한 시뮬레이션 현실 콘텐츠가 보편화되면, 현실과 가상 공간의 입지가 뒤바뀔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VR을 비롯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융합현실(MR, Mixed Reality) 기술·현상·콘텐츠가 이미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이 미래 SR 시대를 이끌 것이고, SR이 인간의 존재론까지 뒤흔들 것으로 예측했다.